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밝혀진다/조중동국한VOA

[저널리즘토크쇼J] 패턴 들통 난 언론, 위기의 경제 보도

천사요정 2020. 4. 27. 04:09


[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비평 끝판왕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이상호]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도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최욱] 정말 반갑습니다. 최욱입니다.

[이상호] 타협 없는 언론 저격수죠, 임자운 변호사입니다. 어서 오세요.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그리고 시즌 1때 함께했다가 본인 이름을 내건 <최경영의 경제쇼> 진행자로도 맹활약 중인 분이시죠? 진실탐사 엔터테이너 최경영 기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최경영] 안녕하십니까? KBS 최경영 기자입니다.

[최욱] 요즘은 아주 활약이 눈부셔요, 인기가 거의 제 무릎까지는 온 것 같아요.

[최경영] 어깨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요? 진실탐사 엔터테이너인데.

[최욱] 어깨까지 왔습니까?

[이상호] 그리고 오늘 함께하실 경제 저널리즘 전문가 모셨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이봉수 교수님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봉수] 이봉수 인사드립니다.

[최욱] 우리 교수님, 어떤 분인지 과거의 이력을 제가 살펴봤더니.

[이상호] 또 뒷조사 하셨어요?

[최욱] 김종인 위원장만큼 변화무쌍하시더라고요.

[이상호] 비유가...

[최욱] 정말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서울대를 졸업하고 아주 기분 좋은 마음으로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를 하십니다. 그러고 나서는 정말 결이 다른 한겨레의 창간 멤버로 들어가시고 그 이후로는 또 영국에서 경제 저널리즘 박사 학위를 따서 오셨더만요? 변화무쌍하십니다.

[이봉수] 여기가 이렇게 살벌한 데인지 몰랐는데. 졸지에 회색분자로 만드셔서.

[이상호] 다양한 경험을 하신 만큼 또 깊이 있는 비평도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그동안 코로나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던 언론이 또 다른 공포에 주목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바로 경제 위기 관련 보도들인데요,


저널리즘 토크쇼 J 87회 방송에서는 우리 언론들이 이 경제 위기 문제를 얼마나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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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경제위기 언론보도
[방송 뉴스 헤드라인]


‘코로나 패닉’에 기업·당국 사투 중
생존 위협받는데... “지원대책 체감 못 해”
대기업 부도날라... 100조 투입
지난 달 취업자 20만명↓ 휴직자 역대 최대


[신문 뉴스 헤드라인]
“우한 코로나 직격탄, 한국 성장률 최악의 경우엔 0%대”
48兆 ELS에 코로나 날벼락, 잠 못드는 투자자들
생산-소비-금융 모두 ‘코로나 중병’
코로나發 고용 빙하기 온다...일시휴직 160만명 역대 최대
‘경제 불황 팬데믹’ 공포...코스피 1500선 또 붕괴
“경제 빙하기 대비해야”...자산매각 등 현금 확보 나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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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v자형>
4월 6일자 조선일보 기사고요. <작년 정부 적자 사상 최악 기록, 눈사태가 시작됐다> 4월 8일자 조선일보 사설입니다. 그리고 <빚으로 쌓은 모래성의 붕괴, ‘1997 경제 스릴러’>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국경제의 신문이고요. 이어서 패닉, 절벽 같은 아주 자극적인 단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들, 어떻게 보셨어요?
</v자형>


[최경영] 2008년, 2009년 금융위기 때도 똑같이 이런 단어 장사를 했었던 것이고요. 한국 신문들을 보면 지난 10년, 20년 동안 경제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거든요? 항상 최악이었고 항상 바닥이었어요. 이거는 보수, 진보를 다 떠나서 지금도 어떤 인터넷 검색 포털, 기관 검색을 해본다면 항상 수천 개의 단어가 나와요, 매년. 먼저 제목 장사를 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인 다음에 클릭을 유발하고, 그렇게 해서 그 안에 정치적인 논리를 넣는 거죠.


[이봉수] 경제 저널리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균형 감각입니다. 경제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부 사건처럼 명암이, 선악이 분명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거를 선정적으로 표현을 해서 과장 보도를 하게 되면 결국 지렛대 구실을 해서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키는 문제가 있죠. 노무현 정부 때 경제가 나빴다고 지금도 그렇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때 ’경포대‘라는 이런 낙인을 찍었죠.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다” 그런데 사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26% 성장을 했습니다. ‘경포대 ‘같은 네이밍을 통해서 이 딱지를 붙인 거죠. 이 딱지를 통해서 복잡한 경제 현실을 한 단어로 정리해주니까 이게 잘 먹히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악의적일 때인데 이 토크쇼도 들어보면 최욱 님도 이름 붙이기 귀재더라고요. 사실 왜곡을 안 하시니까 계속 하셔도 좋은데요.


[이상호] 그런가요?

[이봉수] 경포대 대신에 이번에는 ‘경제 폭망’이라는 게 등장했죠,

[강유정]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에 전이가 되게 쉬운 상태라는 거예요. 경제 위기는 현실이 맞습니다만 그것에 대한 공포가 설계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는 겁니다. 공포감이라는 건 굉장히 주관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염이 너무 쉽기 때문에요. 그런데 특히 보수 언론들을 보자면 이 전염병의 공포, 감염의 공포를 경제 공포로 이어가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걸 여러 기사나 혹은 사설들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호] 지상파 3사의 방송 뉴스는 경제 위기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정부가 3월 고용동향 통계를 발표했죠. 지난 17일에 지상파 3사는 이 소식을 일제히 주요 리포트로 소개를 했습니다. 먼저 MBC는 일시 휴직자 160만 명에 대한 보도와 함께 중국의 마이너스 성장에 주목한 국제 뉴스를 전했고요. KBS와 SBS는 코로나 관련 보도들 중에서도 고용 동향을 첫 소식으로 전하고 각각 다섯 꼭지, 여섯 꼭지에 걸쳐서 경제 이슈를 전했습니다. 먼저 KBS 보죠. <지난달 취업자 약 20만 명 감소, 일시 휴직자 사상 최대>라면서 역시 고용 통계 보도를 시작으로 일자리가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뒤에 국제 뉴스로 넘어갑니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 소식에 이어서 다시 국내로 돌아와서 정치계의 다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최욱] 너무 신기해요. SBS 보도도 구조가 매우 비슷합니다. 먼저 <코로나 쇼크, 서비스업 고용 21년 만에 최대 감소>에 이어서 일시 휴직자가 160만 명이라는 고용 동향 보도가 나갔죠, 그 다음에는 <취업도 알바도 별따기, 벼랑 끝 몰린 코로나 세대> 현장 목소리 들어가죠. 그 다음에 중국으로 가야 하겠죠? 미국 갑니다. 그래서 국제 뉴스 갔다가 다시 우리 국내 정치계의 다짐으로 마무리가 되는 너무나도 비슷한 구조, 신기하네요. 이거는 뭐 어떤 팁을 주는 대장이 한 명 있나보군요, 3사를 아우르는


