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수방사 소속 병사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요즘 외국 친구들이 그럽니다. 한국 정부 욕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밖에 없다고."
지난 6일 <해외에선 한국정부 찬사, 한국 언론은 '방역실패' 기도?> 칼럼에 달린 네이버 댓글 중 하나다. 부제가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한 한국 일부 언론의 '도 넘은' 보도"란 해당 칼럼에 달린 1000여 개의 댓글 중 이같이 외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평가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우리보다 뒤늦게 코로나 19 확진자가 속출 중인 국가가 대부분인 만큼, 외국인들 역시 각 나라별 대응이나 현지 의료시스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최근 코로나19가 29개 주로 급속하게 확산된 미국 역시 마찬가질 터. 미국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이 적은 댓글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었다.
"저 지금 미국 살아요. 확진자는 200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사망자가 14명이나 됩니다(8일 오후 기준 사망자 19명, 확진자 약 400명 - 편집자 주). 증세가 심각해져야만 코로나 검사해주고, 그 검사 비용마저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더 감염된 사람이 많을 거란 추측이 많습니다. 의료시스템은 정말 한국 최고예요."
이렇듯 이란과 이탈리아는 물론이요, 미국과 유럽 전역까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일로를 거듭하는 가운데 우리 방역당국의 전방위적 검사 체계와 정부의 공세적 대응 등 한국의 공중보건‧의료시스템이 전 세계로부터 한층 더 주목받는 중이다. "한국은 광범위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며 우리 방역 당국의 검사 체계의 우수성을 인정한 듯한 미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대응 조정관인 데비 벅스의 발언도 그 중 하나였다.
8일 <연합뉴스>가 6일(현지시간) 백악관의 녹취록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데비 벅스 조정관은 5일 마이클 펜스 미 부통령이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한 워싱턴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래서 한국은 가벼운 병, 중간 정도의 병, 심각한 병을 찾아내고 있다"며 "한국의 치명률은 0.5% 이내인데, 이는 3%보다는 훨씬 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19 관련한 수치를 제공받는다는 설명 뒤에 나온 평가였다.
그렇다면, 우리 교민들은 거주 국가와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교민들이 전하는 미국과 유럽의 상황
"한국이 부럽습니다. 오늘 조회에서도 많은 이들이 한국의 대응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최근에 한국에 다녀온 한 백인 동료는 열감지 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한국의 예를 들며, 이곳에선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드디어 무지가 공포를 일으키는 상황이 왔고, 그 공포는 계속 확산 일로에 있습니다. 동네 코스트코에서 병물과 화장지가 다 떨어지는 걸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길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미 시애틀의 한 우정국에서 근무하는 권종상씨의 경험담이다. <안녕하세요? 권종상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권씨는 8일 <시애틀에서 느끼는 공포의 확산, 그리고 도드라지는 대한민국의 힘과 위상>이란 글에서 최근 시애틀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난 뒤 목격한 미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시민들의 불안감을 전달하고 있었다.
권씨에 따르면, 최근 미 연방정부와 연방우정국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내놓지 못해 직원들 사이에서 격론이 펼쳐졌다고 한다. 아울러 시애틀에서 30분 떨어진 다른 우정 집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는데, 알고 보니 그 환자가 최근 대구를 방문했던 교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방역 당국의 대처는 해당 우정국에 대한 폐쇄 조치 없이 소독을 한 것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을 전한 권씨의 결론은 이랬다.
"그러나, 오늘 (우정국 직원들의) 조회에서 이야기가 쏟아진 것처럼, 대한민국처럼 그 대응이 잘 되고 있는 나라도 없습니다. 여섯 번 이상, 미국도 한국에서 하는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의들이 나오더군요. 이 전세계적인 고통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 건 참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역시 문제는 정치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이나 미국의 허둥거림을 보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더욱 위대해 보입니다."
최근 프랑스에 거주중인 한 재외국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 역시 관심을 모았다. "요새 유독 한국에 대한 자학(?)글이 많은 것 같아서 답답해서 제 생각을 써 봅니다"라는 이 재외국민은 먼저 우리 정부의 마스크 수급과 프랑스 정부의 대처를 비교했다.
"마스크를 국가가 배급하는게 북한스럽다? 여러분, 그나마 한국만큼 정부가 현재 국민에게 봉사 중인 나라는 지금 전 세계 어딜 봐도 드물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는 어제인가 그제인가 아예 공지가 내려왔는데 뭐라고 했냐면 개인은 아예 마스크 구하는 게 금지가 되었어요.
아예 환자로 확진이 되어야 나라에서 마스크를 줄 테니까 개인은 알아서 손 씻기나 잘하라는 공지를 뿌렸습니다. 이미 1~2월부터 약국에서 마스크 찾기 어려워지긴 했었습니다만. 이렇게 당당히 국가 차원에서 니들이 알아서 마스크 없이 버티라고 알리기까지 할 줄은 몰랐죠. 이게 한국보다 돈 많고 핵무기도 가진 힘 센 나라의 현실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프랑스에서 자신이 겪은 체험을 토로하던 이 재외국민은 그에 비해 우리의 대응을 '빠릿빠릿하게 집중해서 일 잘하는 한국 공무원들', '한국 의료로 해결이 안 되면 전 세계 어디서도 해결 못할 우리 의료 시스템'이라 비교하기도 했다. 이런 문장을 곁들이며.
"저처럼 해외에서 살아보면 한국이 정말 얼마나 뛰어난 나라인지 체감을 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어야 하나요?"
"선거 국면에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주제는 아주 쉽게 정치적으로 이용된다. 분명 코로나 확진자 수와 같은 시민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정부 및 여당이 빠지기 쉬운 유혹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정치적 실익을 제쳐두고, 오직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뿐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러한 이유로,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그러한 정부의 의료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한국에서 치료받고 싶다는 불안 섞인 공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 프랑스가 아니라."
