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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다"는 조현오에 쌍용차 노동자 피토하며 절규

천사요정 2018. 9. 6. 00:04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 댓글공작을 총지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청에 출석했다.

조 전 청장은 "정치에 관여하라고 결코 지시한 적이 없다. 지금 포토라인에 서 있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쌍용차 파업 당시 경찰의 강제진압 작전의 위법성 관련 질문도 이어졌다.

조 전 청장은 "조사위 결과를 결코 승복하지 않는다. 사실관계를 왜곡시켜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잘못됐냐"는 기자의 송곳 질문에 조 전 청장은 "제가 정치 공작 댓글 지시를 했다고 조사받으러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가능하면 거기에 대해서 말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같은 시간 경찰청 앞에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조현오가 죽였다'는 손팻말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창근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9년 동안 농성을 했다. 이제 좀 그만하자. 해결하자"고 울부짖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이명박 정부 때는 맞아 죽었고 박근혜 때는 짓밟혀 죽었고 문재인 때는 기다려 죽어야 되냐"며 "가해자가 뻔하고 누가 공모했는지 드러났다"며 사법부에 수사를 촉구했다.


http://www.nocutnews.co.kr/news/5027314




조현오 ‘쌍용차 진압’ 헬기 타고 직접 진두지휘했다

 

[한겨레21]
2009년 쌍용차 강제진압 경찰청 진상조사위 심사 결과서 입수
강제 진압 주도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의 당시 행적 재구성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조현오 전 경찰청장(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청와대에 직접 연락해 승인을 얻은 다음 경찰 병력을 쌍용차 공장에 투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조현오 전 경찰청장(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청와대에 직접 연락해 승인을 얻은 다음 경찰 병력을 쌍용차 공장에 투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12년 펴낸 책 <도전과 혁신> 36쪽에서 “지금도 종종 이 시를 마음속으로 읊곤 한다”고 적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8월28일 최근 6개월간 조사한 ‘쌍용자동차 사건’ 결과를 발표했다. 2009년 쌍용차 구조조정에 반대해 전면 파업을 하고 평택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을 강제 진압할 때 청와대가 경찰의 강제 진압을 최종 승인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조현오가 개척한 강제 진압의 길


이번 발표는 그동안 제기됐던 주장과 상당 부분 겹치는 내용도 있지만, 국가기관이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겨레21>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52쪽의 쌍용자동차 사건 진상조사 심사 결과서와 5쪽의 결정서를 입수했다.

이 문건들에는 ‘경찰력 행사의 최종 승인은 누가 했나’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최루액, 헬기 등을 이용한 시위 진압은 적법했나’ ‘인터넷 대응팀을 운영하고 여론 조성을 위한 홍보 활동이 적정했나’ 등에 대한 비교적 구체적인 사건의 진상이 담겼다.


진상조사위는 관할 경찰 지휘관으로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던 조 전 청장을 지목했다. “조 청장은 경찰이 진압 작전을 할 때도 공장 현장에서 지휘하거나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직접 지휘”했다. 조 전 청장은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의 진입 작업 중지 지시에도 청와대에 직접 연락해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종 승인 뒤에는 상관인 경찰청장을 건너뛴 조 전 청장이 있었다.


<한겨레21>은 조 전 청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그의 말은 듣지 못했다. 대신 조 전 청장의 책 <도전과 혁신>에 언급된 쌍용차 사건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조 전 청장은 책에서 18쪽에 걸쳐 ‘평택의 여름, 쌍용차 파업 77일’이라는 부제로 이 사건을 다뤘다.

경찰의 강제 진압 전날인 2009년 8월4일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노사 협상의 여지가 있어 시간을 더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강 청장은 “8월4일 경찰 병력이 공장에 대규모로 진입할 때 이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고 조 전 청장이 8월5일 재차 경찰 병력을 공장에 대규모로 투입하려 하자 “진압 작전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조 전 청장은 “강 청장으로부터 진입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러나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211쪽) 오히려 조 전 청장은 “강 청장은 확고하게 재차 중지 지시를 내렸다. (나는) 할 수 없이 청와대에 직접 연락해 허락”(212쪽)을 받아내기까지 했다.

