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법 근거 없는 위헌적 발상”
개천절 차량 집회에 대한 경찰의 ‘면허 취소·정지’방침에 대해 상당수 법조인들도 “법적근거가 없는 위헌적 발상”는 입장을 내놨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석방을 촉구하는 차량 시위가 허용된 것과 비교해서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최측 추산으로 2500여대의 차량이 서울 서초구 염곡IC에서 세곡동사거리까지 약 5㎞구간을 시속 10~20㎞속도로 이동했었다. 경찰은 당시 “차량 시위를 사전에 신고했고 전체 차선을 점거하지 않아 일반교통방해 등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한 바 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헌법학)는 27일 본지 통화에서 “차량집회에 대한 처벌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했다. 과잉금지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 있어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상원칙이다. 허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은 막아야 하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과 이익형량을 해서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고도 방역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방역 목적만을 위해 기본권 행사를 막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그는 ‘면허취소·정지’방침이 법률유보 원칙에도 위반해 위헌이라고 했다. 법률유보 원칙은 기본권 제한은 반드시 국회가 만든 법률에 의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이다. 허 교수는 “현행법상 차량 집회를 이유로 면허정지·취소를 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찰의 처벌 방침이 “사실상 집회 허가제로 위헌”이라고 했다. 특히 경찰이 7월에 이석기 전 대표 석방 집회를 허용한 것과 관련, “이미 공권력이 차량시위를 집회의 한 방법으로 허용한 것이어서 이번 집회금지가 더욱 부당하다”고 했다.
헌법 21조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집회에 대한 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2003년 결정문에서 “집회금지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가능하며, 집회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두 소진한 후에 고려될 수 있는 최종 수단”이라고 했다. 집회의 자유를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승 연구위원은 “'집회의 자유'의 헌법상 지위에 비춰 ‘드라이브스루’집회 또한 그 자체가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아니라면 제한할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경찰은 ‘내려서 취식할 경우 등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그런 식이면 모든 집회·시위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드라이브스루'로 실제 교통방해가 발생하면 일반교통방해로 처벌하면 되고, 내려서 시위하면 집시법 내지 감염병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하면 된다”고 했다.
개천절 차량 집회를 예고한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시내도로에서 차량시위를 하고있다./연합뉴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또한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그는 “도로교통법 46조, 공동위험행위의 금지 조항에서 2대 이상의 차량이 줄지어 통행하면서 위해를 끼치거나 위험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 이를 근거로 경우에 따라 면허를 취소할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에 처벌 근거가 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항상 타당한 것은 아니다”며 실제 법 적용은 그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집회 방식이 도로교통을 방해하는지, 또는 방해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인지, 가다가 일부 정차를 하는 것인지 등 여러 경우가 있다”며 “일률적인 규제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전 헌법학회장) 또한 “(집회 금지 등이)법률 유보 원칙에 적합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제한이냐가 중요하다”며 “정권 비판에 대해 경찰청장이 나서서 집회를 불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드라이브 스루 집회 금지방침에 대해 “차량을 통한 것이어서 집단감염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이런 식이면 현재 전국에서 하는 드라이브스루 코로나 검진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면허취소·정지’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청장이 ‘불법 시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 고는 할 수 있다. 집회 불허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회 강행은 불법집회가 맞다.”면서도 “이 정도를 넘어 ‘면허취소·정지’ 등 구체적 조치까지 언급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지켜야 하는 경찰청장으로선 과한 발언”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이정구 기자 표태준 기자
사회부 법조팀 표태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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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집회'는 안 막고 '개천절 집회'는 금지? 따져보니
[앵커]
차량집회 관련해서 여러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할 부분들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박병현 기자 나왔습니다.
우선 정부가 이석기 특별사면 차량집회는 막지 않고 반정부 차량집회만 막는다는 주장이 있죠. 어떤가요?
[기자]
오늘(28일) 한 언론에서 나온 보도인데요.
사실이 아닙니다.
이석기 특별사면 차량집회는 7월 25일에 있었습니다.
그때는 거리두기 1단계였습니다.
개천절 집회는 10명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강화된 2단계에 따라 금지하는 겁니다.
강화된 2단계는 8월 21일부터 시작했습니다.
7월 25일에는 이석기 관련 집회만 있던 것도 아닙니다.
서울 종로 일대에서는 5000여 명이 모여 박근혜 탄핵 반대집회도 했고 서초구에서는 1500여 명이 모여 총선 불복집회도 했습니다.
최근 정부는 경기 분당구의 일부 주민들이 신혼희망타운 조성 반대를 위한 차량 집회를 신청했지만, 금지했고 법원도 코로나 감염 우려가 있다고 계속해서 금지토록 했습니다.
[앵커]
그리고 또 하나가 최근에도 차량집회를 계속해 왔는데, 개천절에만 못하게 한다 이런 주장도 있잖아요.
[기자]
이번 개천절 집회를 준비하는 새한국이라는 단체에서 지난 19일과 26일 추미애 장관 사퇴 등을 주제로 차량집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과 26일 차량집회의 경우에는 10인 이상 집회금지 규정에 맞춰서 9대 이하로만 신고를 했고 집회가 금지된 지역을 피해서 차량집회를 했다고 합니다.
실제 참여한 차량은 각 구간마다 5대 안팎이라 교통 체증도 없었습니다.
경찰은 차량 9대씩 신고한 그때와 차량 200대를 신고한 개천절 신고와 같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리고 집회 주최 측은 법원도 집회를 못하게 금지하는 걸로 결정을 하면 그때처럼 차량 9대 이하로 줄여서 하겠다는 건데, 그렇게 하면 막지 못하는 겁니까?
[기자]
경찰은 개천절 집회 때 차량 9대 이하로 다시 신고를 해도 금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수백 대를 동원한 차량집회를 하겠다고 준비를 해 오다 일주일도 안 남은 지금 9대로 줄여서 하겠다는 건 믿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월 15일 단체 일파만파가 100명만 모인다고 집회 신고를 해서 집회를 할 수 있게 됐는데, 광화문 집회 참석자 수천 명이 모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도 불특정다수에게 개천절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영상 등이 올라와 있습니다.
[유튜브 '뉴스타운TV' : 차량 시위에 참여해도 됩니다. 서울은 각 구청 지역에서 모여가지고 광화문 쪽으로…]
[앵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량집회를 못하게 할 거면 드라이브스루 검사도 못하게 막아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주장도 있죠.
[기자]
집회와 검사는 다릅니다.
수원지방법원은 차량집회는 차를 타고 모여도 집회 전과 후에 준비, 해산 과정에서 감염 우려가 있다며 금지를 했습니다.
하지만 진단검사를 받는 차량들은 검사를 받기 전과 후에 차에서 내려 따로 모일 일이 없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박병현 기자였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200928210416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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