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밝혀진다/양승태사건기사들

'강제징용 사건' 외교부 의견서 제출, 김앤장도 우려했다

천사요정 2020. 6. 15. 04:32

[경향신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박근혜 정부 외교부의 대법원 의견서 제출 방안이 외부로 알려지면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 승소였던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한 외교부 의견서 제출이 한국 정부에 대한 로비와 사법권 독립 훼손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스스로도 우려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지난 12일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에서 검찰은 김앤장 내부 문건들의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법원은 2012년 피해자들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대리하던 김앤장은 이를 뒤집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 2012년 판결은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 판결이었기 때문에 번복시키기 위해서는 대법관 13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해야 했다.

대법원이 판결을 바로 뒤집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계기’가 필요했다. 김앤장과 외교부, 법원행정처는 외교부가 일본 기업들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내는 방안을 추진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받을 목적으로 외교부가 의견서를 낼 수 있도록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도입을 검토시킨 혐의(직권남용) 등을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강제징용 사건 때문에 일부러 제도까지 만들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사법권 독립 훼손’ 검토한 김앤장

‘2014. 11. 18. 신일철 방문회의 토킹 포인트’ 문건은 김앤장이 고객인 신일철주금에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승소 방안으로 제시하는 내용이다.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이 왜 필요한지, 승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무엇인지 상세히 적혀있다.

문건에는 “재상고심에서 전원합의체에 의해 2012년 대법원 판결의 결론을 바꾸게 하는 것은 본건 자체는 물론 후속 소송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하고도 절실한 과제”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어 “순수법률 이슈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이 있는 사건에서는 대법원도 그러한 국가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신중한 판단을 해오고 있고, 이 때 행정부의 의사 표명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돼있다.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이 사법권 독립의 문제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지를 사전에 검토했다는 의미이다.

김앤장은 고위 관료 출신들을 활용해 행정부와 협조할 수 있다고 쓰기도 했다. “사무소(김앤장)는 장관·차관 등 고위관료 출신의 고문 변호사 등 한국의 다른 로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막강하고 풍부한 man power(인력)를 보유하고 있으며 행정부의 의사 표명이 도움이 될 만한 사안의 경우에는 이러한 resource(자원)를 총동원하여 행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왔음”이라는 문구다.

정작 김앤장은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일본 외무성에 알려도 되는지를 묻는 미쓰비시중공업 측 질문에는, 한국 정부에 대한 로비와 사법권 훼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알리지 말라고 답변했다.

‘2015년 9월14일 미팅 요지’ 문건을 보면 “우리가 그동안 당국(한국) 등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의견교환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귀사의 대리인으로서 당국(한국)에 로비한다는 자세가 아니라 본건의 원만한 해결이 양국 관계 개선을 비롯한 국익을 위한다는 자세로 임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배경에 대한 이해 없는 일 외무성에 아직 실시 여부가 불확실한 아미쿠스 쿠리에(참고인 의견서 제출)에 관한 진행 상황을 보고할 경우 자칫 한국 당국에 로비하였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음”이라고 적혀있다.

이어 “일 외무성 내의 보고 과정에서 문서화될 우려가 있고 이것이 외부에 유출됐을 경우에는 오해로 인해 한국 사법권 독립 훼손 문제 등으로 번져 양국관계가 악화되고 귀사에도 큰 손해가 발생할 우려 있음”이라고 나온다. 문건 여러 군데엔 김앤장이 “극비로 취급해달라”고 요청하는 문장들이 있다.

■김앤장 문건 “외교부와 대응방안 논의”

서울 내자동 김앤장 법률사무소 건물의 로비. 경향신문 자료사진


문건들을 보면 김앤장은 대법원의 2012년 강제징용 판결 뒤집기에 한국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점을 일본 기업들에 설명했다. 정부기관이 소송의 일방 당사자를 대리하는 김앤장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2015. 1. 26. 방문회의 토킹 포인트 및 큐앤에이’ 문건엔 “대상기관(외교부)의 최고책임자(당시 윤병세 외교부장관)와 여러 차례 접촉해 본 건의 중요성과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전달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였음”이라며 “대상기관(외교부)의 최고책임자(윤 전 장관)는 우리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대법원 판결이 (청구권) 협정의 문언은 물론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도 부합하지 않음을 재확인하였음”이라고 돼있다.

“대상기관(외교부)과 사무소(김앤장)는 4방안(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직접 내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기로 하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중요 포스트에 있는 key person(중요 인물)들과 접촉하여 본 건의 중요성과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전달하였음”, “복수의 경로로 파악한 바에 의하면 대상기관(외교부)의 의견이 적절한 경로와 방법으로 본건 담당기관(대법원)에 확실하게 전달되었음이 확인되었음”이라는 대목도 있다.

‘2015. 5. 20. 방문회의 토킹포인트 및 큐앤에이’ 문건에는 “대(대법원): 참고인 의견서 제도는 본건(강제징용 사건)을 염두에 두고 신설된 것임”, “대(대법원) 내부에서는 본건이 장(대법원장), 처장(법원행정처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보이고 전원(합의체) 판단 회부 및 나머지 설득을 위해 주무부서(외교부) 의견서를 제출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됨”이라는 문구도 나온다. 또 다른 문건에는 “CJ(Chief Justice·대법원장)와는 동료로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고 2년 선배인데 본건에 대해 우리에게 유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함”이라고 쓰여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사건을 총괄했던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다.

■양승태 측 “김앤장 문건에 대법원장 안나와”

한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을 때 양 전 대법원장과 사석에서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눴다고 증언했다. 한 변호사의 메모나 김앤장 문건에 그러한 내용은 없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이상원 변호사는 김앤장 문건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내용이 없는 이유는 양 전 대법원장이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에 관여한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메모와 문건의 상당수는 한 변호사 등 김앤장 관계자들이 자기들의 의견이나 추측을 적은 게 상당수라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측은 강제징용 사건은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도입의 ‘계기’가 된 것일 뿐, 강제징용 사건만을 위해서 제도를 도입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한다. 재판 거래나 개입의 목적이 없다는 취지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문건을 보더라도 김앤장은 일본 회사와 한국 국민, 즉 사인(私人) 사이의 소송이지만 양국의 국익 차원에서 영향이 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김앤장도 의견서 제출 제도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고 인식했다”고 했다. 박 전 처장 측은 “박 전 처장은 범용으로 사용 가능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검토해보라고 한 것이고, (강제징용 사건 관련)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이 그 계기가 된 것일 뿐”이라며 “‘민식이법’도 어떤 교통사고를 계기로 생겼듯이, 제도 개선은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https://news.v.daum.net/v/20200614195225640

 

'강제징용 사건' 외교부 의견서 제출, 김앤장도 우려했다

[경향신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박근혜 정부 외교부의 대법원 의견서 제출 방안이 외부로 알려지면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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