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2020년 12월 반환된 미군기지 12곳의 환경오염 '위해성 평가 보고서'(환경부 시행)를 최초로 입수해 2021년 2월 3일부터 차례로 그 내용을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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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독성 물질에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는 그 자체가 일종의 발암 물질이 될 수 있습니다. 토양과 지하수의 독성 물질이 다양한 경로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한 미군기지는 한국전쟁과 분단 고착이라는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길게는 70년 넘게 치외법권 지역이었고, 그 안에서 어떤 유해 물질이 취급되고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미군기지 가운데 일부는 도심 등 인구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고, 우리가 돌려받은 기지는 앞으로 어린이들이 뛰어놀게 될 공원이 되거나 주거지역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적어도 반환됐거나, 반환예정인 미군기지 관련 환경오염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기지가 운영될 때 관련 정보가 철저하게 비공개 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시민들이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는 것은 알 권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뉴스타파는 앞서 두 차례 보도를 통해 서울 지역 5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위해성 평가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세 번째 보도에서는 서울 이외 지역에 있는 미군기지 6곳의 위해성 정도와 그 심각성을 기록합니다.
대구, 강원 미군기지 인체위해성 ‘심각’... 대구 기지는 '공원화' 계획
지난해 12월 반환 받은 대구 캠프 워커 헬기장 부지. 주거지역 발암 위해도가 1만 분의 2.2로 측정됐다. (사진 제공: 대구 안실련)
뉴스타파가 서울 이외 지역에 있는 미군기지 6곳의 위해성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구의 '캠프 워커' 헬기장 터와 강원 영월의 '필승사격장' 일부가 비슷한 수준으로 인체 위해도가 높게 조사됐습니다.
먼저 대구 캠프 워커 헬기장 터는 지난 1921년 일제강점기 일본군 사격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해 1951년부터는 주한미군이 사용하다 지난해 12월 우리에게 반환됐습니다. 주로 헬기장 및 활주로로 사용됐습니다.
환경부의 위해성 평가 결과 이곳에선 1군 발암물질인 비소·다이옥신과 염화비닐, 클로로포름, 벤젠 등의 독성 토양가스 성분에 인체가 노출돼 암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주거지역으로 쓰일 경우 주민은 1만 분의 2.2, 상/공업지역으로 쓰일 경우 근로자는 10만 분의 4.3, 건설 현장 작업자의 경우는 100만 분의 1.4로 측정됐습니다.
환경부의 토양오염물질 위해성 평가 지침상 허용가능한 발암위해도 기준은 100만 분의 1에서 10만 분의 1입니다. 연구 현장에선 주로 10만 분의 1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하게 표현하면 ‘10만 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확률’입니다. 즉 캠프 워커가 주거지역으로 사용될 경우 발암위해도 1만 분의 2.2는 단순하게 표현하면 '1만 명 중 약 2명이 암에 걸릴 확률'입니다. 이는 기준을 크게 초과한 수치입니다.
캠프 워커의 ‘비발암위해도’, 즉 오염물질에 노출돼 암 이외의 질병에 걸리는 등 인체가 건강 상 영향을 받을 확률은 어린이(주거지역), 성인(주거지역), 상공업지역, 건설현장 근로자 모두 지침상 허용가능한 기준인 숫자 1을 초과했습니다. 어린이(주거지역)의 경우 19, 성인(주거지역) 17, 성인(상/공업지역) 3.8, 성인(건설현장) 3.3으로 조사됐습니다.
캠프 워커에 대해선 지하수 오염원 관련 위해성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구 지역에서는 상수도 보급률이 100%이기 때문에 지하수에 의한 인체 노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캠프 워커는 향후 공원, 도서관, 지하 주차장 등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특히 공원은 어린이들이 흙을 직접 만지거나 섭취할 가능성이 있어 정화 기준이 주거지역과 마찬가지로 가장 높습니다.
대구 지역 시민단체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위해성 평가 보고서는 매우 중요한 조사 보고서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구시가 그동안 시민들에게 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고싶다”며 “향후 캠프 워커의 환경오염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 시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캠프 워커 헬기장 터와 필승사격장 일부의 위해성 평가 결과. 캠프 워커의 경우 주거지역 발암 위해도가 1만 분의 2.2, 필승사격장의 경우 1만 분의 2.4로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
강원도 영월군의 필승사격장은 지하수 속 벤젠, 에틸벤젠, 나프탈렌, 톨루엔, 크실렌 등의 물질에 인체가 노출돼 주거지역 거주자가 암에 걸릴 확률이 1만 분의 2.4, 상공업지역의 근로자가 암에 걸릴 확률이 10만 분의 5.8로 조사됐습니다. 비발암위해도의 경우 모든 경우에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특히 주거지역 어린이의 경우 비발암위해도가 51로 측정돼, 기준을 51배 초과했습니다. 성인(주거지역)은 48, 상/공업지역은 14, 건설현장 노동자의 경우도 1.1로 조사돼 모두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전투사격장의 일부였던 필승사격장은 향후 우리 군이 사용할 예정입니다.
