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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양자 효과, 30년 만에 증명

천사요정 2021. 12. 1. 03:24

[금요 포커스] 초저온 고밀도 원자는 빛의 산란 감소시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물리학 교수 볼프강 케털리(Wolfgang Ketterle)는 ‘보스-아인슈타인 응집’을 절대온도에 가까운 상태에서 실현해 수많은 원자가 하나처럼 뭉쳐 있는 새로운 물질 상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코넬, 와이먼과 함께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그런데 그가 박사후연구원으로 1990년 MIT에 처음 왔을 때 지도교수였던 데이비드 프리차드(David Pritchard) 교수는 ‘파울리 차단(Pauli blocking)’이라는 양자 효과 하나를 예측했다. 만약 원자를 초저온 상태에서 고밀도로 배치하게 되면 투명해져서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양자 통계가 극저온 가스에서 빛의 산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는 파란색 레이저 광선. ©Christian Sanner, Ye labs/JILA

이 기묘한 양자 효과에 파울리 차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1925년에 처음으로 공식화한 ‘파울리의 배타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파울리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페르미 입자들은 서로 같은 양자 상태를 가진 동일 공간에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다시 말해 전자 같은 입자에는 지정석이 있어서 한 자리에 같은 입자 2개가 동시에 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온 원자보다 빛의 산란 38% 감소

우리가 어떤 물질을 볼 수 있는 것은 원자에 부딪힌 빛(광자)이 튕겨 빛의 에너지를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울리의 배타 원리에 의해 원자가 빽빽하게 주변 자리를 메워버리면 원자는 움직일 수 없으므로 빛의 산란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우리도 그것을 볼 수 없게 된다.

파울리의 배타 원리는 기체의 원자에도 적용된다. 보통 가스 속의 원자는 튕겨 나갈 공간이 많아 페르미 입자라 할지라도 광자를 멀리 흩뿌릴 수 있다. 하지만 가스를 차갑고 밀도가 높게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때 입자들은 서로 밀폐되어 광자가 부딪친 에너지를 산란시킬 수 없으므로 투명해져서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쉽게 비유하자면 공연장에 앉은 관객들을 생각하면 된다. 공연장에 빈 좌석이 많으면 관객들이 비어 있는 자리로 진동하여 빛을 산란시킬 수 있지만, 좌석이 매진되어 관객들이 꽉 차 있으면 입자들은 더 이상 빛과 상호작용을 할 수 없게 되어 광자를 흩뿌릴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이제까지 관찰된 적이 없었다. 파울리 차단이 일어날 만큼 충분히 차갑고 밀도가 높은 상태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볼프강 케털리 교수의 예전 모습. 그는 200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다. ©Matthias Rosenkranz(Flickr)

그런데 볼프강 케털리 교수는 30년 만에 스승이 예측한 파울리 차단 현상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연구진은 3개의 전자, 3개의 양성자, 3개의 중성자를 가진 리튬 원자의 특수 동위원소를 이용해 리튬의 원자 구름을 절대영도보다 높은 20마이크로켈빈(μK)으로 냉각시켰다. 이는 우주 성간 공간 온도의 약 10만분의 1 수준이다.

그 후 초저온 원자를 압축할 수 있는 레이저를 사용해 1㎤당 1,000조 원자의 밀도로 원자들을 쥐어짰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가스의 온도나 밀도를 바꾸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정된 또 다른 레이저 빔과 초정밀 카메라를 사용해 산란된 광자의 수를 세었다.

 

양자컴퓨터 효율 향상에 유용해

그 결과 냉각되고 밀도를 높인 원자들은 실온에 있는 원자보다 38%나 빛의 산란이 감소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원자가 38% 어두워지고 그만큼 투명해졌다는 의미다.

 

빛의 산란이 38% 줄어든 것을 두고 원자가 투명해졌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구진은 원자 구름을 절대영도(-273.15℃)로 냉각시킬 수 있다면 원자가 빛을 전혀 산란할 수 없게 되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11월 18일 자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볼프강 케털리 교수는 “우리가 관찰한 것은 매우 특별하고 간단한 형태의 파울리 차단인데, 이는 모든 원자가 자연적으로 하는 일인 빛의 산란을 원자가 막는다는 것이다”며 “이런 효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서 물리학의 새로운 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파울리 차단이 실제로 빛을 산란시키는 원자의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관찰한 이번 연구 결과는 양자컴퓨터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데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양자 결맞음에 의해 방해받아 빛에 의해 운반되는 양자 정보가 컴퓨터 주변에서 손실된다. 이번 연구는 이처럼 양자 세계를 통제할 때마다 문제가 되는 빛의 산란을 억제하는 한 가지 방법을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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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21.11.2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