[최경영] 그게 아니고 이제까지 경제 보도를 항상 이렇게 해왔으니까, 맞춤화된 경제 보도인 거죠. 선배들한테 배운 게 이거예요, 그래서 항상 이렇게 하는 것이고. 그 외에 보도를 해 본 경험은 사실 없거든요.


[최욱] 그런데 3사 대장은 다 다를 거 아니에요, 데스크는.

[이상호] 같은 데스크가 아닌데 어떻게 이런 보도가

[최욱] 이것 참 신기하네요.

[이상호] 현실입니까?

[최경영] 이게 맞춤형 빵을 만드는 것 같은 거예요. 항상 30초나 40초 정도 기자의 멘트가 나온 다음에 인터뷰가 나와야 채널이 돌아가지 않는다, 뭔가 좀 제작을 하는 것 같다는 거죠.

[최욱] 현장 목소리가 들어가면.

[최경영] 그렇죠.

[최욱] 그런데 왜 똑같이 중국하고 미국하고 갔다 옵니까?

 

[최경영] 보도의 깊이는 없으니까. 방송 뉴스는 어쩔 수가 없는 게요. 이건 기자들 욕하는 게 아니고 형식이 그래요. 형식이 1분 30초, 아무리 길어도 2분이잖아요. 그러면 2분 안에 담아내면서도 시청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내용이 항상 나올 법한 내용만 나와야 하는 거예요.


[강유정] 이렇게 특히 부정 편향적인 기사들 <코로나 쇼크, 서비스업 고용 21년 만에 최대 감소> 이런 것들이 방송 3사에서 이미지를 갖추고 인터뷰를 갖춰서 동시에 나오게 되면 굉장한 이미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거예요. 동시에 전송됨으로써 효과가 가중된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저는 종이 신문에서 보여주고 있는 어떤 프레임도 문제지만 이런 기사들이 주고 있는 막연한 어떤 연상 효과, 이것도 굉장히 위협적이지 않나 하는 우려도 됩니다.

 

[최욱] 언론사는 다양한데 내용은 찍어낸 듯 똑같다. 붕어빵 저널리즘 들어갑니다.

[이상호] 붕어빵 저널리즘.

[최욱] 괜찮죠?

[이봉수] 좋습니다.

[최욱] 쓰시겠는데요. 강단에서.

[이상호] 그러다 보니까 손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헤드라인을 어떻게 좀 더 자극적으로 뽑을 것인가 여기에 또 혈안이 돼 있죠.

[최욱] SBS 경우에는 헤드라인이 굉장히 셉니다. “굶어 죽겠다”

[이상호] “굶어 죽겠다”


[최욱] 저는 북한 소식을 전하나 했어요. 알고 봤더니 20대 요식업 휴직자의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이기는 합니다만 ‘헤드라인에 굶어 죽겠다‘, 이건 조금 심한 건 맞죠?


[임자운] 내용이나 포맷에 있어서 차별화를 못 두니까 이런 헤드라인을 통해서 시청자를 잡아끌려는 선정성이라고 보입니다. 제가 통계청 보도자료를 확인해보니까 맨 뒤에 향후 월별 고용 동향 일정표, 그러니까 언제 고용 동향을 발표할지가 쫙 나와 있더라고요. 이 말은 뭐냐 하면 기자들에게는 예측할 수 있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얘기죠. 소위 말하는 기성 미디어가 유튜브 같은 뉴 미디어로 인해서 위기에 봉착했다,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이 많이 보이는데 저는 이런 부분에서 고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적, 물적 자원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깊이 있는 분석과 새로운 접근을 하고, 동일한 소스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그것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경제가 어려운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런데 최근 그 심각성을 가늠해볼 만한 자료가 발표가 됐습니다. IMF 국제 통화 기금이 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인데요.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지 헤드라인을 뽑아봤습니다. <22년 만에 역성장 우려>,

,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썼습니다.


[최경영] 경제가 나쁘다고 경제 기사가 저질일 필요는 없어요. 경제가 나쁠수록 고품질의, 양질의 경제 기사를 제공하면 경제적 심리도 완화되고 그게 경제에 도움을 주는 거거든요. 경제는 항상 양면이에요. 그래서 가령 ‘환율이 지금 안 좋다’ ‘환율이 높다’ 이건 역으로 말하면 수출 경쟁에서는 유리한 거예요. 그러니까 단기적인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만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중기적, 장기적 관점으로 사람들이 경제에 대한 조망을 해주게 하면서 전체 경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각과 다양성들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최욱] IMF는 기구 이름인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IMF는 우리의 힘든 시기를 표현하는 단어로 쓰이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상호] 지금은, 그렇죠.

[최욱] 그러니까 IMF라는 단어가 딱 등장을 하면 우리 또 그때처럼 되는 거 아니야? 이런 공포심이 자동으로 생기죠.


[최경영] <대공황 이후 최악> 이런 제목을 보면 대공황처럼 최악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IMF 보고서를 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이야기를 해요. “그 정도는 아니다. 대공황 때 같이 그렇지는 않다”고요. 그래서 경제 전문 통신사 로이터 통신도 “NOT 1932년”, 즉 “1932년만큼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이야기를 합니다. 이 기자가 인터뷰를 아주 상세하게 달아놓는데, “IMF 보고서 전문을 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32년보다는 상당히, 훨씬 더 온화하다(considerably milder)” 이런 표현을 썼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기사에서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어요.


