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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동 임금' 주휴수당, 나쁜 일자리 늘린다

천사요정 2018. 12. 20. 23:06

'주휴수당 미적용' 초단기시간 근로자 증가...65년된 낡은 체계, 손질 필요


주휴수당 적용을 받지 않는 '나쁜 일자리'(주 근로시간 15시간 미만)가 늘고 있다. 고용주가 최저임금과 함께 높아진 주휴수당 부담을 피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쪼개고 있어서다.  

재계는 65년 전 만들어진 주휴수당 제도를 원천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정 당시 근로조건과 경제상황이 많이 변했고, 지속된 관련 법안 개정으로 법원과 행정부의 해석이 부딪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9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1~10월 평균) 주 17시간 이하 근로자는 151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1.4%(15만6000여명) 늘었다. 통계가 시작된 1980년 이후 최대치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35만명이 증가했다.


'무노동 임금' 주휴수당, 나쁜 일자리 늘린다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시대…커지는 주휴수당 부담=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는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가 20.1%(연평균 약 10%)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휴수당과 연차수당(혹은 유급휴가)을 받지 못하며 퇴직금도 못 받는다. 또 2년 넘게 일하더라도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으로 이동하지 못한다.  

노동법의 보호에서 소외될 수 있는 ‘나쁜 일자리’이다. 재계는 초단시간 근로자의 증가 원인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와 주휴수당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높아진 주휴수당 부담을 벗어나기 위해 시간 쪼개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편의점 등 영세·소상공인에게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주휴수당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주 14시간을 일한 근로자에게는 올 최저임금(시급 7530원) 기준 월 45만8050원을 지급하지만 주 15시간을 일한 근로자에게는 58만8920원(주휴수단9만8150원 포함)을 줘야 한다. 월 4.3시간을 더 일하지만 월급은 13만원이나 차이나는 셈이다.  

내년 최저임금의 경우 시급은 8350원이지만 주 40시간 기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급이 1만20원이 된다. 실제 일한 시간은 월 174시간이지만 209시간을 일한 임금을 받는다. 35시간의 ‘무노동 임금’이 발생하는 셈이다.


'무노동 임금' 주휴수당, 나쁜 일자리 늘린다

◇65년된 낡은 법, 현재 상황 반영 못해…곳곳서 문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과 함께 적용된 주휴수당은 우리사회에서 꾸준히 논란이 됐다. 사회통념상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65년 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에는 근로자의 임금이 매우 낮아 임금을 조금이나마 높여주고자 하는 의미가 있었다. 또 당시 주휴수당을 보장한 일본의 노동기준법을 그대로 베낀 것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그때와 달라졌고, 일본도 1990년대에 주휴수당을 폐지한 만큼 주휴수당 체계를 재검토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최저임금 계산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대법원은 ‘최저임금을 산정함에 있어 주휴수당은 가산하고,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판결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계산을 명확히 하기 위해 최저임금 시급 환산 시 기준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유급처리된 시간(주휴시간 등)'으로 시행령 개정을 준비 중이다.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된 만큼 주휴수당 시간도 추가해야 명확하다는 의견이다.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소정근로시간(174시간)을 최저임금 환산에 적용하면 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적용시간이 234시간(주 유급휴일 2일)까지 늘 수 있다. 월 174만원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시급이 1만원에서 7160원(최저임금법 위반)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주휴수당 미지급에 따른 임금체불은 민사지만 최저임금법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무게감이 달라진다"며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체계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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