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히 대비되는 칼럼이 회자되고 있다.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지난 22일 “정말 위험한 문재인 대통령의 자포자기”라는 칼럼에서 세 사건을 스캔들이라고 깎아내린 반면,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정반대로 스캔들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하는 글을 썼다.
최보식 선임기자는 칼럼에서 “대중잡지를 팔리게 하려면 ‘돈+권력+섹스 스캔들’을 다루라는 말이 있다. 6박7일 아세안 순방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꼭 그렇게 했다. 귀국해 주말을 쉬고는 월요일 오전에 나온 첫 대통령 메시지가 ‘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 철저 수사 지시’였다”라고 썼다.
세 사건의 공통점은 사회 특권층이 연루돼 있고, 이들의 범법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거나 은폐돼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입장을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 입장 발표를 두고 정국 타개용이라는 정치공학적 해석도 나오지만 세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상당하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최 기자는 하지만 “지금은 잠깐 대중의 시선을 돌려놨지만 그는 외통수에 몰려 있다. 더 이상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단이나 이벤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기자는 “현 정권의 능력으로는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거의 없다. 미래 비전이 없거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도전할 자신이 없는 지도자는 과거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것 하나 짓고 만드는 것보다 과거에 축적된 것들을 허물고 단죄하는 것이 훨씬 더 손쉽기 때문”이라며 현 정권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서도 흠집을 냈다.
최 기자의 주장은 남북문제 등이 파탄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단이 없는 가운데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는 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을 포함한 적폐청산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는 게 요지다.
반면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피와 눈물의 등가교환 법칙”이라는 칼럼에서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에 시민들이 분노한 것은 돈과 권력이 춤추는 ‘섹스 스캔들’이기 때문이 아니다. 등가의 법칙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주인공 김혜자는 등가교환의 법칙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고 있다면서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예로 들어 “누군가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법. 등가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은 데는 내부자들의 눈부신 노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애초 김학의 전 차관은 특수강간혐의를 받았지만 윗선의 경찰 수사 방해 의혹을 수사하라고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것을 두고 과거 철저하게 수사하지 못한 ‘대가’를 치룬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논설위원은 장자연 사건에도 “장자연씨의 동료배우 윤지오씨도 수사기관에서 10여 차례 증언했지만, 조사는 같은 자리를 맴돈다. 경찰은 장씨 집을 고작 57분 압수수색하면서 핵심물증(다이어리)은 스치고 지나간다. 두 사건 모두 ‘공소시효를 넘기기 위해 기획된’ 부실 수사였던 것일까”라고 비판했다.
▲ 김학의 전 차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지난 22일 밤 태국행 출국시도를 하다 출국금지조치를 받고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JTBC 뉴스 영상 |
최보식 기자의 칼럼은 윤지오씨가 진상조사단 참고인 조사에서 조선일보 관련 세 사람의 이름을 말하는 등 장자연 사건의 칼끝이 조선일보를 향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일보의 이해관계가 적극 반영된 내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권석천 논설위원의 글은 세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기저를 분석했는데 권 위원이 중앙일보에 적을 두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중앙은 지난 13일 “윤씨가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문건에 등장한 정치인 1명과 조선일보사 관련자 3명 등 4명을 특정해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는 등 장자연 사건 보도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22일 박재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세 사건에 대해 “섹스, 거짓말, 특권층, 별장, 호화 술집 등 자극적 단어는 대중들의 호기심과 이에 따른 분노를 유발시켰지만 사법적 심사를 통한 혐의 확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사법처리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장자연 사건으로 조선일보 관계자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며 이례적으로 조선일보 네글자를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