[이상호] 그래서 J제작진이 영문으로 된 보고서 원문을 찾아봤어요. 한국 경제가 얼마나 비관적인 전망인지 살펴봤습니다. 먼저 보고서는 “최근 석 달 동안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고 시작을 합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자체, 거시경제적 여파, 금융 및 상품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면서 “10년 전 세계금융위기 때 봤던 걸 능가하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분석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각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표로 제시를 했는데요. 세계경제는 -3%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선진국의 경우에 평균-6.1%, 그 중에서 미국이 -5.9%, 일본이 -5.2%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을 했습니다. 한국이 정말 양호해요. -1.2%입니다.


[최욱] 그러니까 이거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그 동안에는 항상 언론들이 ‘미국은 좋은데 우리는 이렇게 안 좋다고’ 항상 비교하면서 혼냈거든요. 그거 기분 굉장히 나쁘거든, 비교하면서 혼내는 거.

[최경영] 그렇죠.

[최욱] 그런데 이번에는 비교를 안 해요. 이거 의도가 있는 거 아닙니까?


[최경영] 비교를 좀 이상하게 하죠. 그러니까 원문을 보면 우리는 분명히 어드밴스드 네이션
(Advanced nation)에 들어가 있어요. 선진국에 들어가 있거든요

[강유정] 대개 언론 소비자들은 원문까지 볼 마음은 있어도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국내 언론에서 어떻게 분석하느냐를 보기 마련인데 이를테면 베네수엘라와 같은 복지 정책을 잘못 펴서 망한 국가를 얘기할 때처럼 우리보다 후진적인 국가들과 우리 정책을 비교하는 보수 언론의 기조는 많이 봤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선택적으로 오히려 빼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겁니다. 이번 경우도 선진국 안에서 -1.2%라는 경제성장률을 비교해야만 객관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이런 정보를 빼놨다는 혐의를 부정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최욱] 제가 이런 비유 한 번 해보겠습니다. 신흥국과의 비교는 저한테 누군가가 옆집에 그 중학생 철수는 1년에 키가 10cm 크는데 너는 왜 키가 안 크냐?


[최경영] 그거예요.

[최욱] 정확하죠?

[최경영] 정확합니다.


[이봉수] 선진국이 되면 경제성장률을 2%를 넘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그거를 넘으려면 다른 경기 부양책이라든가 수단을 많이 동원하기 때문에 나중에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어서 오히려 2% 내에서 안정적으로 경제 성장을 하려는 측면들이 있습니다. 21일 발표를 보니까 한국이 올해 -1.5%, 마이너스 성장을 하겠지만 내년에는 반등할 걸로 봤습니다. 그리고 국가신용등급도 AA, 더블A 학점을 주고 그대로 유지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걸 곧 일시적인 위기로 본 거죠.


[임자운] 이제까지는 별 근거 없이 경제가 어렵다고 했다가 어쩌면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가 마이너스를 앞에 붙여서 수치를 말해버리니까 저는 약간 환호하는 느낌까지 드는 거예요. 이제까지 우리가 해 왔던 주장에 뭔가 근거가 생겼다고 하는 거죠.


[최경영] 우리가 98년 외환위기 이후에 그 직후부터 계속 무역 수지가 흑자예요. 딱 한 해 빼고, 금융위기 있었던 그 해 빼고는 계속 흑자거든요. 이런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드물어요.


[임자운] 저는 이런 국제기구의 보고서에 대한 우리나라 언론의 왜곡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좀 아픈 기억이 있거든요. 2016년에 UN에서 삼성 백혈병에 관한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어요. UN에서 한국으로 파견을 와서 이 문제를 보고 삼성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정부가 뭘 잘못한 건지를 꼼꼼히 조사를 한 거예요. 그런데 2016년 9월 연합 뉴스를 시작으로

,

이런 식으로 기사가 수십 개가 쏟아진 적이 있어요. 저는 다른 보고서가 나온 줄 알았어요. 그런데 봤더니 그 보고서인 거예요. 오보인 거죠. 그 때 UN 보고서를 작성한 특별 보고관이 뉴스타파에 나와서 “국제 사회에서 삼성 백혈병 문제에 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한국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 정말 크게 놀랐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말까지 했거든요. 이번에도 비슷한 문제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봉수] 특히 경제 보도 문제가 정정을 안 합니다. 절대로 그 기사를 잘못 쓴 사람이 문책을 안 당하거든요. 그러니까 계속 이런 오보를 내고도 태연자약한 거죠.


[이상호] 한편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서는 보고서 원문에는 없는 동일한 인터뷰가 눈에 띕니다. “IMF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2%로 전망한 이유는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한국의 전방위적 접근과 신속한 경기 대응 정책이 경제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인데


[최욱] 원문에 없는 인터뷰를 어떻게 썼을까요?

[이상호] 그러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찾아봤더니 애초 출처가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였습니다.
여기에는 보고서를 번역한 요약본과 한국의 전망에 대한 IMF측의 평가가 같이 담겨 있었는데


[최경영] 부끄러운 점이지만 우리나라 기자들 중에 IMF 웹사이트 주소가 IMF.com인지 IMF.org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도 안 들어 가봤기 때문에. 그리고 원문을 다운로드 받아서 거기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있는지도 모르고


[이상호] 그러게요.

[최경영] 그리고 그게 다 공짜인 줄도 몰라요, 다 공짜예요. 인터뷰도 다 공짜, 인터뷰 전문도 공짜, 블로그도 따로 운영하는데 그것도 또 공짜. 다 다운로드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기획재정부에서 2,3 장 정도 보도자료를 만들어서 배포를 하는데 거기에 본인 신문사의 정치색을 입히는 게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IMF.org인지 IMF.com인지는 꼭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정답은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봉수] 최 기자님도 최근에 안 것 아닙니까?

[최욱] 우리 교수님, 사람 잘 죽이시네요.