지난 6일 "파리와 파리 교외의 두 개 (국립)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밝힌 한 교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프랑스에서 본, 마크롱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결론은 이랬다. 이 교민은 코로나19 사태를 대하는 한국과 프랑스 정부의 온도 차를 두고 각각 지방선거(3월)와 총선(4월)을 앞둔 마크롱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고려' 유무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반론도 없진 않았다. 독일에 거주 중이라는 또 다른 교민은 댓글을 통해 "독일과 유럽은 한국과는 다른 노선을 선택한 모양새"라며 "우리나라처럼 선제적 검진, 격리조치 같은 것은 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독일 교민은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유럽은 우리나라의 초기 대응 (당시)에 없었던 (한국 방역당국이 사람들을 갈아 넣어서 만들어낸) 정보"와 "(휴가 문화를 비롯한 유럽의) 자기 격리 문화와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두 유럽 교민이 공통적으로 느낀 점도 있었다. 이들은 공히 코로나19의 확산과 프랑스, 독일 정부의 대응에 강한 불안감을 표시하며 "한국이 더 안전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프랑스 교민은 "어디에서든 코로나에 감염될 처지라면, 프랑스보다는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고 싶다는 것이 필자를 비롯한 주변의 한국 교민들의 생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한국 내 목소리에 분통을 터트리는 교민도 있었다. 6일 미 시애틀 인근 커클랜드에 거주 중이라는 교민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순전히 궁금해서 묻습니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어야 하나요?"라는 글에서 이렇게 반문했다.
"한국 정부 대처를 반대한 사람들이 보수 쪽이라고 하는데, 보통 보수들은 정부가 많이 개입하는 거 싫어하지 않나요? 예산 이런 데 막 쓰는 거 복지 예산이라고 싫어하지 않나요? 여기서 정부가 뭘 더 다르게 했어야 하나요?
전 한국 정치는 몰라서 문재인 정부 칭찬이나 욕에는 관심 없고요. 하도 외신은 입을 모아서 한국 칭찬하고 한국 데이터 다 참고하고 한국 정부 반의반이라도 좀 해 보라고 (자국 정부를) 욕하는데, 한국 내에서만 정부 욕이 너무 많아서 신기해서 그럽니다."
막연히 욕하는 이들이 경청해야 할 목소리
앞서 소개한 권종상씨 역시 지난 1일 <코로나19 에 대처하는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 그리고 우리나라의 언론같지 않은 언론들>이란 글에서 동일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권씨는 한국 방역 당국의 대처를 호평한 <뉴욕 타임즈>와 ABC,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린시>의 기사를 소개하며 "이제 우리 언론을 들여다보기보다는 그냥 외신을 보는 게 더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권씨가 소개한 외신 기사 중 <포린 폴린시>의 지난달 말 보도 역시 미 워싱턴 DC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교민 네이선 박(S. NATHAN PARK)의 기고문이었다. 그는 <사이비 종교와 보수단체가 한국에 퍼뜨린 코로나바이러스>란 기사에서 "신천지만 코로나19 확산에 일조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 역시 한 몫을 하고 있다", "정치나 언론계의 저명한 보수주의자들의 상황도 별 다를 바 없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렇듯 미국과 유럽에 거주 중인 교민들의 목소리가 가리키는 핵심은 일관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대처가 미국과 유럽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 세계 각국이 그런 뛰어난 대처를 인정하고 우리의 정보를 제공받으려 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언론과 보수야당이 우리 정부의 대응을 무턱대고 비판하는 것이 의아하다는 것.
한발 물러서면 더 넓게 보이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교민들의 글과 마찬가지로 최근 한국 생활 9년 차인 영국인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가 <엘르> 한국판에 기고한 <한국 언론을 믿을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란 글이 그러한 의아함을 풀 수있는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화제를 모은 이 글에서 라파엘 기자는 '한국의 언론이 형편없는 이유'로 "팩트 체크의 누락, 사실의 과장, 표절, 사실을 가장한 추측성 기사, 언론 윤리의 부재" 등을 꼽은 뒤, 이런 주장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 얼마간의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 속에서 이 '미디어의 역할'은 더욱 돋보였다. 너무 많은 소문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사실들, 잘못된 정보들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번져나가는 상황 속에서 수많은 언론은 그저 사회적 불안감, 패닉, 좌절, 무질서를 야기하는 이 모든 것들을 무분별하게 '팩트'라고 반복 보도할 뿐이었다."
외국인 프리랜서 기자가 코로나 사태를 둘러싼 한국 언론의 난맥상을 짚은 내용이 이리도 적확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면서도 놀랍다. 진심 어린 비판을 경청해야 할 이들이 그러나 결코 자성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비극일 테지만. 더 나아가 라파엘 기자의 이 문장에서 "수많은 언론"을 (네이선 박이 언급한) "수많은 (저명한) 정치가나 언론인"으로, "반복 보도할 뿐"을 "반복 주장할 뿐"으로 바꿔도 무방할 것 같지 않은가.
맞다. 한발 물러서면 더 넓고 더 멀리 보이는 법이다. "한국 정부 욕하는 사람들은 한국인 밖에 없다"거나 "우리 언론보다 외신 보는 게 더 낫겠다"는 한국 밖 목소리 역시 같은 맥락일 터다. '마스크 대란'을 물고 늘어질 때가 아니다. 우리 정부와 방역당국의 코로나 19 사태 대처에 대한 외신이나 교민들의 평가와 한국 언론의 그것이 왜 갈라지는지, 라파엘 기자의 일침이 왜 유효한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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