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6-06 16:18
정당한 권리-불법행위 엄격 구분
작년 총파업 대응과 180도 달라져
최저임금문제 등 다른현안도 주목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 점검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화물연대가) 운송거부를 강행하게 되면 물류차질을 피할 수 없다"며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면서도 "운송을 방해하는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 테두리 안에서 행해지는 정당한 권리행사는 보장하겠지만, 법을 위반할 경우 공권력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경찰도 불법행위 근절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노조원 등이 화물차주들의 정상적인 운송을 방해할 목적으로 출입구 봉쇄나 차량파손 등 불법행위를 강행하면 현장검거를 원칙으로 하고, 주동자도 추적해 처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법령에 따라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도 병행키로 했다.
이는 '친노동'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와는 달라진 기조다. 화물연대는 작년 11월에도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정부는 "대규모 국가적 물류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수 천명의 병력을 투입하고서도 불법집회 등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는 불법적 노동계 파업에 대해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다보니 문제가 불거진 측면이 있다"며 "현 정부는 불법과 합법을 구분해 노동계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계를 대하는 새 정부의 태도가 바뀌면서 다른 노동현안에 대한 정책기조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5년간 40% 넘게 오른 최저임금이 대표적이다. 당장 오는 9일부터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논의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개최될 예정인데,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 시급(9160원)보다 2700원(29.4%) 인상된 1만1860원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물가상승으로 부담이 가중된 상태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은 무리라며 '동결 내지는 3% 미만' 인상안을 제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노동계가 받아들이기에 우려스러운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 정책적으로 나타난 것은 없다"며 "새 정부 노동정책 기조나 방향은 최저임금위 협상 기조를 통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영계와 마찬가지로 임금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억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경제계에서도 경쟁적인 가격·임금 인상은 오히려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격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표적 친노동 제도인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 등은 새 정부에서도 지지하고 있어 경영계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달 본회의를 열어 공무원·교원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 시간을 유급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타임오프제를 통과시켰다. 그동안 경영계와 보수 진영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노조전임자 근로면제제도 도입을 약속하면서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 올해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이사제도 오는 7월부터 공공기관 도입이 예정돼 있다.
김태기 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개혁을 표방했으니까 노동계가 긴장할 거라고는 하는데, 정책적으로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 등은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지지했기 때문에 이미 끝난 사안으로, 경영계에서는 실망이 컸을 것"이라면서도 "근로시간 유연화, 최저임금 합리화 등은 경영계가 (재논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민성·김동준·이민호기자 blaams@dt.co.kr
http://m.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206070210035805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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