[최욱] 보도자료를 보면 본인들이 원하는 것만 쏙쏙 빼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편식 저널리즘. 편식이 건강에 해롭거든요. 저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임자운] 저는 보도자료 관련해서요. 제가 시민단체 활동하면서 제일 많이 쓴 게 보도자료거든요. 물론 기자가 거기에 따라야 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모든 기관이나 단체는 거기에 관점을 담기 마련이고 이번에 기재부도 분명히 관점을 담았어요. 기자 입장에서 그게 마음에 안 들면 거기에 상응한 취재를 해야죠, 그런데 그 보도자료의 하나 문장만 빼는 것은 원 소스를 왜곡한 거죠


[강유정] 한편으로는 언론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소비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 바로 이 경제 보도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어떤 언론사의 경제관, 그리고 정책관에 따라서 매우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사 작성이 용이하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요.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해석이 무척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해석을 잘해서 언론 소비자들에게 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를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답답한 영역이 경제 관련 보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봉수] 어렵기 때문에 장난칠 소지가 커지는 거죠. 통계를 취사선택하면 되니까요. 균형 잡힌 기자라면 자기가 몰고 가는 기사 방향에 맞지 않은 코멘트도 달아줘야 합니다. 그게 저널리즘의 원칙이에요.


[J팩터뷰]=================================================================


[이상호]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보고 계신 기자 분들도 저희와 함께 공부를 해보시죠. J팩터뷰 코너에서는 최근 이 보고서와 관련해서 주요 외신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이나 ABC 뉴스에 등장했던 분이죠.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 한국분이십니다. 이창용 국장 화상 연결해서 말씀을 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창용 국장님, 안녕하세요?


[이창용] 안녕하십니까

[이상호] 녹화 시간상 미국은 지금 자정을 넘긴 시간이어서 꽤 늦은 시간인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창용] 저도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최근 IMF 회원국 절반이 넘는 90여 개국이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정확히 어떤 상태에 있다고 진단을 하십니까?


[이창용] 저희가 음의 성장치를 발표하니까 국내외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서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하는 그런 문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한국 경제 성장률이-1.2%로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나쁘게 보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실물경제가 충격이 컸다는 겁니다.

두 번째 요인은 지금 2020년만 보면 세계경제 상황이 글로벌 경제 위기 때보다 훨씬 나쁩니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경제 활동을 허용했기 때문에 충격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지금 미국과 유럽을 보면 코로나를 막기 위해서 전면봉쇄정책을 했기 때문에 한 달 문을 닫으면 유럽의 경우는 1개월에 GDP가 3%씩 떨어질 정도로 경제 활동이 안 일어나고 있습니다. 거기다

한 가지 요인이 더 추가된 것이 중국인데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우리가 올해 1.2%로 보고 있습니다. 작년 같으면 6% 성장했던 나라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전 세계 금융위기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성장률이 9.4%였습니다.

2008년과 비교할 때 이렇게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해서 아시아의 성장률을 제고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이유로 지금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2%로 저희가 보고 있고요. 선진국보다는 양호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려움을 단기에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최경영] 코로나19 사태가 만약에 마무리된다면 말이죠. 그러면 세계 경제나 한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을 하십니까?


[이창용] 내년에는 이 낮은 성장률이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사태가 마치 생산 시설이 다 망가진다든지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요. 이 바이러스가 잘 컨트롤 되면 내년에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경제성장률이 -1.2%에서 3.4%로 회복될 거로 예상하고 있고요. 전 세계 경제도 -3%에서 5.8%로 회복될 거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정에는 전염병 확산이 어떻게 될 지를 전망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불확실합니다. 백신이 개발된다든지 아니면 빨리 해결책이 생기면 저희 전망치보다 좋아질 수 있지만 만일 예상한 것과 비교해서 하반기부터 경제 성장이 안 일어난다면 저희가 생각하는 전망치보다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상호] 특히 한국은 수출과 무역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고 상당수 언론들이 세계 경제가 휘청이면 한국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들을 내놓습니다.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세요?


[이창용] 다시 외환 위기처럼 국가 부도 사태가 오고 그런 정도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업률도 많이 높아질 거고 파산하는 기업도 많이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금융 위기까지 올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불황이 이제 심해지는 거죠.


[강유정] 국내 언론에서는 지금 -1.2%만 거듭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장님이 보시기에는 이 보고서에서 언론에서 핵심적으로 봐야 할 게 무엇일지, 그러니까 언론에서 좀 더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요소인데 혹시 빠진 부분은 있는지 한번 짚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창용] 제일 중요한 건 지금 -1.2%가 0%가 되든지 –2%가 되든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연 여기서부터 회복이 어떻게 될 거냐‘라고 아까 하신 질문이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회복이 금방 될 거라고 하면 우리가 재정을 크게 많이 안 써도 될 거고요. 그렇지만 반대로 회복이 굉장히 더딜 거라고 혹은 더 나빠질 거라고 하면 탄약도 준비해야 하고 거기에 맞춰 정책을 세워야 하겠죠. 양극화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무역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황이 나빠지면 오히려 자금이 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가 잘 매니지먼트 하면, 지금 저희가 의료기기도 팔고 여러 새 산업도 만들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잘하면 자금이 오히려 거꾸로 올 수도 있는 기회도 있기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유심히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호] 지금까지 IMF 아시아 태평양 담당국장 이창용 국장과 화상 연결해서 말씀 나눠봤습니다. 오늘 늦은 시간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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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IMF 보고서 관련해서 언론 보도를 저희가 훑어봤습니다.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었어요. 보고서의 표를 토대로 언론사들이 자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어떻게 표현했는지 잠깐 보시죠. 조선일보는 세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한국 순으로 배치를 했고요. 중앙일보는 선진국, 유로존, 신흥개도국, 중국과 인도 그리고 역시 한국을 맨 아래 뒀습니다. 이런 배치는 어떻게 보셨어요, 최욱 씨는?


[최욱] 우리나라 언론인데 우리나라를 그냥 맨 처음에 배치했다면 우리 관점에서 다뤘다고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선진국에 같이 배치를 하던가. 그런데 생뚱맞게 맨 끝에 배치를 해놨어요. 이거는 무조건 배치의 장난이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봉수] 중국, 인도는 지금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인데 한국을 선진국 쪽이 아니라 중국, 인도에 가깝게 배치한 건 조금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강유정] 겸손도 과하면 집단 정체성이 돼 버리는 겁니다. 이번에 우리가 방역 선진국이라는 용어도 썼는데 그 말에 있어 많은 분들이 겸손을 넘어서 불편함도 표현했어요. 그런데 이거는 수치로 드러나 있는 거고 사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도표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지 않는 상태인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는 심리적으로 언제나 개도국이 더 편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떤 점에서는 유용한다고 표현을 하고 싶어요. 선택적 배제죠. 선진국의 기준이 뭐고 왜 우리는 선진국에서 동떨어져 있는지는 설명이 전혀 없고 헤드라인에서 위기만 강조하기 때문에 원했던 정치적 목적을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왜곡된 선택적 배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상호]그래서 이번에는 J의 디자인 팀이 그래프를 다시 그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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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다시 그린 IMF 보고서 그래프>

