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밝혀진다/이명박근혜황교안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의 82개 질문에 '진술거부'.."결론 정해놓고 망신줘"

천사요정 2018. 9. 4. 21:51

[경향신문]

111억원 뇌물수수 및 349억원 횡령 혐의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77·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에서 열린 공판 중 피고인석에서 법정 중앙의 증인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검찰은 50여분 동안 이 전 대통령에게 82개의 질문을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종종 고개를 좌우로 꺾거나, 오른편으로 몸을 돌려 허리를 숙인채 손수건에 기침하는 모습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공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대통령께서 검찰의 모든 신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셨고, 오늘도 변동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드린다”고 재판부에 이야기했지만 검찰은 준비해 온 질문을 해나갔다.


검찰 측 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전 대통령의 주식회사 다스 실소유주 관련 혐의에 대해 먼저 질문했다. “피고인이 다스 창업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라는 등의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전 대통령은 몇차례 기침을 한 뒤 종이컵에 물을 따라 마시기도 했다.


15분 가까이 이어진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이 답하지 않자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는 “진술거부 의사가 명확하니 여기까지 질문하는게 어떻냐”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답변을 안하는 (태도) 자체도 의미가 있다”며 신문을 이어갔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의 내용을 기반으로 대학생 당시 회계학 등을 공부한 게 맞냐고 질문하자 방청석에서는 “아휴”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방청석의 저런 반응을 자제시켜달라”고 재판장에게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해외소송비 대납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한 질문 모두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검찰 신문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인사청탁과 관련된 뇌물수수 혐의 등을 끝으로 50여분 만에 종료됐다. 변호인단의 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문에서 진술을 거부한 것은 종종 재판 과정에서 기회를 얻어 발언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 의혹을 부인하며 “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인사청탁과 뇌물수수 정황이 담긴 ‘이팔성 비망록’이 허위라며 “이팔성을 불러 거짓말 탐지기로 확인하고 싶다”고 직접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손 들고 3~4번 말씀하시다가 지금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수긍이 안간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술거부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 변호사는 “검찰은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재판에서도 ‘이 전 대통령 말은 다 거짓말’이라는 식으로 하고 있다”며 “더 이상 신문 받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망신주려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문을 통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지 않나’는 기자의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다 개진했다 생각하고 추가적으로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6일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6일 결심공판에서는 검찰 구형과 변호인단의 최후변론, 피고인 최후진술이 이뤄진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https://news.v.daum.net/v/20180904182935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