조 전 청장은 강제 진입 전날까지 테이저건이나 다목적발사기 사용 여부를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서는 변수 발생이 우려되니 테이저건이나 다목적발사기를 사용치 말라”(213쪽)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것도 “강행”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위대와 경찰을 동시에 보호하기 위해, 특히 다목적발사기의 사용이 꼭 필요하다”(213쪽)고 말한다.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당시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한 행위는 과도한 경찰력의 행사로 적정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테이저건의 전극 침을 노조원 얼굴에 쏜 행위는 관련 규정까지 어긴 위법행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헬기에서 최루액이 담긴 비닐봉지를 공장 옥상에 있는 노조원들에게 게임을 하듯 던져 맞췄”다. 당시 공장 옥상에 있었던 김정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은 <한겨레21> 인터뷰에서 “게임의 대상자나 사냥감이 된 것 같은 모멸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위법하고 탈법적인 강제 진압


2급 발암물질인 다이클로로메탄 성분이 포함된 최루원액을 물에 섞은 최루액 약 20만ℓ를 헬기로 혼합 살수하는 방법도 “법령에도 열거되지 않은 새로운 위해성 경찰장비”였다. 경찰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살수차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한계가 명시돼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조 전 청장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했다.

그가 2009년 7월2일 경기경찰청 전체에 쌍용차 관련 인터넷 보도가 나가면 “댓글을 달아 경찰 활동에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사이버상 대응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됐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 설치는 “2009년 6월3일 경기경찰청이 홍보·인터넷 대응팀 회의를 개최”하면서 본격화했다. 이어 7월2일 경기경찰청 산하 경찰관 50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이 꾸려졌다. 조 전 청장은 “인터넷 대응 활동을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임기 중에도 계속해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전 청장은 주로 “좌파단체 등에서 게재”하는 인터넷 기사, 동영상 등에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올리게 했다. 노조 파업에 이념적 색깔을 입하는 홍보 활동도 폈다. “쌍용자동차 사건과 관련한 여론을 조성”하려 했던 것이다.

경기경찰청은 2009년 7월27일부터 8월6일까지 수원역, 안양역, 대형마트 등 26곳에서 홍보담당관실 주관으로 ‘쌍용자동차 노조의 불법 폭력 무기류 및 사진 시민 홍보 전시회’를 열었다. 이 기간에 5만3790명이 전시회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진상조상위는 “이들 중 많은 사람이 노조의 불법성이 언론에 비치는 것보다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조 전 청장이 지시한 경찰의 인터넷 대응 내용 역시 “노조의 불법 폭력성 등을 부각하는 경찰 홍보 내용과 대동소이”했다는 것이다. 조 전 청장의 거취에 따라 경기경찰청, 서울경찰청, 경찰청으로 전개되는 인터넷 대응 활동의 흐름을 봤을 때 당시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 설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 전 청장에겐 경찰 인터넷 대응전의 시작점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는 “경찰 홍보 활동은 편향적인 것으로 적정하지 않고 경찰의 정당한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사용자 쪽 경비용역들이 저지른 폭력을 알고도 묵인한 경찰 행위를 알리지 않고 노조원의 불법행위만을 편향적으로 홍보한 정황증거를 인정한 것이다.

조 전 청장은 최근 <한겨레>와 만나 “집회·시위를 비롯해 경찰 관련 쟁점에 대해 인터넷에 댓글을 쓰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고, 정치 공작이라는 말은 터무니없고 여론 조작이라는 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경찰 관련 허위 사실이 유포되지 않게 하고 집회·시위가 과격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은 “경찰에서 성과주의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필자”(166쪽)라고 했다. 그는 “삼성 등 일류기업에서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성과에 따른 금전적 보상과 비슷한 맥락”으로 “공조직에서 가능한 모든 인센티브를 부여”(167쪽)하려 했다. “사람들이 불렀다”던 ‘조현오식 성과주의’는 쌍용차 진압에서도 작동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가족들은 8월30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에 권고안 즉각 이행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박승화 기자
쌍용자동차 노동자 가족들은 8월30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에 권고안 즉각 이행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박승화 기자


경찰 50여 명으로 댓글부대까지 운영


심사 결과서에도 8월4∼5일 이틀 동안 이뤄진 경찰력 행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조 전 청장이 “시위 진압에 대한 성과주의를 강조”했다는 대목이 있다. 박진 진상조사위 위원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조현오식 성과주의는 시위자를 구속, 불구속했을 경우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반영됐다”며 “전체적인 맥락은 조 전 청장이 집회와 노동쟁의를 어떻게 계획하고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조 전 청장은 “성과주의를 꾸준히 경찰조직에 도입”했다. 특히 전·의경부대의 진압 성과를 높이기 위해 ‘성과주의 정착을 위한 전·의경부대 등급별 관리계획’을 각 기동대에 전달했다. “경찰관 기동대 평가표를 작성”해 실적을 높이려는 판단에서였다.