-1%대는 한국이 유일!
1위 한국 –1.2% (세계 평균 –3%)
G5 국가들의 순위는?
7위 일본 –5.2%, 8위 미국 –5.9%, 16위 영국 –6.5%, 24위 독일 –7.0%, 25위 프랑스 –7.2%
최하위권 국가는?
35위 이탈리아 –9.1%, 36위 그리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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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이런 거는 모든 신문을 일일이 비교를 하지 않는 이상은 일반 독자들이 알아차릴 수가 없거든요. 세뇌가 된다고 해야 할까요? 영향이 좀 클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강유정] 사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제가 안 좋을 것이라는 게 어느 정도 체감이 되고 있고 또 암묵적으로 모두가 다 합의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부정하기 어렵죠. 경제의 정서적 효과가 생각보다 굉장히 큽니다. 저는 아직 현실화돼서 이 경제위기가 폭탄이 되진 않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결국 왜곡된 방향성을 추구, 또 잘못된 안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건 막연한 불안을 만들게 되고 그 이익을 누가 얻느냐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불안을 가중하게 됐을 때 누가 이익을 얻는가? 정부가 얻는가 혹은 어떤 컨트롤 타워가 얻는가? 저는 아니라고 봐요. 저는 부정 편향적 기사를 써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클릭수를 얻는 언론사들만 이익을 얻을 뿐 아무도 이익을 보지 않는 제로게임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됩니다.

 

[이상호] 총선 직후에는 이렇게 정파적 시각을 보이는 기사들이 보다 도드라진 경향이 있었습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 그야말로 압승을 거두자 언론이 일제히 경제 위기 극복에 매진할 것을 주문을 했죠. 특히 이틀 뒤인 17일에 조선일보는 1면 소제목으로 <180석 거대 여당, 이제 야당 탓 못 한다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 시험대>라고 언급을 했습니다.

기사에서는 “여당은 모든 법안과 정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총선 승리 에너지 등을 경제 살리기 등에 투입해 성과를 내면 득이 되겠지만 갈등형 아젠다 밀어붙이기에 치중하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임자운] 조선일보는 예전부터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전하면서 항상 정부 탓을 해 왔고 그것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게 <한 번도 경험 못한 위기 닥쳤는데 경제 사령탑이 안 보인다>

<말만 빠른 정부> <문의 코로나 복권, 실력인 줄 착각하면 쪽박된다> 이런 기사를 계속 내왔거든요. 특히 놀라웠던 것이 4.15 총선 당일 나왔던 선우정 칼럼인데요.

“국민은 죽음의 첫 고비를 넘겼는데 대통령의 정신세계는 여전히 짜파구리 파안대소 연장선상에 있다. 문 정부의 경제 정책은 경제의 기초를 붕괴시키는 내용이다” 언제부턴가 조선일보의 칼럼니스트들이 독설 경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독설만 계속 퍼붓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식으로 계속 공격할 거라는 일종의 전략을 예고했다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상호] 신문의 경우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도 보입니다. 지난 22일이죠, 정부가 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고용 안정을 위한 재정 지원 방안을 발표를 했습니다. 당일에만 이와 관련해서 기사들이 나왔는데요. 먼저 조선비즈 <기간산업 지원에 ‘이익 공유’ 조건 내건 정부, 재계 협상하다 무너질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고요, 서울경제는 <양대 노총 손 들어준 문 대통령, 총 고용 유지에 임직원 보수 제안까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기사 보셨죠?


[강유정] 언론들이 아젠다 세팅하고 뒤흔들기를 착각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계속해서 정부가 고민 중일 때는 <한 번도 경험 못한 위기 닥쳤는데 경제 사령탑이 안 보인다>고 ‘무능하다, 아무것도 안 한다’ 이런 식의 어떤 기사들을 내쏟았거든요. 그런데 정작 어떤 의견을 내놓기 시작하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자마자 부작용에 대한 건설적 비판을 하는 게 아니라 나름 아젠다 세팅을 해놓은 상황에서 갈등 조성 국면으로 완전히 바꾸고 있는 겁니다.


[이봉수] 정부가 액션을 취하면 항상 어깃장을 놓는 그런 버릇이 있습니다. 그게 비판 언론의 소명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이게 굉장히 시급하게 필요했던 이런 정책이라고 봅니다. 기간산업이라고 하면 우리 산업의 정말 골간이 되는 산업인데요. 코로나라는 경제 외적인 변수로 항공사가 무너지면 나중에 고용 문제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죠. 그래서 이 방안은 양대노총 손을 들어줬다든지 이익 공유 조건을 내걸었다든지 시비 걸 일이 아니라 혜택과 의무를 동시에 부과하는 것이라고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최욱] 저로서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 보수 언론들이 세금 퍼주기 제일 싫어하거든요. 끔찍이 싫어하는데 기업에 퍼주는 거는 좀 조건 달았다고 이렇게 화를 냅니다.


[최경영] 조건 없는 지원을 했다면 그걸 비판을 해야 하는 거예요. 98년 IMF 외환위기 때 우리 언론이 이런 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공적 자금이 투여된 기업에서, 그 기업주가 심지어 조세 도피처에 돈을 빼돌려서 검찰이 수사를 했다 또는 고발을 했다’ 이런 기사가 많이 나왔었거든요. 공적 자금이라는 건 국민 세금입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갔는데 아무런 지원 조건이 없어서 IMF 때 한국 경제가 당했었던 것이고요. 그래서 국민들이 ‘다음에 할 때는 절대 조건을 달아야 한다, 명확하게 고용 유지 조건으로 달아야 한다’고 했던 것이죠. 노동자가 살고 기업도 사는 것이 전체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건 세금을 써야죠. 하지만 기업주만 사는 데만 관련해서 세금을 쓴다? 그렇게 이제까지 당한 거거든요. 그 당한 것을 올바르게 고쳐놓는 개념입니다,


