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KDI는 반도체 편중 우려, 한은 금리인상도 "이른 판단"]
김현옥 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2017년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 KDI는 수출 수출증가세가 유지되고 소비가 개선되나 투자가 둔화되면서 2018년은 2.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른쪽은 정대희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 2017.1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경제의 '반도체 편중 현상'을 경고하며 내년 성장률을 2.9%로 제시했다. 이같은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보다 낮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돌발변수에 취약할 수 있다는 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른 판단"이라고도 했다.
KDI는 6일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성장률과 내년 성장률을 각각 4월 전망치보다 0.5%p·0.4%p 상향조정한 3.1%, 2.9%로 내놓았다. 정부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3%로 제시한 것에 비춰 보면 올해는 높고 내년은 낮다.
KDI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기구나 한은과도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IMF와 OECD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각각 3.2%와 3.0%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 10월 전망에서 올해 3%, 내년 2.9%를 예상했다. 최근엔 이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KDI가 내년에 2.9% 성장률을 예측하면서 내놓은 경기진단은 "경제의 개선 추세는 전반적으로 견실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1.5%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3%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 이같은 올해 성장률은 반도체가 이끌었다.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와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설비투자를 늘리게 한 요인이다. IMF와 OECD가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이유기도 하다.
KD는 그러나 내년에 대한 판단은 달리 했다. 내년 반도체의 가격이 올해처럼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지 않았다. 김현욱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반도체 사이클의 호황국면이 지속될 것인지 많은 견해가 있지만 중립적인 견해를 가지고 전망을 했다"고 말했다.
KDI가 주목한 또 다른 경제지표는 고용이다. 최근 경기회복세가 반도체 중심의 제조업에 집중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폭은 정체되고 있다. KDI는 내년 취업자 증가폭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본다. 성장률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의존하는 모습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 경기 개선도 반도체 가격하락 등 교역조건 악화의 충격이나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위험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증가율 전망치는 14.7%다. 그나마 수출은 올해(2.4%)보다 조금 더 확대된 3.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1.5%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성장의 흐름이 견고하지 않다는 점에서 내년 거시경제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재정정책은 재정건전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총지출을 증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 역시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의 판단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김 부장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거시경제 측면에서 볼 때 이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를 조절할 정도의 물가 상승세는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KDI는 정부의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혁신친화적인 규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중장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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