평가표의 가점 항목에는 불법 폭력시위 혐의의 현행범 등 체포 후 경찰관서 인계 요건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찰은 시위자를 구속했을 경우 1명당 2점, 불구속했을 경우 1명당 1점, 훈방했을 경우 1명당 0.1점으로 가산점을 줬다. 그가 경찰조직에 침투시킨 성과주의는 쌍용차 진압 시 폭력성을 높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경찰청은 쌍용차 사건에서 검거 실적이 높은 경찰 직원에게 포상으로 특진을 시켰다. 경찰청 인사담당관의 자료인 2009년 쌍용차 상황 관련 특진자 현황을 보면 당시 경기경찰청 기동단 소속 한 경장이 쌍용차 불법시위 사범 검거 유공으로 1계급 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테러 활동을 수행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것도 조 전 청장의 ‘과욕’이었다. 당시 조 전 청장은 경찰특공대를 대테러 임무가 아니어도 “노조의 파업, 집회시위 등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팀”으로 여겼다.

실제 당시 강희락 청장이 “경찰특공대 설치 목적이 대테러 활동에 있으므로 경찰특공대를 노동쟁의 현장에 투입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고, 경찰특공대가 투입될 경우 대테러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공문으로 지시했는데도, 조 전 청장은 지휘체계를 무시한 채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진실이 드러나는 데 햇수로 10년이 걸렸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에 “과도하게 경찰력을 행사하고 인권을 침해한 사실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 사건을 취하하라고 결정했다. 사과와 재발 방지로 가는 길은 아직 멀다.

진상조사위는 결과서에서 “노사 자율 원칙에 의해 해결돼야 할 노동쟁의가 경찰에 의해 강제로 해결될 때 생길 부정적 결과를 보여줬다”며 “향후 경찰력이 노동쟁의 현장에 투입될 때 경계해야 할 선례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총평했다.


최악의 선례

쌍용차 노동자 가족들은 8월30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 가족 경찰청장 면담 기자회견’에서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버림받은 자들이 습득할 수밖에 없는 무표정한 포기. 그게 우리의 얼굴이고, 우리의 삶이었다. …우리가 보낸 9년의 세월에 대해 이제 당신들이 대답할 차례”라며 경찰에 권고안 즉각 이행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날 가족들은 물을 담은 비닐봉지를 터뜨리며 당시 느꼈던 최루액의 공포 등을 재연했다. 준비한 물은 모두 50ℓ였다. 당시 경찰이 사용한 최루액 약 20만ℓ의 4천 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차마 (당시 경찰들처럼) 사람을 향해 던질 수는 없다”며 나무에 물 봉지를 던져 터뜨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도전과 혁신> 161쪽에는 “사람이 가장 우선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은 범죄자라도 인권은 보장해줘야 한다”(165쪽)는 그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0573.html#csidx3cae0b7ae2d40bf9717e736f02799b7


경찰 댓글 공작 ‘압도적 1위’였네


MB 경찰 7만7천 명의 대규모 댓글부대 의혹…
경찰 스스로 적폐 청산 가능할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012년 국가정보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시켰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2015년 1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2011~2012년 보안국장이던 그는 경찰 댓글 의혹 사건으로 다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김성광 기자


경찰이 여론 조작을 위해 댓글을 달았다. 정보기관(국가정보원), 군(국군사이버사령부·기무사)에 이어 수사기관의 여론 조작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경찰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완성된 정보기관-군-수사기관으로 이어지는 댓글 ‘삼각 커넥션’은 이 기획이 단순히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정치공학적 전술 이상의 거대한 음모였음을 말해준다.