[임자운] 이번 사안 같은 경우는 워낙 특수성이 반영돼서인지 재계에서도 여기에 대한 즉각적인 불만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이에요. 조선비즈를 봐도 전경련 실장의 말이 “정부가 말한 지원 조건이 아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려가 된다”라고 나오거든요. 그런데 제목은 이런 식의 조건을 단 것 때문에 재계가 무너질 것처럼 달았고요. 심지어 서울경제는 기사 본문을 아무리 찾아봐도 재계에서 어떤 불만이 나오고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가 안 나와요. 갈등이나 분쟁이 아직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것을 확대하고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서민들의 생계유지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보장하자는 건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런 비판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상호] 관련해서 22일 정부 정책이 나오기 전이죠.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4.19혁명 60주년 기념사에서 ‘노사합의를 통해서 고용을 유지하는 걸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다음 날이죠? 4월 20일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일제히 1면에 <고용유지 기업 우선 지원할 것>이라는 똑같은 제목의 기사를 실으면서 해당 연설 내용을 전했는데 같은 제목임에도 두 기사의 논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뒤에 “매출이 없어 고용 유지가 어려운데 고용 유지를 해야 지원해주겠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는 말을 직접 인용해서 기업체의 관계자의 우려를 전했습니다. 반면 한겨레의 경우에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 사회적 연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뜻이라면서 연대와 협력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같은 연설을 보도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보도가 나갈 수 있는지요.


[최경영] 기업 관계자의 말대로 기업 매출이 없어서 고용 유지가 어려우면 도산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자본주의의 원칙이잖아요. 그런데 정부가 개입을 해요. 왜 개입을 합니까?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그래요. 그 대량해고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가져오는지 그 충격을 막기 위해서 이런 정책을 취하는 거잖습니까? 그런데 기업만 살겠다? 대신에 정부 세금만 투입해라? 이거는 모럴 헤저드죠, 이게 바로 모럴 헤저드예요.


[강유정] 저는 기업 전부도 아닌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대기업, 나쁘게 말하면 친재벌적이라고까지 보이는 보수 언론들의 행태라고 보입니다. 언제나 경제 위기를 부각했을 때 꾸준히 기업 지원을 주장해 왔죠. 제가 재미있게 봤던 기사가 뭐냐면 매일경제의 4월 2일자 기사인데 외부 필진의 글입니다. <사내 유보금은 ‘꼬불쳐 놓은’ 돈 아니다>라고 선제적으로 글을 썼어요, 왜냐하면 사내 유보금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써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얘기도 나오기 시작할 때쯤 이런 글을 썼어요. 제가 이 글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뭐였냐 하면 “기업을 탓하고 싶으면 먼저 본인의 활동 중에 GDP에 기여하는 게 얼마나 되는지를 돌아보면 좋겠다”라는 글이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GDP에 굉장히 큰 몫을 차지하지 않으면 당신은 아무런 권리도 없다는 식의 이야기인데 이건 재벌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겠고, 재벌의 편들어주기라고 할 수 있겠죠.


[임자운] 사실은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을 하고 이제까지 언론들도 그래서 경제 문제를 강조해왔던 거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고용 유지를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이런 식의 비판을 하는 걸 보면 이제까지 언론이 말했던, 보수 언론이 말했던 경제라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말씀하셨듯이 재벌의 이익에 관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봉수] 같은 경제 상황을 너무 다른 렌즈로 이렇게 보는 것 같아요. 과연 이 보수 언론들이 이 경제가 나아지기를 바라는가?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예요. 물론 보수와 진보 언론이 양립해서 각자 추구하는 가치를 전파하는 건 좋고 그게 바람직한 언론 진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보도의 잣대가 정권에 따라서 이렇게 가치 기준이 자꾸 바뀐다면 이거는 정말,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죠.


[이상호]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제 위기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를 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4월 20일자 사설을 보니까 <‘그냥 쉬었다’ 237만 명, 일터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대책의 핵심은 기업의 고용 여력 확보에 맞춰져야 한다” “기업은 주 52시간제 때문에 생산과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의 손발을 묶는 규제는 풀어야 마땅하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도 총선 이후에 기업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재계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한 헤드라인을 꾸준히 실어 왔는데요. 일부 언론이 제시하는 경제 정책의 방향성, 어떻게 보십니까?


[최경영] 역사적으로 보면 이거는 너무나 명백한데요. 우리가 지난 IMF 위기를 겪고 나서 GDP에서 차지하는 기업의 소득과 GDP에서 차지하는 임금 소득, 직장인들의 소득을 그래프로 그려 보면 한 20년 동안 기업 소득은 계속 우상향하고 있고요. 가계 소득은 계속 이렇게 줄어들어서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가계가 어떻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를 해야 하는데 그거는 자영업, 중소기업, 그 다음에 가계 소득을 좀 올려줄 수 있는 그런 방안을 가지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봉수] 사실 규제 완화는 고통 완화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만병통치약이 아닌데 대부분 신문들이 거기에 목을 매는 거예요. 기업논리죠, 선진국에서는 꼭 필요한 규제는 아주 까다롭게 규제를 하고 있죠. 삼성 이건희 회장이 영국 윈야드에 전자레인지 공장을 준공을 하면서 여왕까지 불러서 엄청나게 홍보를 했어요. 제가 영국 살 때 윈야드 근처를 여행하다가 혹시나 어떤가 싶어서 했더니 공장을 찾아봤어요. 갔더니 공장이 8년 만에 없어진 거예요. 그러니 영국이 사실 생각보다 공정 거래라든가 회계라든가 환경이라든가 노사 관계라든가 꼭 필요한 규제는 강해요. 삼성의 노사 관계는 사실 글로벌 스탠다드하고는 굉장히 거리가 멀죠. 결국 그 규제에 못 견딘 거예요.


[최경영]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영국만 그런 게 아니고요. 미국 같은 경우도 연방 정부 규제 조항, 몇 페이지나 있을 것 같습니까? 수백 페이지가 아니고요, 8000페이지가 넘어요, 연방정부만. 그것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와서 2% 정도 줄인 게 8000페이지예요. 아무리 줄여도, 줄여도 그 규제가 그렇게 많이 쌓여있다는 겁니다.


