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기본소득 실험은 충분…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천사요정 2017. 11. 26. 23:56
미국 메인대 마이클 하워드 교수
“기존 실험서 정책효과 이미 검증
전체시장 확대·예산확보 고민해야”

카타르 조지타운대 칼 와이더퀴스트 교수
“대부분 조건부…실험 효과 한계
빅데이터 등 공유자원 재원 활용을”
지난 9월26일 포르투갈 리스본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 참석한 마이클 하워드 미국 메인대 사회정치철학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9월26일 포르투갈 리스본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 참석한 마이클 하워드 미국 메인대 사회정치철학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이미 불러온, 제4차 산업혁명이 조만간 몰고 올 수 있는 각종 난제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급부상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기본소득 실험이 봇물을 이룬다. 빈곤의 대책으로, 실업의 해법으로, 더러는 복지 시스템 효율화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서도 기본소득을 연구하지만, 실험의 한계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마이클 하워드 미국 메인대 사회정치철학 교수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 현장에서 <한겨레>와 만나 “나는 기존 실험에서 충분히 많은 점을 배웠기 때문에 더 이상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8~2009년 독일 기본소득 연합의 나미비아 실험, 2011~2013년 유니세프와 인도 자영업 여성조합의 실험 등을 통해 기본소득이 이미 정책적 효과를 검증받았다는 뜻이다. 기존 실험들에선 기본소득이 빈곤과 건강, 교육, 노동의 질, 여성과 어린이 등 소수자 권익 향상은 물론 비효율적 복지 행정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워드 교수의 지적처럼 “실험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사실”도 많다. 가령 한 사회 구성원들 중 일부한테만 단기간에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실험으로는 기본소득이 전체 노동 시장에 가져올 영향을 확인하기 어렵다. 몇년간 한시적으로 기본소득을 받는 실험 참가자들은 실제로 평생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과 ‘반응’에 있어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한계로 인해 나타나는 부정적 연구 결과가 자칫 기본소득 도입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 9월25일 포르투갈 리스본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 참석한 칼 와이더퀴스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부대표가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9월25일 포르투갈 리스본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 참석한 칼 와이더퀴스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부대표가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칼 와이더퀴스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부대표(카타르 조지타운대 교수)도 9월25일 “기본소득은 (전체) 지역사회 단위로 구성돼야 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실험으로 진정한 기본소득을 테스트해볼 수는 없다. 또 기본소득 실험을 하려면 ‘무조건’으로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실험들은 (실업과 구직 노력 등) 조건을 붙인다”고 실험의 한계를 짚었다. 다만 두 교수 모두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여론과 정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실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제 기본소득 실험이 아니라 예산 마련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하는 학자들이 있고, 두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와이더퀴스트 부대표는 “토지(토지세)와 대기(공해세), 빅데이터의 근간이 되는 개인정보(공유재산 배당) 등 모두에게 속한 공유자원은 기본소득을 위한 좋은 재원”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교수는 “일을 안 하고 기본소득을 받는 데 반대하면서 부자들이 일하지 않고 독점의 결과로 발생하는 임대료를 받는 건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명백한 이중잣대이며, 임대료를 없애고 (공유자원 배당을) 공평하게 나눠 주는 게 도덕률”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리스본/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20779.html#csidxfb534c1859535e688457e8c2650bc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