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선유도·화성 제부도·옹진 영흥도…난개발·불법행위에 만신창이
[※ 편집자주 = 전국의 아름다운 섬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관광 자원화 등을 내세운 난개발과 투기 등 갖가지 불법과 탈법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섬 주민의 숙원사업으로 연륙교가 건설되지만, 이것이 난개발의 시작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연합뉴스는 무분별한 섬 개발과 불법행위 현장 및 실태를 점검하고 섬의 자연과 생태를 보존하면서 주민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2편에 걸쳐 짚어봅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사람 발길이 닿지 않던 섬들이 연륙교 개통으로 관광지로 잇따라 변모하면서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천혜의 자연을 갖춘 섬에 관광객이 몰리자 난개발과 땅 투기가 뒤따르면서 아름다운 환경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아름다운 섬들이 힐링의 장소가 아닌, 먹고 마시고 떠드는 '왁자지껄한 유원지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섬 개발에 대한 근본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두 얼굴 야누스' 연륙교…섬 주민 숙원이지만 난개발 주범 꼽히기도
섬 난개발은 연륙교 건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섬을 육지화하는 연륙교 사업은 다도해인 서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륙교는 오랜 세월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물렀던 섬 주민의 꿈이자 숙원이기도다. 하지만 동시에 예기치 못한 문제들을 유발한다.
난개발로 하루아침에 섬이 '쑥대밭'이 되는 사례는 허다하다.
심지어 섬 주민들이 외부투기세력에 밀려 섬을 떠나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개발로 인한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숙원이었던 연륙교 건설이 주민들에게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교를 '두 얼굴의 야누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 연륙교 놓이자마자 스파에 골프장 공사까지…석모도 '난개발 주의보'
인천 강화군 석모도는 올해 6월 연륙교가 놓이면서 본격적인 개발 바람에 맞닥뜨렸다.
관광객들을 노린 각종 개발 사업이 삽을 뜨면서 난개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 빠른 민간 사업자들은 연륙교 개통을 앞둔 올해 초부터 이미 석모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석모도 매음리와 선두·삼성리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관광 인프라 건설사업만 대여섯 건에 이른다.
한 민간 사업자는 선두리 토지 15만8천㎡를 사들여 스파 조성 사업 인허가를 받았다.
삼성리에서는 휴양림을 지으려는 사업시행사가 토지를 매입 중이다.
석모도 매음리의 18홀짜리 골프장(79만4천㎡)도 올해 착공했다.
이 골프장은 9년 넘게 도시관리계획만 유지됐을 뿐 실제 개발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다가 섬이 연륙화 되자마자 첫 삽을 떴다.
개발을 노린 투기 탓에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보문사와 민머루 해변 등 주요 관광지가 몰린 매음리 지역 땅값은 원래보다 2∼3배 넘게 훌쩍 뛰었다. 3.3㎡당 200만원선을 호가할 정도다.
◇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도도 '몸살'…"불법 행위자들만 노닐어"
전북 군산시 선유도(2.13㎢)는 천연 해안사구, 드넓은 백사장에 멋진 자연풍광까지 어우러져 '신선이 노닌 섬'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이 섬 역시 육지와 잇는 연결도로의 내년 개통을 앞두고 불법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섬의 60%가량이 산지여서 주거지, 숙박업소, 음식점 등이 들어설 곳이 적다 보니 불법 건축 및 증·개축, 불법영업, 불법행위 등이 만연하다.
군산시가 지난달까지 전수조사로 파악한 섬 내 불법영업·행위는 397건이다.
공공용지 내 불법시설물 183건, 불법건축물 96건, 공공용지 불법점유 76건, 불법영업 33건, 토지 불법개발 25건 (중복 포함) 등이다.
이처럼 섬에서 국·공유지를 임의로 점거해 건물을 세우고 불법영업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선유도 식당 42곳 가운데 21곳이 무허가영업장이고, 컨테이너나 가정집에서 불법으로 음식을 팔기도 한다.
불법 펜션이나 식당업주들이 관광객을 데려오기 위해 2.5㎞의 비포장도로를 오가는 불법 셔틀버스를 운행했다가 경찰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쓰레기 무단 투기, 불법 소각, 오·폐수 무단 배출 등으로 섬과 인근 바다가 오염됐다.
정종국 선유도 관광진흥회장은 "잘못된 관행에 최근 몇 년 새 외지인들이 들어와 불법영업과 행위가 더 많아졌다"며 "연륙교 개통 전에 모든 불법행위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육지화에 따른 상승 심리가 작용해 3.3㎡당 땅값이 300만∼500만원으로 3년 전보다 4배가량 올랐다.
선유도 땅의 60∼70%를 외지인이 소유해 주민들은 비싼 값에 땅을 빌려 건물을 세우고 불법 증·개축해 영업하다 보니 육지보다 물가가 비싸 관광객의 외면을 받는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은 국·공유지를 점유하고 불법영업을 해오고, 행정당국도 제대로 규제를 안 해 탈·불법이 만연하다"며 "섬을 번듯한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9월부터 모든 불법행위를 강력히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제부도·영흥도 난개발 상흔 심각…자연경관 훼손·임대료↑
하루에 단 두 차례 바닷길이 열리는 경기도 화성 제부도는 연간 1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핫'한 관광지다.
그러나 2002년 11월 섬 전체의 용도 지역이 준농림지에서 자연환경 보존지역으로 바뀌면서 역설적으로 난개발이 시작됐다.
음식점과 숙박업이 모두 가능한 준농림지역 대신 자연환경 보존지역이 되면서 제부도에선 소매점과 농·어가 주택 등 일부 개발 행위만 허용된 것이다.
넘쳐나는 관광객에도 합법적인 민박이 6곳에 불과하자 이때부터 불법적인 난개발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법망을 피하려는 사업자들은 일단 소매점으로 허가받은 뒤 펜션으로 불법 용도 변경을 해 영업하는 꼼수를 썼다.
2011년 경기 화성시의회 시정 질의를 보면 2002년 이후 2011년 말까지 제부도에서 소매점으로 개발 행위·건축 허가 등을 받은 건수는 200여 건에 달했다.
이중 무려 43%에 달하는 86건은 펜션, 콘도, 여관 등으로 불법 증축됐거나 허가 용도가 아닌 용도로 쓰였다.
제부도 안에 있는 당제산도 단독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훼손됐다.
2001년 연륙화된 인천 옹진군 영흥도는 난개발로 이미 심각한 몸살을 겪었다.
1998년 이전까지 총 10건에 불과하던 영흥도의 숙박업소 건축 허가는 연륙화를 앞둔 1999∼2000년에만 55건으로 급증했다.
1998∼2001년 5월 말까지의 산림 훼손 허가 면적은 33만6천㎡(161건)에 달했다.
당시 영흥도 땅 주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토지 형질 변경 허가를 해준 공무원들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조승헌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영흥도의 경우 초기 개발 붐이 일어났다가 관광 수요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주인구가 줄어들었다"며 난개발의 후유증을 강조했다.
그는 "외부 자본이 들어와 섬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게 되면 오히려 개발로 인한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며 "관광 수요 기대가 높은 석모도도 이러한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개발 계획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수, 김인유, 임채두, 최은지 기자)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8/11/0200000000AKR201708110543000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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