경찰 댓글부대 규모 국정원·군 압도


경찰은 등장부터가 국정원·군과 비교 불가다. 동원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원이 8만여 명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사이버요원 88명, 경찰 내부 보안요원 1860명, 인터넷 보수단체 회원 7만7917명 등을 모은 수다. 국정원이 이른바 ‘민간인 댓글부대’로 동원한 3500여 명과 비교해도 20배가 넘는 수치다. 이는 <한겨레21>이 3월12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안보 관련 인터넷상 왜곡 정보 대응방안’(이하 대응방안, 2011년 4월18일 작성)과 ‘보안사이버 인터넷 대응조치 계획(비공개)’(이하 조치계획, 2011년 8월18일 작성) 문건에서 드러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실행‘안’이다. 경찰은 3단계로 나눠 여론 조작을 꾀했다. ‘왜곡 정보’의 사전 대응이 필요한 1단계, ‘왜곡 여론’이 확산된 2단계, ‘왜곡 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3단계로 나누고 대응방안과 주체를 명시했다. 특히 급속도로 확산·전파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 보안요원(1860명)과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23개 단체, 7만7917명)를 동원할 계획을 세웠다.

내부 문건을 보면 경찰도 자신들의 활동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불법의 영역에 있음을 분명히 인지했다. 조치계획을 보면 “인터넷 여론 조작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또 사이버요원이 비밀리에 개설해둔 실명, 차명 아이디 등을 이용해 대응하라는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경찰이 신분을 감추고 복수의 아이디를 이용해 여론 조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계획대로 8만 명이 복수 아이디를 썼다고 추산하면, 수십만 개의 온라인상 인격체가 정부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정부 지지 여론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실행계획이 구체화한 정황도 포착됐다. 3월13일 공개된 ‘사이버안보 신고요원 운영계획(비공개)’(이하 운영계획, 2012년 2월 작성)을 보면, 경찰청 보안국은 제19대 총선과 제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 보수단체와 접촉해 인터넷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인 요원을 비밀리에 선발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운영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보수단체와 접촉해 운영진이 추천한 요원에게 면접을 실시하고, 같은 해 3월까지 심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짰다. 운영계획에는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성해 사이버안보 위해 요소 색출 활동을 전개하고, 수사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비공개 온라인 커뮤니티와 게임·일상생활 커뮤니티 등에 간헐적으로 행해지는 안보 위협 요소를 색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선발된 신고요원의 활동 역량에 따라 오프라인 활동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대적인 총력전 양상이었지만, 비밀 유지 대책도 꼼꼼하게 마련했다. 특히 온라인 대응 작전과 관련한 지시 사항은 공식 계통을 거치지 않고 은밀하게 전달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여론 조작 지시와 관련해 본청 요원이 직접 ‘면대면·구두’로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공문 등 문서 수·발신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으려는 조처다.


한겨레·아고라 등 진보 게시판 집중 공격


‘안보’ ‘보안’ 등의 명분으로 포장된 경찰 내부 문건은 일반 포털 게시판에 글을 쓰는 시민들을 종북으로 규정해 대응하고, 나아가 보수단체 회원을 신고요원으로 채용해 활동한다는 여론 조작 계획을 담고 있다. 박승화 기자


경찰의 여론 조작은 주로 포털 게시판 등에 터를 잡았다. 이재정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사이버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사이버보안 활동 종합 분석 및 대책’ 문건을 보면 △포털 다음의 ‘아고라’ △한겨레신문 토론게시판 ‘한토마’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인터넷 게시판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등이 열거돼 있다. 경찰은 각 사이트에서 사이버 종북 활동 대상자를 활동 정도에 따라 분류하고, 담당 경찰을 지정했다. 목표는 문건에 등장하듯 “보수단체 구성원들과의 유대관계 강화 및 종북성 사이버공간에 대한 게시물 작성, 댓글 활동 등을 통해 종북 성향을 희석시킨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사이버 여론 조작에 애초 알려진 보안국뿐만 아니라 수사·정보·공보 등 경찰 내 각종 비보안 분과가 동원된 정황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전단 등 특정 부서가 동원된 국정원·군과 달리 경찰 조직의 몸통이 동원됐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내용은 이철희 의원이 확인한 2011~2012년 당시 보안사이버수사대 핵심 관계자의 진술서에 나온다. 이 의원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경찰청은 보안국 산하 보안사이버수사대뿐만 아니라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둔 수사국과 대국민 홍보 기능을 갖춘 대변인실, 지역·사회·경제·학원·언론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국 등을 동원해 댓글 조작에 나섰다고 한다.


