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반도 인근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 미국 지구관측 인공위성이 한반도에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상공을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인공위성 잔해물 추락에 대비해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우주위험대책본부를 소집했다. 전국 공항에선 낙하 예상 시각에 항공기 이륙이 금지되는 조치가 시행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에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성은 대부분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해체 및 연소되어 대부분이 소실되지만 일부 잔해물이 넓은 범위에 낙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었다.
실제로 우주로 나갔다가 지구로 재진입한 우주 잔해물이 지상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사례는 극히 드물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번 미 관측위성 추락으로 인해 지상에 사상자가 발생할 확률은 9400분의 1이라고 발표했다. 미 비영리 우주 연구기업인 에어로스페이스는 지구로 재진입하는 인공위성 등 우주발사체 잔해 조각에 사람이 맞아 부상을 입을 확률은 1조분의 1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기로 재진입한 우주 잔해물이 사람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가한 사례는 현재까지는 1997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보고된 것이 유일하다.
다만 우주 잔해물 충격 우려와 별개로 국제사회는 점점 늘어나는 '우주 쓰레기'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전세계 국가들이 우주에 쏘아 올리는 발사체 수는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간의 충돌, 발사체 잔해물의 대기권 재진입의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우주 잔해물의 정확한 추락 지점 예측도 현재로서는 불완전하다. 국제사회는 혹시 모를 우주 쓰레기 추락 피해를 막고자 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 운영, 유엔 차원의 지속가능한 우주활용 가이드라인 제정 등 논의를 지속해나가고 있다.
피해 가능성은 작지만, '우주 잔해물' 수는 증가 중
이번에 한반도 인근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 미국의 지구관측위성(ERBS)은 질량이 2450킬로그램(㎏)으로,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대부분이 타버려 인명 및 재산 피해 가능성은 작았다.
그러나 질량이 크고 대기권 재진입에 대책이 없는 우주 잔해물이 추락할 시 피해 위험은 커진다. 대기로 재진입하면서 소실되지 않는 파편이 크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인공위성이 대기권으로 재진입시 동체의 10~40%가 파편으로 살아남고, 질량이 큰 파편의 경우 시속 300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으로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인공위성 등을 쏘아올릴 때 사용된 우주 발사체 파편이 떨어져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필요한 실험실 모듈 등을 '창정' 로켓에 실어 발사하고 있다. 이때 발사체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 중 일부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했다.
2022년 11월, 태평양으로 떨어진 '창정 5B호' 잔해물 질량은 21톤(t)에 달했다. 2년 전인 2020년에도 중국이 발사한 로켓 잔해물 일부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한 마을에 떨어져 몇몇 건물에 피해를 입혔다. NASA는 이러한 잔해물의 추락이 "지난 30년간 가장 큰 규모"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지구로 추락할 가능성이 큰 우주 잔해물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주정거장 건설을 마무리 짓고 있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 국가들은 우주 발사체를 지속적으로 쏘아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스페이스X 등 기업들까지 우주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특정 궤도 내 인공위성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유엔 우주사무국(UNOOSA)에 따르면 2017년 우주로 발사된 발사체 수는 300개였다. 이후 계속 증가해 2020년에는 1000개를 돌파했다. 2022년에는 한해 동안만 2000개가 넘는 발사체가 우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2030년에는 고도 2000㎞의 저궤도 내 인공위성 수가 5만7000개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인공위성들의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자연히 서로 충돌할 위험이 커진다. 이는 우주정거장 및 인공위성에 대한 위협일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로 재진입하는 잔해물이 증가할 위험도 커짐을 의미한다. 유럽우주국(ESA)은 충돌, 폭발 등으로 생겨난 10센티미터(㎝) 이상 우주 잔해물이 3만6500여 개가 넘고, 1밀리미터(㎜)~1㎝는 약 1억3000만 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때 사용된 발사체나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또한 언제 지구로 떨어질지 모르는 우주 쓰레기가 된다.
여기에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우주 쓰레기 증가에도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영 남국 조사국(BAC)은 지난 10월 지구 대기에 온실가스 수치가 오를수록 대기권 상류층의 밀도는 감소해 지구 궤도를 도는 물체들이 더 오랫동안 궤도에 머물게 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일시적으로 지구 대기로 재진입하는 물체의 수는 줄여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공위성 간의 충돌 가능성을 키워 결국 우주 잔해물을 늘리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 잔해물'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강제력은 없어… 관련 사업 활성화 움직임도
국제사회는 언제 지구로 떨어질지 모르는 우주 잔해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우주 잔해물 방지 및 수거,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우주 잔해물이 야기하는 피해에 대한 보상 메카니즘을 기대하기란 난망하다. 유엔 우주책임협약상 해당 발사체를 쏘아올린 국가가 책임을 져야하지만 실제 보상까지 이어진 기록은 없다.
오히려 추락한 잔해물 수거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2022년 필리핀 해역에 떨어진 중국 로켓 잔해물 수거와 관련해서 필리핀은 "중국이 잔해물을 강제로 탈취해갔다"라고 주장하며 중국과 진실공방을 벌였다.
인공위성 발사 단계와 임무 완수 후 우주 잔해물을 최소화 하는 대책도 마련 중이다. 미국의 경우 작년 9월 임무를 완수한 인공위성을 5년 이내에 수거해야 한다는 규칙을 제정했다.
유엔은 '우주활동 장기 지속가능성(LTS)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려 했다. 다만 해당 가이드라인은 우주 잔해물 경감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일반적 수준의 선언만을 도출했으며 이마저도 법적 구속력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2020년 위성·발사체 파열 최소화, 충돌 회피 기술 적용 등을 담은 '우주 쓰레기 경감을 위한 우주비행체 개발 및 운용 권고안'을 마련했다.
우주 쓰레기의 위협이 커짐에 따라 궤도에 떠도는 우주 잔해물을 수거하는 산업도 활성화되는 모양새다. 일본 및 유럽은 그물, 작살, 로봇 등을 이용해 수명이 다 한 인공위성을 수거하는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 정부 또한 우주 쓰레기 제거용인 '포집위성'을 개발해 발사할 계획을 지난해 말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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