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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문건 속 주목해야 할 '이 문구'

천사요정 2018. 8. 5. 09:49

'자유한국당 내란공범' 논란... 말 아낀 김성태에, 임태훈 "그게 가장 두렵기 때문"

[오마이뉴스 소중한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가 만든 계엄령 문건의 "여당을 통해서" 계엄 해제를 막는 다는 계획이 담긴 문구. 이 문건이 만들어졌을 때 여당은 자유한국당이었다.
ⓒ 국회 국방위


"여당을 통해서 계엄의 필요성 및 최단 기간 내 해제 등 약속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

국군기무사령관(아래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담긴 이 문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비문이라 다소 읽기에 불편하지만, 계엄령 유지를 위해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을 활용한다는 내용이 명확히 씌여 있다.

헌법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라고 나와 있다. 당시 국회는 여소야대였고 계엄령 해제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기무사가 "여당을 통해서" 계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최단 기간 내 계엄 해제를 약속하도록 해 '계엄 사수 계획'을 준비한 것이다. 해당 문장의 다음에는 계엄사령부를 통해 국회의원을 검거하는 계획도 실려 있다.

계엄령 문건에 담긴 이 한 문장을 통해 '자유한국당에서도 누군가 미리 계엄령 계획을 알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상황이다. 처음 계엄령 문건이 공개됐을 때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이 문장은 김성태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의 '입' 때문에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임태훈 공격하려다 되레 '내란공범' 몰려

▲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연 김성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에서 기무사 문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인권의식이 결여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군인권센터가 국방, 안보의 가장 중요한 축인 내부 기밀을 계속 폭로하고 있다"라며 "자유한국당은 어떻게 군인권센터에 군 기밀이 손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제대로 파악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관련기사 : 김성태, 임태훈 소장 원색적 비난 "성 정체성 혼란 겪는 자가...").

군인권센터는 계엄령 문건을 공개하고, 내부 제보를 폭로하는 등 최근 기무사를 둘러싼 문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임 소장은 스스로 "커밍아웃한 지 20년이 넘었다"라고 말하듯 성소수자이다.

임 소장은 같은 날 김 원내대표의 문제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동성애자와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사람을 동일시하는 무지의 소치는 차치하더라도, 인식의 밑천을 드러내면서까지 내란범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국민들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관련기사 : 임태훈, 김성태 향해 "밑천 드러내면서 내란범 지키려 하나").


▲ 임태훈 "김성태 원내대표 그만 두셔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향해 “성정체성 논란을 겪는 자 군 개혁을 주도한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공당의 대표가 폭언과 실언을 했다”라며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특히 임 소장은 계엄령 문건에 담긴 "여당을 통해서"라는 문구를 거론하며 "자유한국당이 내란의 공범으로 명시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건에는 군이 국회의 계엄령 해제 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당시 정부 여당인 자유한국당과 공모해 의원 정족수를 고의로 미달시키고 야당 의원들을 체포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돼 있다"라며 "당시 정부 여당으로서 소속 의원이나 관계자가 내란음모에 연루돼 있을 경우, 통합진보당 해산의 판례에 비추어 자유한국당은 위헌정당의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공당으로서 친위 쿠데타 연루 여부를 국민 앞에 해명할 책임이 있다"라며 "문건에 자유한국당의 이름이 명기된 지금 내란범을 편들 여유는 없어 보인다, 당 내부에 내란음모에 가담한 공범들이 있는지 확인부터 해보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군인권센터를 비난하려다 되레 내란공범으로 몰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임 소장의 반박 이후 이틀 간 여러 차례 내놓은 논평에는 유독 이 지적에 대한 의견만 빠져 있었다. 김 원내대표는 1일 오후 4시에 연 기자회견에서 "제1야당을 내란공범으로 몰아가려는 문재인 정권의 야당탄압"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임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계엄령 문건에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것은 그게 가장 두렵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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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된 태극기·성조기 부대…"계엄령이 답이다!"


[현장] 조원진·윤상현·김문수·김진태 등 참석…광장 한복판엔 '서북 청년단'도

 [최하얀 기자]

 

"아 그럼! 추워도 나와야지. 나라가 종북 세력에 넘어가게 생겼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말이야, 결혼도 안 했고, 아니 아니 이 대한민국하고 결혼한 여자란 말이지. 박 대통령 앞에서 딸랑딸랑 거리다가 배신 때린 그 골빈 금수저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평생을 애국한 사람이다. 

어휴. 보수가 그동안 너무 점잖았던 게야…. 우리도 투쟁심을 길러서 싸워야지. 전부 바로 잡아야지! 배신자들과 빨갱이 놈들한테 이 나라를 갖다 바칠 수 없지!"

서울 중랑구에서 몇 주째 매주 태극기 집회에 참여 중이라는 이 모 씨는 11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한 손으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 매주 늘어가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와 조원진·윤상현 등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참석에 한껏 고무된 듯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65일째가 되는 이날, 서울 시청 광장 일대는 태극기와 성조기로 채워졌다. 덕수궁 앞 무대 주변을 제외하면 집회 참여자 간 거리가 듬성듬성 비어있긴 했지만, 한 눈으로 보기에도 처음 태극기 집회가 열렸을 때에서 몇 배 그 몸집이 불어나 있었다. 

참석자들은 태극기 집회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태극기, 성조기, 선글라스, 박근혜 대통령 사진, 새마을 운동기, 군복 등으로 몸을 감싸고 "탄핵 무효"를 부르짖었다. 군데군데 젊은 참여자들이 눈에 띄긴 했으나, 여전히 주요 연령대는 60대 이상 장년·노년 층이었다. 

