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래된 바나나의 검은 반점이 암 예방에 좋다
검은 반점의 TNF란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암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니 위티피드(wittyfeed)란 온라인 매체를 만났다. 2016년 3월 바나나의 검은 반점이 건강에 좋은 10가지 이유란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 이것을 1년이 지난 2017년 3월 우리나라 온라인 매체들이 일제히 받아 기사를 썼고 주요 일간지는 물론 포털에도 올랐다. 근거가 뭘까 구글링했다. 2009년 일본 테이쿄대 약리학교실의 논문이었다. 바나나 검정색 성분을 쥐의 복강에 주사했더니 염증반응 올라가고 백혈구 숫자 증가했다가 전부였다. 그런데 소금물 주사하면 이런 반응 안생길까 싶다. 그리고 2013년 홍콩에 소재한 아시아 암연구기금이란 정체불명의 단체에서 검정색 반점의 바나나가 덜 익은 초록색을 띤 바나나보다 TNF가 8배나 많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TNF는 종양괴사인자다. 단어 그대로 읽으면 암을 격퇴하는데 아주 도움되는 듯하다. 그러나 단백질이므로 먹으면 다 위장에서 분해된다. 게다가 양의 문제도 있다. 미국 시라큐스대 한 약리학자는 이 기사에 딸린 댓글에서 TNF가 사람 체중에서 의미있는 항암작용 발휘하려면 바나나를 100킬로그램 이상 먹어야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TNF만으로 암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절대 아니다.
일본과 홍콩에서 발표된 작은 미끼를 근거로 이처럼 대중들을 교묘하게 현혹시킨 기자는 누구일까. 위티피드에서 최초로 기사를 쓴 기자를 찾아봤다. 카리슈마 드라블라라는 인도 여성이었다. 사진만 있고 약력이 전혀 없다. 그냥 스토리텔러라고만 직책이 소개되어 있다. 이것이 올해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오래된 바나나의 검정색 반점이 건강에 좋다는 기사의 내막이다.
2. 귀에 양파조각 넣으면 귓병 치료된다
올해초 양파조각 넣은 귀 사진과 함께 소개돼 SNS에서 화제가 됐다. 양파조각이 중이염 등 귓병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위티피드에 나온 기사다. 이번엔 푸자 미슈라란 인도 기자가 2015년 9월 올렸다. 이게 뒤늦게 우리나라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기사가 된 것이다. 양파조각의 퀘르세틴이란 성분이 이런 작용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입으로 먹을 때 일이다. 귀나 눈꺼풀, 발바닥 등 피부에 접촉하는 형태론 어떠한 작용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양파의 알릴산이나 다이설파이드 성분이 피부를 자극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선 중이염에 걸린 어린이의 귓속에 양파는 물론 어떠한 식물도 넣지 말라고 공식 충고하고 있다.
3. 코딱지 먹으면 충치나 에이즈 예방된다
올해 4월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의 메인에 장식된 의학기사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이 소스였다. 코딱지를 먹으면 충치는 물론 호흡기 감염과 위궤양 심지어 에이즈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황당하다. 데일리메일이 인용한 전문가는 오스트리아의 호흡기내과 전문의다. 소속기관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개원의사로 보인다. 2013년 캐나다 서스캐처원대학의 연구결과가 바탕이 됐다. 학생 자원자를 대상으로 코딱지를 먹였더니 면역지표가 올라갔다고 한다. 유력한 논문 어디에도 실리지 않은 그냥 괴짜 교수의 관심끌기용 연구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데일리메일은 꿈보다 해몽이 좋다. 엉뚱하게 환경생태를 끌어들인다. 원래 인류는 좀 지저분한 환경에서 살아야 면역체계가 정상작동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토피나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서 많이 통용되는 정설이다. 그런데 자연이 좋다고해도 왜 하필 코딱지를 먹어야하는가. 그럼 대소변은 어떻고 비듬은 어떻고 가래침은 어떤가. 오히려 코딱지를 파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동의하는 정설이다. 후벼 파는 과정에서 세균감염 등 문제를 일으키므로 코딱지는 저절로 떨어지게 내버려두는게 가장 좋다. 그런데 파는 것도 모자라 그걸 왜 먹는단 말인가.