[임자운] 사실은 가장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는 규제가 52시간제인데, 최근에 코로나19 사태에 52시간제가 나오는 맥락이 굉장히 어이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4월 14일자 조선일보 칼럼인데요. “정은경 본부장과 질본 공무원들은 52시간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계적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의료진과 공무원을 배제한 52시간제가 한국을 방역 모범 국가로 만든 ‘신의 한수’가 된 것이다” “이런 비합리적 규제 혁파해서 제2, 제3 정은경이 나올 기회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지금 고생하고 있는 공무원과 의료진들이 있잖아요.

그 분들은 말도 안 되는 과로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놓고 조선일보는 그들이 계속 이런 과로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야 우리나라 방역이 계속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제 소중한 인력들이 계속 저렇게 희생되지 않도록 우리나라 보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겠죠.

조선일보의 이런 칼럼의 태도는 굉장히 시대를 못 따라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상호] 영국 시사주간지죠,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4월 8일 영문판입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에 주목해서 7개의 기사로 구성된 스페셜 리포트를 실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한국의 코로나발 경제 위기 대책에 대해서 국내의 일부 언론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거든요. 먼저 “한국이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거나 높이려면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또 다른 기사는 “한국 정부는 오랜 기간 습관적으로 한국의 재벌, 대기업에 의존해 왔고 이번 위기도 이렇게 넘긴다면 대기업, 중소기업의 이원 구조가 더 깊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설명을 해주세요.


[최경영] 항상 세계적인 전문지들이 한국 경제에 주문하는 내용인데요. 아까 말씀하셨던 조중동의 그런 논리 있지 않습니까? 해고를 쉽게 해서 자를 사람 다 자르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주 52시간 이상, 100시간, 200시간씩 쥐어짜듯이 노동해서 부려 먹겠다. 이런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성장하는 단계가 중진국 단계예요. 딱 중국 정도까지의 단계예요. 플랫폼 경제로 변했고 창조경제, 창의성 얘기 굉장히 많이 하잖아요. 주 52시간 노동에 대해 직장에서 틀에 박힌 것처럼 상사의 지시를 받으면서 관료적으로 일하는 그런 경제를 원하는 거냐고요.


[최욱] 언론들이 경제 위기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만능 키가 존재한다. 그것은 기승전 규제완화인데 이 규제 완화가 과연 누구에게 좋은 것인지 한눈에 딱 들어오게 만들어준 4월 2일자 한겨레 만평이 있어서 소개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부유층이 돈 사이에 파묻혀 있잖아요. 계속해서 규제 완화, 무기명 채권 이런 것들이 시행되면 나만 더 좋아진다는 겁니다.


[강유정]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를 보면요. 악덕 업주 같은 유바바 할머니가 보우라는 아이를 키웁니다. 그런데 애가 굉장히 커요. 여기 세트장을 꽉 채울 만큼 큰데 여전히 기저귀를 차고 어머니의 보호를 받고 있거든요. 저는 이게 우리 언론과 대기업의 관계처럼 보이는 거예요. 언론은 계속해서 이 아이를 더 키워야 해요. 그래서 기업을 점점 덩치만 큰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는데 언론이 굉장히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이고요, 결론적으로 규제 완화라는 것도 일종의 이익 공유 차원에서 형성된 프레임인 것이지 절대 공익을 위한 프레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이상호] 코로나발 경제 위기로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존재들은 시민들이죠. 시민들은 정작 언론 보도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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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시민들이 보는 경제 보도


[이근재/ 종로 먹자골목 식당 운영 25년 차] 골목이 먹자골목인데. 점심시간에 옛날 같으면 한 1시 반까지 손님이 있었는데. 다들 자기들도 장사가 안 되니까 짜장면이나 시켜 먹고.

[김빛이라/ KBS 기자] 저녁에 몇 분이나 왔다 가신 거예요?


[이근재 / 종로 먹자골목 식당 운영 25년 차] 그날은 손님이 있었지. 목요일 날 한 여기 8명. 여기 3명, 4명 이렇게 왔었죠. 이 정도. 이거는 그래도 장사가 잘된 날이에요. 집세 주고 인건비 주고 나면 내가 가져가는 돈이 없어요. 그렇게 됐는데 자꾸 대기업 얘기만 나오니까 답답한 거지. 대기업들은 그동안 혜택을 좀 많이 받았단 말이에요. 자기들은 또 언제라도 벌 수 있는 여력이 있어. 진짜 밑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아픈 사람 많은데 왜 (언론이) 자꾸 그쪽만 얘기하냐 이거지.


[이종원 / 종로 먹자골목 식당 운영 27년째 사장] 규제 완화? 대기업에서는 규제 완화해달라 그러죠. 저는 거기보다도 내가 살아야 되기 때문에,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고. 언론에서 자영업자 얘기를 좀 많이 해주세요. 우리 얘기를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래도 언론인데.


[허대섭 / 대리운전기사 20년차 기사] "제가 버스타고 가면 10분 안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앞에 가서 전화 드릴게요."


[김빛이라/ KBS 기자] 더 빨리 가야할 때는 택시도 타세요?


[허대섭 대리운전기사 20년차 기사] 택시는 못 타요. 대리요금하고 수수료 빠지고 택시요금빠지면 남는게 없어요. (콜이) 50% 이상 떨어졌죠. (정부가 지원금) 신청을 지금 받고 있는데, 너무 문턱이 높아요. 차라리 일을 안 했으면 그 지원금을 주겠다는 얘기예요. 근데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일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울며 겨자 먹기로 나와서 밤샘 일을 하는 거예요. 이런 어려운 부분을 취재를 많이 해야 국민들이 알 권리도 누리고. 언론에서 삶의 현장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는 피부에 안 와 닿아요.


[한기석 / 전국대리운전노조 경기지부장 부장] 대리기사 업종은 우리나라 노동 시장의 마지막 최후의 보루예요.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거죠, 언론이 그래요. 이런 상황은 많이 내보냈어요. 어떻게 하면 이 플랫폼 노동자에 도움이 실질적으로 좀 되고 노동조건이 어떻게 개선될 것인가. 이런 대안은 거의 없었어요. 그 후에 대책이 어떻게 되느냐. 알려주는 그런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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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사실 우리나라 보수 언론도 대한민국 경제 위기를 부각시킬 때는 서민들의 눈물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결국은 해결책은 기업을 도와야 한다, 이렇게 가는 게 문제인 거죠.

[이상호] 그래야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최욱] 그렇죠. 시작을 항상 서민으로 한다니까요. 보수언론들도.


