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합의부는 5월 11일 교비 전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포항 한동대 김영길(62) 총장과 오성연(63) 행정부총장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및 명예훼손죄 등을 적용, 각각 징역 2년과 1년 6월을 선고하는 한편 현직 대학총장에게는 이례적으로 확정판결 이전에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교비를 전용하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재판을 지연하려 하는 등 교육자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죄질이 나쁘고, 피고인들이 해외여행을 자주 나가는 등 도주의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5000만원이 넘는 공금을 개인 변호사 비용 등으로 지출하고 교육부 허락 없이 100억여원을 불법 차용해 사용했으며, 법정에서 위증을 하는 등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한동대 설립자 송 모씨에 대한 96억 원 횡령 고소가 무혐의 처리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최고 교육 기관장으로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반성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김 총장 등이 인공석유와 에이즈치료제, 암치료제 개발과 같은 허위사실을 언론에 퍼뜨려 사회를 혼란케 하는 등 죄질이 나빠 중형을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한동대 김영길 총장 | 김 총장 등은 1997년 11월 학교재단인 현동학원의 돈으로 사용해야 할 학생회관 증축공사의 설계·감리비 487만원을 학생 납부금으로 조성된 교비로 지급하는 등 1999년 8월까지 53차례에 걸쳐 교비 52억8000만원을 전용한 혐의를 받았다. 이밖에도 1997년 12월 학교 학생회관 증축공사 등에 사용될 국고보조금 15억여원을 교원 급여나 근로장학금 등 다른 용도로 불법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총장은 또 명예훼손 등 자신의 피소사건 변호사 선임료 5000여만원도 법인회계나 교비에서 지급한 혐의를 받아왔으며 이런 혐의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 |
한편 지난 4월 10일 검찰은 김 총장에 대해 이미 업무상 횡령 등 9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후원교회들을 대상으로 '한동대 지지 서명운동'을 전개해 온 한동대는 총장직무대행으로 김영인 학사담당 부총장을 임명하는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논평을 내고 "재판부의 판단 앞에서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 결과에 결단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한동대 이 아무개 교수는 "최악의 상황으로 집행유예까지 생각했으나 법정구속이 집행될 줄은 몰랐다"며 "항소가 이뤄지면 지금과 다른 상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동대는 또 "1심 공판과정에서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와 무리한 기소, 그리고 한동대를 음해하려는 고소인측의 의도 등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이 점을 널리 헤아리지 아니하고, 성급하게 검찰의 공소사실만을 받아들인 재판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하여, 참으로 비통한 마음을 가지고,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정상적인 학사운영과 기독교적 정체성을 위협하려는 어떠한 도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천명했다.
한편 김 총장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자신을 한동대 학생이라고 밝힌 오 아무개 씨는 '복음과상황' 게시판에 "사학비리를 척결하려는 (정부의) 첫 (희생)타로 (한동대와 같이) 졸업생도 적고 학생수도 적은 만만한 신설학교인 우리를 때린 것이 아닌가 싶다"고 추측하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동대학교의 공식입장>
1. 한동대학교는 본교의 소송관련 변호사 비용 사용을 횡령으로 인정하는 등의 이유로 김영길 총장에게 징역 2년, 오성연 부총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 앞에서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 결과에 결단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2. 특히, 1심 공판과정에서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와 무리한 기소, 그리고 한동대학교를 음해하려는 고소인측의 의도 등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이 점을 널리 헤아리지 아니하고, 성급하게 검찰의 공소사실만을 받아들인 재판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하여, 참으로 비통한 마음을 가지고, 깊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3. 또한, 이번 사건에 관하여 김영길 총장과 오성연 부총장이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어떠한 행위도 한 적이 없음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한동대학교는 즉각적인 항소제기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2심 재판과정을 통하여 1심 판결의 부당한 결론이 반드시 바로 잡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4. 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이어 또다시 억울한 일을 당한 김영길 총장과 오성연 부총장에게 교직원, 학생, 학부모, 국내외의 후원자들과 더불어 무한한 애정과 지지를 보내면서, 한동대학교는 정상적인 학사운영과 기독교적 정체성을 위협하려는 어떠한 도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천명합니다. (2001년 5월 11일)
<한동대와 한동대정상화추진위원회의 해묵은 공방>
5월 11일 김영길 총장과 오성연 행정부총장의 법정구속으로 이미 7년째 계속돼온 한동대와 한동대정상화추진위원회(한정추) 간의 해묵은 공방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른 바 '한동대 문제'의 시작은 320억원을 기증해 1995년 한동대를 처음 설립했던 송태헌 씨가 경영난을 이유로 그 해 6월 재단을 포항선린병원과 합병한 이후부터 불거졌다. 송 씨는 합병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70억 원 상당의 학교부채 청산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재단복귀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송 씨를 중심으로 한 한정추와 한동대가 서로를 고소 고발하는 분규를 빚게 됐으며, 결국 김 총장이 구속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포항지역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이 가세해 한동대를 '시민의 대학'으로 환원시켜야 한다며 한동대 측과 갈등을 빚어왔던 한정추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육인적자원부에 김 총장의 해임을 건의하고, 보다 적극적인 시민홍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의 구형이 떨어진 이후 전국의 후원교회들을 대상으로 '한동대지지 서명운동'까지 전개해 온 한동대 측으로선 이번 판결이 자칫 학교의 정체성까지 훼손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한동대에 거액의 재원을 투입하며 기독교대학의 꿈을 키워온 한국교회로서도 이번 판결이 가져온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정추 관계자들을 비롯한 상당수의 포항시민들이 그간의 한동대 운영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것은 결국 온누리교회(하용조 목사)를 비롯해 한국의 대표적인 많은 교회들이 한동대를 후원해 왔음을 비춰볼 때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으로 불똥이 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영길 총장의 경우 금속재료공학자로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근무까지 했으며, 김 총장의 형인 김호길 박사도 포항공대 총장으로 재직했을 만큼 지역적으로 친숙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포항의 시민단체들까지 김 총장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한동대의 운영이 당초 설립자 송태헌 씨가 계획한 포항시민의 대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 총장은 한국교회에 창조과학을 소개하고 오랫동안 창조과학회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앞장서서 창조과학운동을 전개해 왔으며, 특히 기독교대학 설립을 위한 기독 지성인들의 모임에도 깊이 관계해 왔던 인물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동대의 초대 총장으로 김 박사가 영입된 것은 이미 불씨를 안고 시작한 일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한동대는 창조과학자들이 상당수 교수진으로 영입됐으며, 이런 학교 운영이 한국교회로는 매우 반가운 일로 받아 들여졌지만, 한동대를 포항시민의 대학으로 꿈꾸었던 상당수 포항시민들에겐 불만을 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미 한동대를 후원하고 있는 상당수의 교회들은 '한동대를 지지한다'는 서명운동까지 전개하고 있으며, 한정추가 본격적으로 한동대의 운영방침을 수정하러 들 경우 자칫 포항시민과 한국교회의 분규로 오해받을 소지도 없지 않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며 한동대문제를 풀어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랜드 노사분규나 성남시에서의 일화축구단 문제, 단군상 훼손 문제 등 내부적으로 많은 입장들이 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불신감을 심어 온 한국교회로선 또 하나의 곤란한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699
승인 2001.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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