온라인 여론 조작 과정에서 군경의 공조를 밝히려고 꾸린 ‘경찰진상조사팀’은 이미 지난 2월 말 이런 내용의 경찰 내부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보안사이버수사대 핵심 관계자는 “기사나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안보 문제와 관련한 왜곡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글을 썼다. 이런 업무는 경찰청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특히 수사국과 대변인실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 조작 등의 목적으로 이런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댓글 활동은 정상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1년 당시 경찰청에서 일했던 경찰 고위 관계자도 <한겨레21> 인터뷰에서 비슷한 진술을 했다. “경찰과 관련한 잘못된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올 경우 워낙 급속하게 퍼지다보니 해명을 한다는 취지로 글을 올린 적은 있다. 보안 기능 부분만 아니라 다른 기능도 비슷한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여론 조작이 아니라는 해명을 하면서도, 수사·정보 등 비보안 부서에서 댓글 달기 형태의 여론 대응이 이뤄졌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진술만 있는 게 아니다. 이철희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안보 관련 인터넷상 왜곡정보 대응방안’(2011년 4월20일)을 보면, “왜곡 정보 유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전기능 사이버팀”과 “타기능 사이버팀 공조”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보안 분야 사이버부서뿐만 아니라 수사 분야 사이버팀 등이 함께 여론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철희 의원은 “보안국뿐만 아니라 주요 부서가 다 동원돼 댓글 공작에 나섰다면 경찰청의 존폐를 걸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현오·김용판 또 수사 대상에 오르나


현재 공은 다시 경찰에 돌아간 상태다. 경찰의 공식 입장은, 이는 실행 계획이었을 뿐 실제 실현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당시 “말이 되지 않는 지시”라거나 “별로 효과도 없다”는 식의 반발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양심선언까지는 아니지만 당시 이런 지시에 내부 반발이 상당했음을 방증하는 증언들이다.

이철성 경찰청장 등 현 경찰 수뇌부는 2011~2012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 때문에 “규모가 어떻든 털 것은 털고 가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여론 조작 수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장까지 보고된 안을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경찰청 국 차원에서 작성된 계획이 이유 없이 시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계획이 일부 수정됐을 수는 있어도 시행 자체가 안 됐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미실행된 계획일 뿐’이라는 공식 입장과 달리 이 안이 실행됐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3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댓글 공작 정황이) 명확히 확인될 경우 특별수사단을 꾸릴 예정이다. 실질적으로 (댓글 공작에) 관여한 사람을 다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임호선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을 전격 구성했다. 경찰이 이처럼 발 빠르게 나선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중대 국면에서 댓글 조작 의혹으로 생길 수 있는 역풍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찰이 이번 의혹을 진상 규명하는 데 실패할 경우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을 예정이던 대공수사권도 물 건너갈 수 있다. 현재 수사단에는 수사에 밝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출신이 대거 배치돼 있다. 그에 따라 속도감 있게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와 무관하게 검찰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3월16일 2011~2012년 경찰 댓글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해, 당시 경찰 수뇌부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보안국장 등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경찰에 내려보내 수사를 지휘할지, 혹은 직접 수사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7년간의 긴 침묵 깰 수 있을까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나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가 늘어놓은 요설이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곳곳에서 ‘한국판 괴벨스’의 흔적이 보인다. 국정원·군 심리전단 요원들은 ‘엠비(MB)는 오빠 스타일’과 같은 허술한 영상을 퍼나르고, 2012년 말 대선에선 야당과 문재인 후보를 종북으로 몰아세웠다. 조악한 거짓 논리였지만,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끌어올리는 발판이 됐다. 당시 군 사이버사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2012년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대부분 지시에 따라 영혼 없이 움직인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라고 했다. 괴벨스는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는 말도 남겼다. 승리에 도취돼 그랬을까. 여론 조작에 관여한 경찰 수천 명이 침묵한 기간이 7년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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