▲ 11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모습. ⓒ프레시안(최하얀)
 
행진에 앞서 진행된 1부 행사에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대변인인 정광용 박사모 회장, 새누리당 조원진·윤상현 의원, 육·해·공군 사관학교 출신 예비5역 대령들 등이 연단에 올라 발언을 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김진태 의원, 서석구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사 등도 집회에 참석했다. 

정 대변인은 "대한민국이 생기고 최초로 가장 많은 인구가 하나의 집회에 모였다"며 "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말했다. 태극기 지회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참여자가 21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210만 명이라는 숫자는 국회에서의 탄핵안 가결을 앞두고 있었던 지난해 12월 3일 촛불집회 주최 측이 '전국'에서 타올랐다고 밝힌 숫자다. 당시 170만 명가량이 모여들었다는 서울 도심은 법원의 허가로 청와대 주변까지 도보 통행이 가능했음에도 촛불이 곳곳을 수놓아 장관을 이루었었다. 

정 대변인은 그런 촛불 집회를 "정치 집회고 민주당 당원 집회"라며 "우리가 국민이다. 우리는 당이 안 나오고 고작 의원 몇 명이 나왔다. 우리가 민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말하기도 부끄러운 호스트바 남창 고영태가 저지른 사기 사건이다"라며 이번 사건을 '남창 게이트'라고 불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순실 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 컴퓨터를 최초 보도한 종합편성채널 JTBC 사장 "손석희 배후는 중앙일보 홍석현"이라며 홍 회장의 "대가리를 칩시다. 그놈 집 앞에 집회 신고도 마쳤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탄기국은 다음 주 손 사장과 홍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 왼쪽 사진은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 축하 현장에 나온 박정희 전 대통령, 오른쪽 사진은 2017년 2월 11일 박근혜 탄핵 기각 집회에 나온 박정희 전 대통령. ⓒ프레시안(최하얀)

이번 태극기 집회에 주목도를 높인 주인공 새누리당 현직 의원들도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존영'이라고 불러 논란을 산 조원진 의원은 이날 "태극기의 함성이 거짓을 물리치고 진실의 문을 열었다"면서 "존경하는 애국 시민 여러분. 탄핵 무효를 무서워하는 야당의 문재인과 추미애는 촛불 동원령을 내렸다. 우리는 애국 국민 총동원력을 내려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 사심이 없고 부정부패하지 않았고 오로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하여 일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안보가 무너지고 노동 현장은 민(주)노총이 장악하고 교육 현장은 전교조가 장악할 것이다. 여러분 아들 딸과 손자 손녀가 이런 대한민국에서 살아서 되겠나"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당시 대표를 상대로 '죽여버린다'는 막말을 한 전화 통화 내용이 유출됐던 윤상현 의원도 무대에 섰다. 

그는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을 졸속 의결하고 적법한 절차 또한 거치지 않아 탄핵 심판은 애초부터 원천 무효"라는 주장을 하며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이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범죄로 단죄할 수 없다. 이게 양심 있는 법조인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여러분들의 자랑스러운 태극기 물결을 보면 너무나도 감개무량하다"며 "태극기 아래 똘똘 뭉쳐 탄핵 기각과 대한민국의 역사 지키기에 끝까지 함께 하자"고 외쳤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자로 나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죄 없는 사람을 탄핵한 국회를 탄핵하고 철거해야 한다"는 놀라운 주장을 꺼내놨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야당 후보도, 안희정도 노무현 대통령 정치자금 때문에 감옥에 갔다. 박지원도 돈을 얼마나 받아먹고 북한에 돈을 얼마나 갖다 줬나.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하고, 도지사하고, 대통령 후보 한다는데 돈 한 푼도 안 받은 대통령은 탄핵해서야 되겠나"라고도 했다. 

태극기 집회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군 간부 출신들도 릴레이 발언을 이어갔다. 

해군사관학교 출신 예비역 대령이라는 참가자는 "충무공의 후손인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국가를 위한 참 전사라는 것을 알린다. 싸워서 이기는 훈련만 한 프로들이다"라며 현재의 상황을 '전시'에 빗댔다. 

이런 발언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흔드는 참석자들 일부는 목에 '계엄령만이 답' '떡검을 탄핵하라'와 같은 피켓을 들고 있기도 했다.

서울 시청광장에 조성된 '애국 텐트촌'에 세워진 서북청년단 텐트. ⓒ프레시안(최하얀)
 
발언 중간중간에는 '최후의 5분' '전선을 간다'와 같은 군가도 울려 퍼졌다. 한 남성 참석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 들고 서 있었다. 

청계 광장에 '블랙리스트' 피해자이기도 한 문화·예술인들이 차린 텐트촌에 맞서 조성된 '태극기 텐트촌'은 이날에도 시청 광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태극기 집회 측 참여자들은 이 텐트들을 '애국 텐트'라고 부른다. 

텐트마다 '주인'을 바깥에 피켓이나 매직으로 쓴 글자 등으로 표시해 놓았는데, 그중에는 '서북 청년단'도 있었다. 서북청년단은 1948년 제주 4.3 당시 제주도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백색 테러'를 자행한 극우 단체다. 

해방 직후 월남한 우익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미 군정 당시 조직되었으며, 지난 2014년 일부 보수 진영 인사들이 재건 소식을 알려 논란이 됐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은 서울 도심 행진을 진행한 후 이날 오후 5시부터 2부 집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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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인 서석구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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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얀 기자 (hycho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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