[강유정] 이 언론의 전략들을 잘 보면, 특히 보수 언론들은 기업에는 굉장히 연민을 하고요. 그리고 일반 서민들은 도구화해서 굉장히 불쌍하게 만들지만 오히려 ‘저런 처지니까 어떻게 하지?’ 라는 공포 효과를 더 조장하는 데 쓰고 있다는 거죠. 경제 위기는 결론적으로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게 고용이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고 지금 말씀하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시는 분들의 하루 먹거리 문제가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 문제를 도구화해서 정책적 프레임을 예각화하는 데만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윤리적인 언론의 사용방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그런 의미에서 눈여겨 볼 보도, J픽으로 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제작진이 추천한 오늘의 기사. 시사IN 657호에 실린 <코로나19 덮친 서울, 7주 만에 1.6조원 증발>입니다. 시사IN이 서울시의 빅데이터 캠퍼스 데이터를 이용해서 자영업에 미친 경제 재난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서울 코로나19 경제 재난 지도를 만들었는데요. 이 지도를 통해서 코로나19 이후 7주 동안 자영업자들의 매출 14.7%가 증발을 했고 여행, 교통, 교육, 학원, 의류, 잡화 순서로 피해 규모가 컸다고 밝혔습니다. 기사 말미에서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 재난은 자영업자들을 휩쓸어가는 지진해일이나 다름없다“고 상기시키면서 재난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최욱] 이거 보니까 진짜 좋더라고요. 피부에 그냥 확 와닿더라고요.


[최경영] 우리보다 조금 코로나19가 늦게 덮쳤던 미국 같은 경우에도 CNN 같은 24시간 뉴스 채널에서도 비슷한 기사가 나왔어요. 그게 뭐였냐 하면 ‘흑인, 유색인종이 훨씬 더 많이 죽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핵심적인 원인은 가난이다 빈부격차다’였어요. 바로 시각이 그 쪽으로 간 겁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미국의 경제 상황이 빈부격차와 양극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한국 언론은 그 이전에도 초점이 기업의 규제 완화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에도 기업의 규제 완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최욱] 아니, CNN 칭찬하지 마시고 지금 KBS 기자 아닙니까? KBS 왜 안 쓰냐는 거죠.

[최경영] 그래요?

[이상호] 그래요?

[최욱] “아, 그래요”가 아니라 속도 없이 남의 언론사 칭찬하고 있어요?

[최경영] 죄송합니다.

[최욱] KBS 하면 되잖아요.

[최경영] 죄송합니다.


[임자운] 중심 메시지는 같은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 누구냐? 힘든 직업군, 업종이 무엇이냐고 지목을 한 건데요. 사실 우리 사회가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그곳이 어딘지를 잘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단 말이죠. ‘지금 우리는 어디를 봐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누구를 더 보호해야 합니다’라고 비춰주는 그런 언론의 역할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사IN은 그런 기사를 썼다고 봅니다.


[이봉수]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고통을 많이 받고 있는데 언론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기울여야 합니다. 기성 언론이 그걸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오죽하면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에 단비뉴스라는 작은 매체가 있습니다. 비영리 대안 매체인데요. 거기에서 <전염병이 드러난 한국 사회의 밑바닥>이라는 굉장히 좋은 기획 기사가 지금 8일째 나갔는데 임자운 변호사님도 언급을 안 하는 거 보니까 이 매체의 영향력이 너무 없구나, 상당히 섭섭함을 느꼈습니다.


[최욱] 섭섭해.

[최욱] 그러니까 이렇게 좋은 기사는 안 나오는데 재벌 총수들 동향은 아주 기가 막히게 발 빠르게,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20일에 <신동빈 롯데 회장이 3개월간 급여 절반을 자진 반납했다>는 연합뉴스의 기사가 처음으로 나옵니다. 그러자 하루 동안에 거의 비슷한 기사가 쏟아져요. 그러자 조선일보가 ‘와, 이래선 내가 지겠는데‘하는 생각을 했는지 <현대차그룹 임원 월급 20% 무기한 반납>을 단독 보도하게 됩니다. 대기업 총수들의 동향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최경영] 아니 이거는 정말 웃기는 기사인 게 자진 반납을 어디에 했어요? 회사에 했다는 얘기잖아요. 그러면 그 회사 직원들은 좌불안석일 것 아니에요. 그리고 노동조합에게 ‘자진반납을 대주주가 했는데 또는 회장님이 했으면 너희도 임금 동결은 최소한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강요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임금 동결을 하게 되고 나중에 배당금으로 수십 억 가져가면 누가 압니까?


[이봉수] 그런데 20% 적은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등기이사들 월급이 수십억 되니까 거기에서 수억 원을 깎는 거예요. 그만큼 보수가 높습니다.


[최욱] 많이 부러워하시네요.

[이봉수] 부럽죠.

[이상호] 최욱 씨는 안 부러워요?

[최욱] 뭘 부럽습니까? 공영 방송에서.


[강유정] 언론사에게 가장 큰 이익을 주는 건 어떻게 보자면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고 결국은 대기업, 저는 광고주라고 표현할게요. 광고주의 이익에 공모한다면 언론은 결국 공익을 위한 것입니까? 사익을 위한 것입니까? 결국 언론이 친기업 정서로 사익을 먼저 추구한다는 의심, 그리고 어떤 점에서의 의구심을 부정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호] 좋은 경제 보도,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이봉수] 경제 뉴스는 오보나 과장 보도일지라도 경제적 현실을 만들어가는 자기 달성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 같은 것은 경기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의 심리에 따라서 굉장히 영향을 받는 거예요.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인 건 맞지만 과장 보도를 하면 결국은 개인의 소비 심리, 기업의 고용 심리를 약화시켜서 경기 침체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는 거예요, 언론이 이런 짓을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임자운]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이기 때문이잖아요. 서민의 문제란 말이죠. 하지만 신문을 펼쳤을 때 일반 서민들, 저 같은 사람도 제일 보기 싫은 게 경제면이에요. 경제면에 나오는 기사가 나의 삶과 관련한 기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소외돼요. 경제면에서 사람들의 삶, 서민들의 삶은 소외돼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더 이상 우리를 소외시키지 않는 경제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이봉수 교수님, 최경영 기자 고맙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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