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다스 실소유' 인정해 횡령·뇌물 대부분 유죄... 형량 늘어나 보석 취소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 이희훈 |
[기사수정 : 19일 오후 8시 15분]
"항소심 판결로 피고인에게 징역 합계 17년의 실형을 선고하므로 보석을 취소합니다.
검사는 구금 조치를 취하세요."
19일 오후 2시 34분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판사 김세종 송영승)가 선고를 마치자 변호인단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피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말없이 책상 위를 바라보다 잠시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난 지 350일 만에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부품업체 '다스'를 실소유해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삼성으로부터 다스 미국소송비 등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 16개 가운데 8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재판장 정계선)과 거의 동일한 판단이었지만 항소심은 횡령규모를 247억 원에서 252억 원, 뇌물은 약 85억 원에서 94억 원으로 더 많이 인정했다. 자연스레 형량도 늘어났다.
법원의 똑같은 결론 '다스는 MB 소유'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 이희훈 |
이날 법원은 다시 한 번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의 횡령·뇌물혐의는 이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이 부분을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했을 뿐 아니라, 1심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다스에서 가짜로 급여를 받고 회삿돈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부분(약 5억 원)을 면소판결한 것도 유죄로 봤다
삼성 뇌물 인정 액수는 추가된 51억 원 가운데 일부만 인정됐으나 1심보다는 약 27억 원 늘어났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보를 건네 받은 검찰이 지난해 6월 법원의 허가를 받아 공소장을 변경했던 부분이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일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 삼성전자 본사가 다스 미국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에이킨검프에 자문료 형식으로 보낸 56억 원
▲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에이킨검프에 지불한 62억 원 가운데 총 89억 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줬다고 기소된 뇌물 혐의 중 16억 원 가량이 날아가면서 전체 뇌물인정액은 94억 원가량이 됐다.
항소심은 검찰이 이 전 회장의 선임을 위해 오갔다고 주장한 16억 1230만 원 중 1230만 원 짜리 양복만, 연임 목적으로 전달됐다는 3억 원 중에선 2억 원만 뇌물로 봤다.
또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18대 국회의원 선거 한나라당 비례대표 7번값으로 4억 원을 받은 혐의 중 2억 원만 뇌물로 인정했고, 나머지 2억 원은 뇌물이 아닌 불법정치자금이라고 했다.
다스 법인세 포탈, 다스 미국 소송 관련 직권남용, 국정원 특활비 뇌물(국고손실죄로 유죄 판단),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손병문 ABC상사 회장, 지광스님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은 1심의 무죄 판단이 대부분 유지됐다.
또 1심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소유 영포빌딩에 대통령기록물 3400건이 감춰져 있었다며 기소한 부분을 '재판부에 피고인이 유죄라는 선입견을 심어줬다'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로 봤다. 19일 항소심은 이 공소기각 판결 역시 정당하다고 했다.
"대통령 의무와 책임 저버려... 반성도 없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 |
ⓒ 이희훈 |
정준영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본인이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공무원의 부패를 막을 지위"라며 "그 의무와 책임을 저버렸다"고 했다.
또 그 수법이 은밀하고, 뇌물을 받은 기간도 길며 국정원 특활비로 국고를 손실한 액수만 4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가 이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이 명백한 경우에도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함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은 고개를 돌려 재판부를 바라봤다.
"주문을 선고하겠다. 피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다스 관련 횡령, 국정원 자금 수수로 인한 국고손실로 징역 5년. 삼성관련 뇌물 등에 대해 징역 12년 및 벌금 130억 원. 57억 8천여만 원을 추징한다."
재판부는 또 이 전 대통령에게 "지난해 3월 6일 보석 허가 결정에 따라 석방된 후 조건을 준수하면서 성실하게 재판을 받음으로써 헌법 24조 4항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보석제도의 중요한 가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형량이 늘어난 만큼 보석을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이 다시 구치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려고 변호인단은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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