경기 하남, 경기 의정부도 위해도 높아…비소·다이옥신 등 노출
경기 하남의 미군 성남골프장과 경기 의정부의 캠프 잭슨도 위 지역과 마찬가지로 주거지역 발암위해도가 1만 분의 1을 초과했습니다.
하남의 성남골프장은 1군 발암물질인 비소·다이옥신·염화비닐, 독성 물질 에틸벤젠 노출로 인한 주거지역 거주가 발암위해도가 1만 분의 1, 상/공업지역 근무자는 10만 분의 2로 조사됐습니다. 건설현장 작업자는 100만 분의 3으로 조사됐습니다. 비발암위해도는 모든 경우에 기준치 숫자 1을 초과했습니다. 어린이(주거지역) 비발암위해도는 10, 성인(주거지역)은 2.6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위례신도시에 인접해 있는 성남골프장은 국방부의 환경정화 작업 뒤 매각될 예정입니다.
경기 의정부 호원동의 캠프 잭슨 역시 독성물질인 트리클로로에탄, 벤조피렌, 클로로포름, 테트라클로로에탄 등 노출로 인한 주거지역 발암위해도가 1만 분의 1.1, 상/공업지역 발암 위해도는 10만 분의 2.4로 조사됐습니다. 비발암 위해도는 역시 모든 경우에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어린이(주거지역)의 경우 20, 성인(주거지역)의 경우 16, 상/공업지역의 경우 3.1로 조사됐습니다.
경기 하남 미군 성남골프장과 경기 의정부 캠프 잭슨의 위해성 평가 결과. 주거지역 발암 위해도의 경우 각각 1만 분의 1, 1만 분의 1.1로 조사됐다.
경북 포항파견대는 기준 초과, 동두천 캠프 모빌은 위해도 낮은 편
경북 포항 남구 오천읍 한국해병대 내부에 위치한 미군 포항파견대는 클로로포름, 트리메틸벤젠, 벤젠, 염화벤질 등 노출로 인한 발암 위해도가 주거지역의 경우 10만 분의 8.3, 상공업지역의 경우 10만 분의 1.7을 초과했습니다. 건설현장 작업자의 경우는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습니다. 비발암 위해도는 어린이(주거지역)의 경우 21, 성인(주거지역) 17, 상/공업지역 3.8 등으로 세 가지 경우에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부분 반환된 경기 동두천의 캠프 모빌의 발암 위해도는 주거지역의 경우에만 100만 분의 5.6으로 측정됐고, 비발암 위해도는 모든 경우에 기준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북 포항 해병포항파견대와 경기 동두천 캠프 모빌 일부의 위해성 평가 결과. 포항파견대의 경우 주거지역 발암위해도가 10만 분의 8.3, 캠프 모빌의 경우 100만 분의 5.6으로 조사됐다.
국방부 편성 미군기지 환경정화 예산 '567억'
이처럼 환경오염 정도가 심각한 미군기지들은 환경정화를 거쳐야 새로운 용도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지자체나 민간에 매각해 공원이 될 수도, 아파트 등 주거지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 돌려받은 이 6개 지역 미군기지는 국방부의 환경 정화 사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승우 군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토양오염에 의한 발암 위해도가 1만 분의 1을 초과하면 위해성이 상당히 높은 것"이라며 "특히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미군기지는 빨리 환경 정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이 기지들의 환경정화 비용은 우리 정부가 부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주한미군기지 환경정화 비용을 한 번도 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올해 미군기지 환경정화 사업에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2021년도 미군기지 반환 사업 관련 예산 내역에 따르면 미군기지 '환경조사 및 치유' 전체 사업에 약 560억 원이, 이 가운데 지난해 말 반환받은 일부 기지의 정화 사업 착수비로 138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2019년 반환받은 기지들의 정화사업 설계비로는 125억 원이, 이미 환경 정화가 진행되고 있는 북캠프캐슬과 캠프마켓 등의 정화사업 비용으로는 약 300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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