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작성, 민간인 사찰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이하 기무사)의 퇴역군인단체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각종 정치사건에 개입하고, ‘인터넷 댓글공작’에도 가담한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충호안보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 친목모임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기무사 소유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충호안보연합의 법인등기부등본, 이 단체가 매달 펴내는 월간지 ‘충호’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호안보연합은 1989년 설립된 기무사 출신들의 사조직 ‘충호회’에 뿌리를 둔 친목단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2월 사단법인으로 전환했고, 이듬해 2월에는 국방부로부터 공익법인 지정기부금단체로 추천받았다. 충호안보연합은 사단법인이 된 후 거의 매달 ‘충호’라는 이름의 월간지를 비매품으로 발간하고 있다.
‘정치활동금지’를 정관(제12조)에 명시하고 있는 충호안보연합의 설립목적은 다음과 같다.
- 사단법인 충호안보연합은 군 방첩요원 출신자들의 오랜 경험과 안보역군으로서 사명감을 바탕으로 국민과 장병들의 올바른 국가관 정립에 기여하고, 국방ㆍ안보ㆍ통일ㆍ외교 분야정책 제도의 연구ㆍ조사ㆍ개발ㆍ보급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 충호안보연합 정관 제1조
취재진은 충호안보연합의 실체, 활동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 단체가 2009년부터 매달 발간해 온 비매품 월간지 ‘충호’를 찾아봤다. 충호안보연합의 홈페이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서 모두 40권의 충호지를 입수, 확인할 수 있었다. ‘충호’지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쳐야만 볼 수 있는 자료로 분류돼 있다.
그런데 이 책의 곳곳에서 극단적인 이념 편향과 정치적인 내용이 확인됐다. ‘북한의 대남 적화책동과 국내 종북 좌익세력의 실체규명, 대응방안 강구’ 등이 이 단체의 중점사업으로 기재돼 있었다.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친목모임이라는 설립목적을 무색케하는 대목이다.
- 정상회담을 빙자한 자기 주군(노무현)의 적장(김정은)에 대한 아부가 탄로날까 두려워 대화록을 숨기고 없앴던 주제에 ‘대화록은 있고, NLL포기는 없었다’고 말하는 당당함은 황당 그 자체였다.
- 충호 23호, 2013년 11월
- 공산주의 혁명 투쟁에 힘을 빌려주는 사람들(문재인 정부 인사 지칭)의 대부분은 자기들이 공산주의 혁명 투쟁에 힘을 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 충호 24호, 2014년 1월
- 우리는 학습과 업무와 경험을 통해 그들(차기 대권 주자 지칭)의 배후에 북녘의 세습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 충호지 37호, 2017년 1월
정치활동 금지한 친목모임?...사업목적엔 ‘댓글공작’ 세부 계획
충호안보연합 회원들이 실제로 정치활동에 깊숙이 개입해 온 사실도 확인됐다. 2013년 9월 통합진보당 해산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하거나,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활동을 벌인 사실이 ‘충호’지에 소개된 사진과 기사자료 등을 통해 확인된 것. 이 단체의 회원들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엔 촛불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심지어 기무사 참모장을 지낸 송 모 씨는 2009년 ‘충호’ 2권에 기고한 글에서 충호회(충호안보연합의 전신)가 ‘기무사의 B망’으로 체계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충호안보연합이 사실상 기무사의 하부조직 혹은 관련 조직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용맹성 있게 달려드는 충성스러운 호랑이 조직이라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활동 미흡. 충호정신은 정치화되어 자유민주대한민국 수호가 어려운 시기에도 좌파정권 눈치나 본 조직.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온갖 보수우익단체들이 투쟁하는 투쟁 현장에 불참. (그 결과) 좌파정권 10년 간 수많은 친북좌파(북한의 첩자들)가 대한민국 핵심공직에 근무…
국군기무사령부의 ‘B망’으로서 체계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 ‘충호’ 2권 / 2009년 6월
2009년 12월 발간된 ‘충호’지엔 충호안보연합의 2010년 사업계획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중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한 대응논리 전파’라고 적힌 부분. 평소 충호안보연합의 정치적 성향이나 활동내역을 감안하면, 이 단체가 소위 종북, 좌파로 지칭한 세력을 상대로 인터넷 댓글공작을 기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기무사가 일명 ‘스파르타’라는 이름의 조직을 운영하며 ‘인터넷 댓글 조작’을 벌인 것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정치활동 동원 기무사 퇴직자 모임….기무사 건물에 입주
추석 연휴 직전, 취재진은 그 동안의 취재내용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법인등기부에 적혀 있는 서울 중구 정동의 충호안보연합 사무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 단체의 사무실에는 아예 들어갈 수도 없었다. 충호안보연합이 사무실을 둔 건물이 기무사 산하기관인 국방보안연구소 내에 있었기 때문. 건물관리인인 기무사 관계자는 “군사구역이라 일반인은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며 취재진의 방문 자체를 거절했다. 확인결과 충호안보연합은 4층 규모인 이 기무사 소유 건물의 1층 전부를 쓰고 있었다.
취재진은 충호안보연합측에 전화를 걸어 스스로 정치활동을 금지한 친목모임이 왜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어떻게 공공기관인 기무사 건물에 퇴직군인들의 친목단체가 입주해 있는지 등을 물었다. 하지만 이 단체의 관계자는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충호안보연합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도 국가지원을 받아 열심히 일했다”고 답했다.
취재 : 강현석
촬영 : 신영철, 김기철, 정형민
편집 : 정지성,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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