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 투자자 연간 순매수 64조, 작년에 14배
신규 개인 투자자도 폭발적 증가, 중심에는 스마트 2030
3월 연저점 대비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모두 두자릿수 이상 수익률
1월부터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삼성전자 32.79% 올라
"올해 8월에 결혼을 하기로 했는데 혼인 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못한 상태에요. 전세로 살고 있지만, 나중에 자가(自家)는 모든 사람의 꿈이잖아요. 그걸 마련하려면 자본금을 모아야 하는데, 주식으로 벌려고 하고 있습니다."
30대 A씨는 올해 처음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주식을 시작했다가 3월 1400선 사상 최악의 증시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잠깐 포기했었죠. 그것도 잠시. 미국 주식으로 돈을 벌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이른바 '동학개미'인 셈입니다.
"개미는 맞는데 동학개미요? 누구랑 맞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건 좀 아닌 거 같고요. 다들 돈을 벌려고 하는 거죠. 저는 정말 저금만 하던 사람인데 이자는 낮고 아파트값은 너무 오르고 제가 공부해서 제가 벌어야한단 생각 뿐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역대급 '주식 광풍'. 증시에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면 상투다"라는 속설이 있었는데 이를 비웃듯, 올해 개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규모의 주식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올 한해 개미들은 어떻게 달랐고 성적은 어땠을까요?
그래픽=김성기 기자
1. 올해 증시 주인공 '개미' 된 이유는?
'대규모 실탄'을 장전한채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하면서 11월까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개인 투자자의 연간 순매수 규모는 단연 사상 최대였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냐하면 작년과 비교했을 때 약 14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연도별 개인 순매수액을 보면 2016년, 2017년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2018년에는 10조 9333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도 -5조 4839억원을 찍었죠. 올해는 18일 기준으로 64조 7227억원을 기록했으니 어마어마한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유입된 셈입니다.
반면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24조 4700억원 가량을 내다팔았습니다. 2007년 24조 7100억원, 2008년 33조 6000억원을 내다 판 이후 최대치입니다. 코스닥에서도 1조원 가까이 순매도 했고요. 다만 11월 들어 외국인이 거의 최대 순매수세를 보이며 돌아왔지만, 그 전까지 외국인의 매도세는 연일 이어졌었죠.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주식을 고스란히 받아낸 게 바로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증시 소방수'를 자처한 건데요.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0년 직접 투자자들은 과거와 다른 면이 있는데, 고공권이 아닌 바닥에서 주식을 늘렸던 유일한 사례"라면서 "올해 한국 주식 투자자들이 처음 '집단적 성공의 경험'으로 새로운 믿음을 갖는 해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2. 어떤 개미들이 많이 들어왔나?
올해 늘어난 주식거래 활동 계좌수는 589만개입니다. 지난 한해 234만개가 늘어난 것과 비교해봤을 때 두배가 훌쩍 넘는 수준입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 2019년 2936만, 2020년 12월 17일 기준 3525만)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증권사 중 한 곳인 키움증권에 고객 계좌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올해 신규로 늘어난 개인 주식계좌는 (1월부터 12월 15일 기준) 216만 2802개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개인 고객 신규 계좌가 46만 5240개였던 점을 비교해보면 약 5배에 달하는 셈입니다. 이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습니다. 올해 신규개설 계좌 가운데 20~30대가 절반을 넘습니다. 20~30대만 52.1%를 차지합니다. 자세히는 20대 미만이 5.7%, 20대가 23.2%, 30대가 28.9%, 40대가 25.0%, 50대가 13.4%, 60대가 3.3%, 70대 이상이 0.5%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 받아 비대면으로 계좌를 뚝딱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주식을 사고 파는데 능숙한데다가 유튜브, 블로그 등 뉴미디어를 통해 전문가들의 강의와 정보를 듣는데 익숙합니다. 24살 대학생 B씨는 "대학생 동기 3~4명 중에 1명은 주식을 한다고 할 정도로 정말 많이 주식을 많이 하는데, 과거 부모님 세대들과 다른 점은 유튜브라고 생각한다"면서 "책 등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실시간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지 않느냐. 그런 걸 유튜브가 해결해준 것 같다"고 주위의 주식 투자 공부 방식을 전해줬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3. 개미들, 그럼 올해 수익률은 얼마나?
1월 초에서 12월 17일까지의 수익률, 국내 증시가 최저점을 기록한 3월 19일에서 12월 17일까지의 수익률, 올해의 중반인 6월 1일에서 12월 17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을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해봤습니다.
먼저 1월부터 12월 17일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이 종목은 삼성전자였습니다. 등락률은 32.79%, 그다음은 현대차로 61.44%, 네이버는 56.16% 올랐고요. 가장 많이 오른 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01.90%, 카카오가 141.97%나 높은 등락률을 보였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건 LG화학이었는데 등락률이 164.33%나 됐습니다.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건 신풍제약으로 1956.01%를 보였습니다. SK케미칼이 470.46%, 알테오젠이 401.27% 등 세자릿수 등락률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3월 연저점에 들어온 개인 수익률은 어땠을까요. 대체로 두자릿수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건 현대차로 189.07%, 카카오와 셀트리온헬스케어, SK도 각각 175.37%, 177.62%, 126.17%의 등락률을 보였습니다. 역시 3월에 들어온 외국인의 수익률도 높습니다. 신풍제약이 2176.85%, 알테오젠이 494.03%, LG화학이 260.87%의 등락률을 보였습니다.
6월을 기점으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 나왔습니다. SK로 -0.41%로 큰 손실은 아닙니다. 신한지주는 8.31% 등락률로 한자릿수 수익률도 나왔습니다. 대체로 개인들보다 외국인의 수익률이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개인들이 다수가 이렇게 집단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한해도 없었지요.
그래픽=김성기 기자
4. 문제는 '빚투' 왜 위험하냐고요?
올 한해 증시의 주인공이 '개미'로 꼽힐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이제 증시의 큰 버팀목이 되었는데요. 다만 걱정되는 게 한 가지 있다면 계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신용거래융자'입니다. 18일 기준으로 신용거래융자는 19조 4237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98년 이후 사상 최대치입니다. 신용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말하는데요. 증시가 랠리를 이어오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에 빚을 내면서 주식을 산 투자자들도 함께 늘어난 것이죠.
신용융자 폭증이 우려스러운 건 투자자 손실과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악순환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는 신용융자 자금을 빌려주면서 계좌의 주식을 담보로 잡는데, 주식의 담보 가치가 빌려준 돈 보다 140% 이하로 떨어지면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주식을 강제로 헐값에 매도합니다. 이게 바로 반대매매인데요. 보통 전일 종가의 80~85%로 일괄 매도 처리되죠. 신용융자금을 상환한 나머지 돈은 투자자에 돌려주지만 이미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했기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지고요. 이런 반대매매로 인한 매도 물량이 늘면 주가가 더 하락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지요.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내가 갖고 있는 원금보다 돈을 더 끌어와 투자를 하는 것이니까 당연히 원금 초과 손실이 날 수 있어서 그 자체로도 위험성이 크다"면서 "시장이 좋으면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 반대매매까지 일어나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 조언하는 게 '빚투는 하지 말라'는 거라고 합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투자를 하는 것이 수익률 유지에 가장 큰 비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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