4. 저혈당 쇼크와서 사경 헤매던 아빠에게 3세 아들이 요거트를 먹여줘서 살았다
올해 12월 국내 한 매체에 뜬 기사다. 영국에서 일어난 사연이다. 당뇨를 앓았던 아빠가 저혈당으로 갑자기 집에서 쓰러졌다. 3살 아들 조지 밖에 없었다. 아빠는 손가락을 움직일 힘조차 없어서 119 전화도 하지 못했다 한다. 이제 죽었구나 싶었는데 조지가 부엌 의자에 올라가서 떠먹는 요거트를 꺼내 아빠에게 먹였다고 한다. 영국 대중지 더선에 나온 기사다. 사람들이 올린 감동의 댓글로 가득 찼다. 우리나라에서만 65만명이 읽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사실일까. 우선 이러한 사연이 1년전 일이라는게 수상쩍다. 1년전 일이 왜 지금 화제가 됐을까. 그리고 의학적으로 저혈당이 전화도 걸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올 수 있을까? 대부분 저혈당 쇼크는 식은땀과 어지럼증 등 당뇨환자들이 충분히 인지하는 증세로 진행한다. 그 사이 아빠는 뭘 했단 말인가. 그리고 3살 아들이 정말 자발적으로 아빠에게 요거트를 떠먹여 줬을까? 감동도 좋지만 최소한 사실 확인은 해야하는게 언론의 기본적 책무가 아닌가 싶다. 목격자는 아무도 없다. 아빠란 사람의 증언 뿐이다. 우리는 왜 이 사람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할까.
5. 먹을수록 살 빠지는 마이너스 칼로리
올해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살이 빠진다는 마이너스 칼로리 다이어트가 미디어를 장식했다. 식약처가 후원하는 공식 블로그에도 글이 버젓히 올라올 정도다. 출처를 알고 봤더니 미국에서 시작된 negative calory food였다. 즉 음식 중엔 음식 자체가 지닌 칼로리보다 이를 소화시키는데 우리 몸이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역시 데일리메일이 강력한 소스였다. 영국 코벤트리대학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과학으로 포장했다. 샐러리를 먹였는데 샐러리가 지닌 칼로리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소모했다고 말한 열량측정방식이 모호하다. 과연 샐러리만을 소화하는데 쓰인 것인지 호흡이나 맥박 등 최소한의 기초대사량 유지나 다른 음식 소화를 위해서도 쓰인 것인지 구분이 없다. 그래서 변변한 논문에조차 오르지 못한 연구결과다.
음식 가운데 소화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영양소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자체 칼로리의 30% 가까이를 열로 소모한다. 그래서 고기 먹으면 30분후 몸에서 열이 나고 체온이 1도 가량 올라간다. 그러나 이러한 단백질도 최대 30%가 한계다. 나머지 70%는 몸에 잉여 칼로리로 쌓인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먹어서 열량을 소모하는 유일한 식품이 물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물은 그램당 1칼로리(통상적인 칼로리 단위의 1000분의 1)를 몸에서 빼앗는다. 0도의 차가운 얼음물을 1리터 마셔봐야 고작 36칼로리(Kcal)를 소모한다. 그럴바엔 그냥 밥 한 숟가락 먹지 않는게 현명하다. 결론적으로 먹을수록 살이 빠진다는 마이너스 칼로리 푸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6. 심장마비엔 헛기침이 좋다
김주혁씨가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심장마비가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자 등장한 가짜뉴스다. 혼자 있을 때 심장마비가 오면 “강하게 반복해서 기침을 하라”고 강조한다. 기침이 심장을 쥐어 짜주면서 원래 리듬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전파되던 이 글의 말미엔 영어로 진지하게 출처가 Journal of general hospital Rochester라고 영어로 되어 있다. 로체스터 종합병원이 발간하는 학술잡지란 뜻인데 이런 잡지나 병원 이름은 금시초문이다. 심장마비가 오면 심폐소생술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119에 도움을 요청한 다음 무조건 빠른 속도로 심장을 눌러주자. 1분에 100회 정도 눌러줘야 한다. 입을 통해 숨을 불어넣어주는 동작은 하지 않아도 된다.
7.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가 눈에 나쁘다
블루라이트 즉 청색광이 망막의 시신경 손상 등 눈에 나쁘다는 소식이 올해 언론을 지속적으로 장식했다. 여러분도 한두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수년전 일본에서 발표된 연구결과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일본기후약대팀의 연구결과 블루라이트를 쪼이면 광수용체 세포가 80%까지 손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실험은 쥐실험이다. 쥐실험결과가 사람에게 똑같이 재현되진 않는다. 게다가 실험에선 실제 핸드폰보다 훨씬 강한 자극을 그것도 장기간 가했다.
