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346호 사설
“문재인 정권은 친정권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MBC, KBS, YTN 등 공영·준공영 방송을 정권의 홍보 나팔수로 전락시켰다.”
지난 5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 발언이다. 사실관계를 교묘히 섞어놓은 말이다. 앞서 언급한 방송사의 주요 간부를 ‘친정권 인사’라고 해석하는 건 자유다. 다만 이들을 정권이 내려보낸 ‘낙하산’이라고 규정하거나 방송사가 정권의 홍보 나팔수가 됐다는 주장을 하려면 근거가 뚜렷해야 한다.
김 원내대표는 낙하산 인사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김 원내대표 발언으로 명예훼손 등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이 나타나 자신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소송을 건다면, 사실관계를 치열하게 다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 원내대표 발언은 ‘공영방송 무용론’과 맞닿아 있어 더 우려스럽다. 윤석열 인수위에서도 ‘공영방송 청소론’을 정당화하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인수위는 최근 지역 공영방송 협의체와 간담회를 했는데 황당한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공영방송 체제에서 겪는 광고 수주 등 애로 사항을 전달하자 ‘어차피 몇 년 뒤면 공영방송은 없어질 거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공영방송을 정권 편향 방송으로 깎아내리면 ‘공영’의 기능적 역할은 지워지고 공정치 못한 악의 이미지만 남게 된다. 이는 공영방송 무용론으로 연결돼 ‘공영방송 민영화’의 근거로만 쓰이는 순환 논리 오류에 빠지게 된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한 중앙일간지 칼럼에도 등장했다. 김동률 교수(서강대 매체경영)는 “언론인끼리 싸움은 이제 그만”이라는 글에서 공영의 개념을 관변이라고 주장하며 관변언론으로 KBS 1·2TV, MBC, EBS, K-TV, 연합뉴스, 연합뉴스TV, YTN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 언론사 공통점이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이 문재인 지지 모임 멤버”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맨 먼저 언론개혁부터 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정권 초가 아니면 언론개혁은 정말 어렵기 때문”이라며 언론개혁 방향에 대해 “지금쯤 지나치게 많은 관변 언론은 정리되는 게 맞다 (중략) 관변 언론은 이제 민영화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초반 공영방송을 민영화하는 절차에 착수하라고 요청한 셈인데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 통폐합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2020년 김 교수는 또 다른 일간지 칼럼에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 문제를 짚었다. 그의 지적처럼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있어 정치권 입김을 차단하고 편향 시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던져놓다시피 방치해놓고 공영방송 무용론을 외치는 건 공영방송 말려 죽이기에 다름 아니다.
정권 초 ‘언론 장악’ 논란은 되풀이되어 왔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공영방송을 적대시하면서 민영화 얘기를 쉽게 꺼내는 건 이례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언론 산업 전반을 자본 지배 아래 놓이는 게 하는 민영화 방식을 전면화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입길에 오르내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지분을 10%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8조를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법 개정을 통해 미디어 산업 투자 확대를 막는 ‘걸림돌’을 제거한다고 하지만, 대규모 자본의 매체 인수를 부추기고 미디어를 돈벌이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그동안 각종 건설기업이 소유한 민영방송에서 대주주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보도를 내놓고도 뻔뻔하게 공익 보도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숱하게 보지 않았는가.
윤석열 당선자가 언론사 편집국장들을 연달아 만나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언론개혁의 방향’이다. 당선자에게 되돌려 묻는다. “윤석열 당선자가 생각하는 언론개혁은 무엇입니까?”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454
‘게시판 유출 징계’ 추진하는 서울신문, 기자들 입막기?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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