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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아들 의혹', 결국 이럴 줄 알았다

천사요정 2020. 9. 19. 15:04

[안호덕의 암중모색] 국민의힘, 공정성을 무기로 삼지 마라

 

 

▲   동양대 장경욱 교수가 12일 동일 대역 IP주소가 지금도 쓰이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 장경욱 교수 페이스북  

 

정경심 교수가 '2013년 6월 방배동 자택에서 표창장을 위조했다'며 검찰이 위조 시기와 장소를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은 동양대에서 압수한 컴퓨터에서 나온 IP 주소였다. 고정 IP를 쓰는 동양대에서 나올 수 없는 IP 주소가 컴퓨터에서 발견되었으니 정경심 교수의 자택인 방배동에서 위조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해당 IP 주소는 사설 공유기를 사용하면 나타나는 만큼 동양대에서 고정 IP가 아닌 공유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동양대 장경욱 교수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방배동 자택에서 위조한 증거로 제시한 IP주소가 지금도 동양대 강사 휴게실과 복도에서 쓰이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장 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검찰의 기소 내용은 타격을 받게 된다. 정경심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을 것이라고 믿는 확증 편향의 오류가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장면이다.

지난 7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관련 의혹에 대해 "추미애 장관의 '엄마 찬스' 특혜성 황제 군복무 의혹을 지켜보는 국민은 조국 사태 때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조국 아빠 찬스'의 데자뷔라고 느낀다"라며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시각도 있고, 추 장관 논란에 조국 전 장관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추 장관을 둘러싼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를 보면 오히려 조국 전 장관을 낙마시켜 검찰 개혁에 제동을 걸고자 했던 자유한국당이 데자뷔 된다.
 
추 장관 아들 휴가에 대해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공정성 훼손이나 권력을 이용한 위법 행위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군인인 아들이 수술을 요할 정도의 지병이 있었고,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전화로 휴가를 연장했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이 여당 대표라는 권력을 이용해 군에 압력을 행사해 정당하지 않은 휴가 연장을 얻어 냈다고 주장한다. 일반인이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엄마 찬스'로 공정성을 훼손해 청년들에게 상실감을 안긴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사퇴하라는 것이 국민의힘의 요구다.
 
하지만 아들의 병가 이후 휴가 연장이 정당한 절차에 의한 것인지, 여당 대표의 권력 남용인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검찰이 통화 기록을 분석 중이니 사실이야 곧 밝혀지겠지만 민원실에 전화를 한 주체가 추 장관이든 남편이든 비서이든 그 자체가 외압의 증거는 될 수 없다. 군인인 아들의 휴가 연장에 관해 군 당국 민원실에 전화를 하는 일은 자식이 군인인 부모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을 위해 국방부 민원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장관 아들 휴가에만 매달리는 야당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아들 관련 군 병가 특혜 의혹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아들의 군 복무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이번 일에서는 국민의힘이 보이는 행태가 더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건강과 경제가 백척간두에 선 형국에서 야당이 장관 아들의 휴가 의혹에 모든 걸 걸다시피 하는 것이 맞나. 정기국회 대부분을 추 장관 아들 관련 정쟁의 장으로 만들어 무엇을 얻겠다는 건지 답답하고 한심스럽다. 
 
공정이 화두인 것은 맞다.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정책 기조이기도 하거니와 사회적 관심사가 민주와 통일, 노동 등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회 진보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공정 논란이 시대의 요구를 가감없이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잣대로 대두되면서 정권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지만 그럴 때마다 문제 제기의 의도나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오른다.
 
국민의힘은 딸에 대한 성신여대 입시비리 의혹, 아들에 대한 서울대 특혜 의혹,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와 세습 의혹 등으로 7번 고발을 당한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서 엄마 찬스라고 성토한 적이 없다. 홍정욱 전 의원 딸의 마약 밀반입 혐의 집행유예, 장제원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사고 후 운전자 바꿔치기 불구속 기소를 두고 아빠 찬스가 의심된다고 한 적도 없다.

자유한국당이나 다를 바 없다 
 
17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추 장관을 향해 변명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신상을 정리하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추 장관 세 자녀 모두 특혜 의혹이 있다며 '용이 되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조국 전 장관의 2012년 트위터 내용을 인용해 〈추미애 세 자녀 모두 특혜 의혹, 가재·붕어·개구리는 기가 막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실었다.

검찰의 별건 수사도 없어진 마당에 언론의 별건 의혹 제기가 도를 넘고 있다. 조국 사태 때처럼 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가 보자는 식이다. 모든 것을 바꾸겠다더니 국민의힘의 추 장관 사퇴 압박은 20대 국회에서 이은재 전 의원이 보여준 '사퇴하세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데자뷔가 맞다. 조국 전 장관 의혹 제기로 검찰 개혁을 발목 잡았던 정치세력들이 추미애 장관을 향해 온갖 의혹을 키워내 또다시 검찰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당랑거철(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의 무모함이다. 지난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는 했지만 검찰 개혁의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4.15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전신 미래통합당이 궤멸이라고 할 만큼 참패한 것도 공정성으로 정부를 공격하는 와중에 얄팍한 계산이 숨어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았기 때문이다.

추 장관 관련 의혹 제기도 같은 수순으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지만 국민의힘도 '자유한국당이나 미래통합당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에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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