올해 9월 미국안과학회는 대변인 명의의 공식논평을 통해 블루라이트에 대한 최종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눈에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안경을 비싼 돈을 주고 사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단 수면리듬을 방해하는 부작용은 있으므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8. 자외선 차단크림 바르고 수영장 들어가면 암 생긴다
12월19일 데일리메일에서 유래한 기사다. 자외선 차단크림에 널리 사용되는 아보벤존(avobenzone) 성분이 수영장 물 속의 염소와 섞여 햇볕이 닿게 되면 염화아세틸벤젠이란 발암물질을 만든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주립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기사다. 그러나 두가지 허점이 있다. 첫째, 농도가 고려되지 않았다. 염화아세틸벤젠이 생기는 것 맞다. 그러나 대부분 수영장 물에 녹아 희석된다. 유해물질이 있다고 해서 몸에 나쁜게 아니다. 허용기준 이하의 극미량은 대부분 무해하다. 게다가 염화아세틸벤젠은 입으로 먹거나 공기로 들이마시는게 아니다. 기껏해야 피부에 닿는 정도이므로 암이 생길 겨를이 없다.
둘째, 동물실험조차 없다. 그냥 화학실험 결과일 뿐이다. 쥐실험도 없는데 대뜸 기사제목은 암이 생긴다고 한다. 공포 마케팅이다. 오히려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피부암 생기는 것이 교과서에 나오는 정설이다.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화장품 회사의 상술에 악용될 조짐도 있다. 이런 초보적인 연구결과 하나를 과대포장해서 우리 제품엔 아보벤존이 없으므로 안전하다는 식이다. 현혹되지 말아야한다.
9. 자다가 다리에 쥐 자주 나면 살찐다는 신호다
국내 유명 온라인 매체에 12월 17일 보도된 기사다. 제목 그대로다. 자다가 다리에 쥐가 자주 나면 살찐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제목은 다이어트에 관심가진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흥미를 끈다. 그런데 내용이 몹시 허술하다. 우선 이 기사는 출처에 대한 고민이 없다. 어떤 논문도 어떤 기관도 어떤 전문가도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냥 막연하게 전문가는 뭐라고 말했다라고만 되어 있다. 도대체 기자에게 그렇게 말한 전문가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기자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실제 그렇게 말해줄 전문가가 없을때 가장 흔히 동원하는 수법인 “전문가들은 뭐라고 말했다”라는 표현이다. 소속과 성함이 공개되지 않은 전문가는 전문가가 아닌 기자의 목소리라고 봐야한다.
더욱 큰 문제는 상식적인 개연성의 부족이다. 이 기사의 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자다가 다리에 쥐가 많이 나는 것은 부종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가지가 문제다. 첫째 정말 쥐나는게 부종 때문인가. 의학적으로 쥐는 부종외 원인이 훨씬 많다. 둘째 부종과 살찌는게 무슨 관계인가. 부종은 말그대로 조직에 물이 차서 붓는 것이고 살찌는 것은 지방이 쌓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그런데 쥐가 나면 부종이고 부종은 살찌는 것이다라는 논리 전개가 어떻게 가능한지 기가 막힌다.
10. 술 마시는 여성이 안마시는 여성보다 건강하다
11월 20일 국내 한 온라인 매체에 실린 기사다. 데일리메일이 나오고 하버드대도 나온다. 무엇인가 출처가 있어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런지 아무리 구글링해도 나오지 않는다. 이 기사가 정말 하버드대 연구결과나 데일리메일의 기사를 인용한게 맞는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대상은 심장발작증세를 보인 여성 1,200명이라 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미 건강이 망가져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들이다. 일반 여성이 대상이 아니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특정 그룹의 환자를 대상으로 과거 음주량과 사망률을 단순비교했다.
미국심장협회는 음주문제에 대해 이미 유권해석을 내린바 있다. 남자는 하루 2잔, 여자는 하루 1잔까지가 마지노 선이다. 그러니까 남자보다 여자가 더 술에 조심해야한다. 그리고 유방암은 하루 1잔도 해롭다는게 최근 정설이다. 여성은 술에 관한한 가능하면 아예 먹지 않는게 좋다는 것이다.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비온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