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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결단도 못하는 미국, 북한에 큰 결단 바랄 수 있나?

천사요정 2018. 8. 29. 02:23

[정욱식 칼럼] 폼페이오 방북 취소, 김영철의 비밀 편지가 문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주목할 만한 보도를 내놨다.

이 신문의 칼럼리스트인 조시 로긴은 복수의 미국 고위 관료들을 확인을 거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비밀 편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폼페이오의 방북을 취소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미국시간으로 24일 아침에 김영철의 편지를 받은 폼페이오가 트럼프에게 그 편지를 보여줬고 "실패를 예감한" 트럼프가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로긴은 "편지의 정확한 내용은 불분명하지만, 매우 적대적"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당초 계획을 번복하면서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고 있다"고 트위터를 날린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국내 상당수 언론들도 로긴의 칼럼 가운데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에 귀책 사유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김영철의 편지가 폼페이오의 방북 계획을 철회할 정도로 "적대적인" 내용이 담겼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문제다. 추측컨대, 김영철은 편지는 '이번에 올 때에는 우리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가져와달라. 이게 없이 또다시 강도적인 요구를 한다면 오지 않는 것만도 못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최대치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 북한이 제기한 문제는 종전선언을 의미한다. 

로긴의 칼럼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미국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존 볼턴 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방관이 현 시기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썼다. "북한이 먼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및 자산을) 신고하고, 미국이 추가적으로 양보 조치를 취하기 전에 북한의 신고는 검증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가 사실이라면 볼턴과 매티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신고→검증→종전선언'의 순서를 상기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교전 상태에 있는 적대국에 무기를 신고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은 일관되고도 강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 입장의 이면에는 핵과 미사일 정보를 미국에 넘겨주고 이를 검증받게 되면 미국에 선제공격 목록을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로긴은 또한 "볼턴은 (종전선언과 같은) 어떠한 양보도 북한에 (미국의) 나약함을 드러나는 것이고 그래서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매티스는 "종전선언의 함의에 대한 철저한 고려가 없는 상태에서 이 선언이 나오면 한미 양국의 군사적 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무부는 종전선언은 한참 뒤에 따라올 평화조약과는 한참 거리가 먼 정치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폼페이오의 방북이 취소된 배경에는 검증가능한 신고와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 양측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 국무부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펜타곤과 볼턴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트럼프의 결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일전에 종전을 "축복"이라고 했던 트럼프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거나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게 일시적인 북미간의 기싸움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갈등의 양상도 엿볼 수 있다. 미국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마저 주저하면서 북한에 '선 비핵화'를 요구할수록 북한의 대미 불신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작은 결단도 내리지 못하는데,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 제재 해제, 그리고 북미관계 정상화와 같은 큰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믿기에는 북미 간 불신의 역사는 너무나도 깊고 미국의 현재 행동은 너무나도 굼뜨기 때문이다. 

설사가상으로 미국은 '중국몽'을 수정주의로 간주하고 그 꿈을 꺾어버리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섣불리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중국은 한편으로는 당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신형대국관계'가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있다.


안 그래도 복잡하고 어려운 한반도 문제가 더더욱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기로 한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208654&utm_source=daum&utm_medium=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