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프로파간다>
<원자력 프로파간다>
9월 1일 출판 잠깐독서
원자력 프로파간다
혼마 류 지음, 지비원 옮김
클·1만8000원

일본엔 40여년간 활개치다가 2011년 3월11일 대지진 이후 한꺼번에 사라진 게 하나 있다. ‘꽃을 더 아름답게, 야채를 더 맛있게 가꾸기 위해 방사선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땀뿐이 아닙니다, 방사선도 나옵니다… 우리 신체에서는’ ‘원자력발전은 일본을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 바로 원자력 광고다.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는 40여년간 2조4000억엔을 광고비로 쓰면서 ‘원자력 안전’이라는 주문을 외워왔다. 이 막대한 돈은 국민이 낸 전기요금에서 나왔다. 일본인들은 제 돈 내고 쭉 사기극을 봐온 셈이다. 그런데 저 맹랑한 광고에 대해 어느 언론도 찍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일본 제2의 광고대행사 하쿠호도에 18년간 몸담았던 지은이는 그 근인으로 ‘언론 위의 광고대행사’를 꼽는다.

교도통신·지지통신을 대주주로 두고, 전국 대부분의 민영 방송사에 주주로 참여하는 광고대행사 덴쓰는 자민당과 결탁해 원자력 광고뿐 아니라 올림픽 같은 국가적 이벤트 광고를 도맡는다. 지난해 기준 덴쓰의 매출은 단독 광고업체로는 세계 1위. 일본 언론은 덴쓰가 주무르는 대로 돌아간다고 증언하는 지은이는 보수권력이 만들어놓은 미디어 생태계에서 안전한 원자력이란 위험한 신화가 번식해간 역사를 광고 250편을 통해 확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