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뉴딜 '지능형 정부 전환' 과제, 업계 반발 직면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내년에 연구용역을 추진키로 한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두고 부동산 중개업체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100만 명에 달하는 업계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토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박용현 협회장을 시작으로 '공인중개사 생존권 말살정책, 반드시 저지하겠습니다'를 구호로 1인 릴레이 시위를 전개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날부터 전국 지역별 릴레이 시위 및 민주당사 앞 집회(10인 이하 구성)에 나선다.
정부가 추진하는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는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10대 대표 과제 중 '지능형 정부 전환'에 포함된 내용이다. 정부는 오는 2021년 연구용역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원스톱 비대면 거래로 바꾸는 한편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기술) 등을 통해 실제 각 세대를 방문하지 않고도 매물을 볼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시스템 도입 방침에 공인중개사협회는 '탁상행정'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박용현 협회장은 "부동산거래 사기방지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정에 밝은 개업 공인중개사의 축적된 노하우와 현장 실사가 필수적"이라며 "중개사 없는 거래를 운운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며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중개사들은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님 전 상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23일 오후 3시 37분 기준 해당 청원에는 6만7719명이 동의 의사를 밝힌 상태다.
지난 21일 게시된 이 청원에는 "중개업은 불측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과태료 부과, 행정처분 등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불법행위를 하고 의뢰인들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중개사들 대부분은 공인중개사라기보다는 자격증을 대여한 무등록업자이거나 컨설팅 업체인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원인은 "국가는 이들 무등록업자를 소탕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방기한 채, 모든 책임을 선량한 공인중개사에게 전가하고 사회악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에 수천억 원을 쏟아붓기 전에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 100만 중개가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해 달라"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중개사의 업무는 단순히 매물을 보여주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은 매물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전문 자격증이 있는 중개사 없이 직거래를 할 경우 사고 발생 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피해가 크다"면서 "해당 내용과 관련해 8000억 원의 예산이 잡혀있는 만큼 협회 측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협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는 이미 AR, VR 등이 적용된 '한방' 앱을 통해 허위매물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협회가 예산 지원이나 중간 협의를 통해서 조율을 하면 좋을 텐데, 정부가 또다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옥상옥'으로 받아들여진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정책은 기재부 소관이지만 이 부분은 국토부 측에 문의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부동산 거래에 있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왜곡된 것 같다"고만 답변했다.
garden@tf.co.kr
news.tf.co.kr/read/economy/181467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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