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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죽음’ 보도연맹원 6명, 사형 집행 70년 만에 ‘무죄’

천사요정 2020. 2. 15. 17:23

14일 6·25전쟁 초기 사형당한 보도연맹원 6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 결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4일 6·25전쟁 초기 사형당한 보도연맹원 6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 결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950년 6·25전쟁 초기 북한군에 협력할 것을 꾀했다는 혐의(국방경비법상 이적죄)로 사형을 당한 보도연맹원 6명이 사형 집행 70년 만에 재심을 통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14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부(재판장 이재덕)는 마산지역 보도연맹원 6명의 유족이 제기한 국방경비법 위반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이미 사형을 당한 보도연맹원 6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거 공소장에는 이들이 1950년 6·25전쟁 초기 북한군에 협력하는 이적행위를 했다고 되어 있으나, 이를 입증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이는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1949년 6월 이승만 정권은 좌익 사상자 전향과 통제를 위해 보도연맹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보도연맹에 가입된 이들이 북한에 동조할 것을 우려해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마산에서도 보도연맹원 400여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마산형무소에 가뒀고, 마산지구계엄고등군법회의는 국방경비법상 이적죄를 적용해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 가운데 141명은 실제로 사형을 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마산지역에서 벌어진 보도연맹원 사건의 진실을 규명했고, 이를 근거로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 등은 2013년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이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4월 재심이 시작됐다.


노치수 회장은 “당시 돌아가신 분들은 논을 매다가 잠시 보자고 해서 불려갔거나, 부역하러 오라고 해서 나갔던 분들이었다. 북한군에 협력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70년 만에 무죄가 나와서 좋긴 하지만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사형을 당한 보도연맹원이 70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자, 각계에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경남진보연합, 경남여성연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등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자 마산보도연맹 재심사건 무죄 판결을 온몸으로 환영한다.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을 건립하고 추모 공원을 만들어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성명을 내어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모든 고통이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기원한다.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도 성명을 내어 “우리 지역에서 있었던 마산보도연맹 사건이 오랜 세월 동안 어둠에 갇혀 외면당하다 마침내 진실의 햇빛을 마주하게 됐다. 국가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평생을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살아온 유족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http://www.hani.co.kr/arti/area/yeongnam/928298.html?_ns=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