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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90% ‘나홀로 사장’…10곳 중 7곳 5년 못 버텨 [뉴스분석]

천사요정 2019. 12. 17. 03:19

 2019-12-13 15:49:48


신생기업 역대 최대 ‘빛 좋은 개살구’ / 2018년 0.7% 증가에도 대부분 영세 / 부실징후기업 2019년 들어 20곳 늘어 / 전부 중소기업… 대기업은 1곳 줄어

편의점에 ‘알바 문의 사절’이라는 문구가 나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을지로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Y(74)씨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정책 홍보를 도왔다. 노동부 장관까지 만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1년 6개월가량 지난 요즘 그는 인쇄업 불황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까지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7명이던 직원도 2명을 줄였다. 그는 통화에서 “제도를 너무 급작스럽게 하다보니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대외 여건이 나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각종 규제로 신규 투자에 나서기도 여의치 않다. 여유 있는 기업들조차 생산활동보다 부동산 투자 등에 관심을 보이고 생산설비를 동남아 등 해외로 옮기는 데 열중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이 올들어서만 20곳 늘어났다. 이들 기업은 구조조정 수순을 밟게 된다.

지난해 새로 생긴 기업 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신생 기업 10곳 중 9곳이 ‘나 홀로 사장’인 영세기업이다. 그나마 창업 후 5년 이상 버티는 기업은 10곳 중 3곳에 그쳤다. 특히 1인 창업이 몰려 있는 숙박·음식점업은 5년 생존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12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기업 3307개사를 대상으로 정기신용위험을 평가해 210곳을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부실징후기업은 C등급 59곳, D등급 151곳으로 지난해보다 20곳이 늘어났다. 이들 기업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나 회생 절차 등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부실징후기업은 중소기업에 몰려 있다. 부실징후기업 가운데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의 대기업은 1곳 줄어든 반면에 중소기업은 21곳이나 늘었다. 부실화된 중소기업이 늘어난 건 세부평가대상 기업이 늘어난 데다가 실적도 소폭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실징후기업 중 중소기업 비중은 2016년 84.6%에서 올해 95.7%로 매년 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은행이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했으나 워크아웃 등 관리절차를 신청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를 강화토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불황 여파는 기업의 신생·소멸 수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지난해 새로 사업을 시작한 신생 기업 수는 92만개로, 전년보다 7000개(0.7%)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신생기업 대부분은 소규모 영세 창업이다. 신생기업의 89.3%(82만1000개)가 종사자 1명뿐인 기업이고, 70.7%(65만개)는 매출액이 5000만원 미만이었다.

20∼30대 젊은 창업자보다는 40대 이상 창업자가 많아 10명 중 7명꼴이다. 신생기업 대표자는 40대가 28.9%로 가장 많고 50대(25.5%), 30대(22.3%), 60대 이상(14.4%)이 뒤를 이었다. 최근 제조업·조선업 불황 등으로 명예퇴직한 40·50대가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 생긴 기업이 많지만 소멸기업 숫자도 무시할 수 없다. 2017년 소멸기업은 69만8000개로 전년보다 11.5%(7만2000개) 늘어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창업했더라도 오랜 기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2017년 기준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5.0%, 5년 생존율은 29.2%였다. 2016년 창업한 기업 중 35%가 이듬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퇴직한 40·50대가 창업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건 아는데, 대안이 없어 창업에 나서다보니 문 닫는 기업, 부실기업이 늘 수밖에 없다”라며 “(해법은)경기를 띄우는 것밖에 없는데, 지금처럼 고용률, 실업률 수치만 국한할 게 아니라 생산성이 높은 분야를 찾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백소용 기자 ysahn@segye.com

http://www.segye.com/newsView/20191212514247?OutUrl=daum


▲ 디지털타임스 = 신생기업 70% '죽음의 계곡' 못 넘는다

▲ 매일경제 = "장사 접겠다" 폭주하는 폐업 신청

▲ 서울경제 = 정비구역 해제 '민낯'…서울, 아파트 25만가구 날렸다

▲ 아시아타임즈 = 은행권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숨통'

▲ 이투데이 = "내년 더 힘들다" 신한금융 ROE 2% 낮췄다



▲ 찬바람 몰아치는 재계, 짐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겨울철 찬바람이 기업 구석구석으로도 휘몰아치고 있다.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1일 사내 인트라넷에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15년 이상 근속한 만 50세 이상 일반직과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다.

희망퇴직 조건은 법정 퇴직금과 24개월분 급여, 4년간 자녀 학자금 등이다. 23일까지 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추려낼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에도 단기 무급휴직을 시행한 바 있다. 불과 2달여 만에 희망 퇴직으로 인건비 절감 노력을 가속화했다. 희망 퇴직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3분기 항공업계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도 1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0% 수준에 불과해 위기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원태 회장도 최근 인력 감축과 사업 개편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지난달부터 창사 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53세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한다. 3년치 기본급에 성과급, 위로금 250만원과 자녀 1인당 교육비 1000만원까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현대제철 역시 실적 악화에 따른 인건

비 절감 차원에서 희망퇴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황부진과 원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4792억원으로 전년(7712억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탓이다. 

중국이 동절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감산에 돌입하면서 업황 회복 기대도 있었지만, 실제 감산 규모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불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3분기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통해 대대적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선 바 있다. 중국산 LCD 폭풍에 경쟁력을 잃게 되면서 관련 사업을 거의 정리하면서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LG이노텍도 지난달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데 따라 파주 LED 사업장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자동차도 불황 한파를 맞은 대표 업종이다. 다행히 현대차와 쌍용차는 노조가 한발 물러서면서 구조조정 대신 상생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르노삼성차는 노조가 처우 개선을 강경하게 요구하면서 닛산 로그 생산 중단에 이어 캐시카이 생산 수주에도 실패, 결국 희망퇴직 신청을 받게 됐다. 노조가 파업까지 결의하면서 내년 생산을 시작할 신모델 XM3 수주까지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 밖에도 삼성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등 상당수 업체가 희망퇴직을 시행했다고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연말 명예퇴직이 연례 행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퇴직을 권유하는 '노란봉투'가 일부 직원들에 전달됐다는 괴담이 도는 회사도 생겼다.

올해 구조조정은 실적 악화에 따른 긴급 조치 의미가 크지만, 단순히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뿐 아니라 고령층이 지나치게 많은 기형적 인력 구조를 개편하는 의미도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가 직급 체제를 간소화하고 임원 승진을 최소화한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들은 3분기 기준 임원수를 2015년보다 15.6%나 대폭 감축했다. SK도 올해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임원 인사폭을 최소화했다. 대한항공도 최근 임원 20%를 대폭 줄였으며, 대기업들 대부분이 임원을 줄이는 추세로 알려졌다.


http://www.metroseoul.co.kr/news/newsview?newscd=201912120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