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자. 방.
MB정부가 벌인 대형국책사업은 온통 의혹투성이다. 그 중 해외자원개발을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가 벌인 이른바 자원외교 비리는 4대강, 방산비리와 함께 이명박 정권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31조 원이 투입됐고 그 중 13조 원 이상이 날아갔지만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MB정부 자원외교에는 공기업들이 대거 동원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는 그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에서만 2조 원 넘는 혈세가 투입됐고 20개 넘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광물공사는 50년 역사를 뒤로한 채 간판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뉴스타파는 광물자원공사가 벌인 이명박 자원외교의 실체를 다시 추적, 앞으로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그 많은 혈세가 사라졌는데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이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국격(國格)을 세울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 때도 확인되지 않았던 광물자원공사 내부문서와 MB자원외교의 산증인인 광물자원공사 전현직 간부들의 육성증언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 주>
MB와 광물공사 7화
김신종의 폭로... 윤상직의 반격
이명박 정부에서 4년 간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 사장을 지낸 김신종 씨가 “MB 정부 자원외교의 설계자는 윤상직 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라고 폭로했다. 이 두 사람이 “2008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명박의 머리 속에 자원개발의 큰 그림을 그려줬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가 열리던 2015년 2월, 김신종 전 사장이 당시 민주당 최민희 의원과 사석에서 나눈 2시간 46분 분량의 대화 음성파일을 입수해 김 전 사장이 이 같이 폭로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사장은 최근 뉴스타파와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전 사장은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자원정책실장을 거친 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도 참여하는 등 이명박 자원외교의 시작과 끝을 모두 경험했던 사람이다. 김신종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해 윤 의원은 “나는 오히려 김신종 씨가 MB 자원외교의 몸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2015년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육성 녹음파일’ 입수
2015년 2월,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가 열리기 며칠 전, 당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을 만났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 인근의 한 식당. 밀폐된 공간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최민희 의원실 비서관이 녹음했다. 취재진은 최근 최민희 전 의원 측으로부터 이 녹음파일을 받아 대화내용을 확인했다.
최민희 의원을 만날 당시 김신종 전 사장은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채택돼 있었고, 검찰 수사도 앞두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진행된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된 수사였다.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김신종 사장은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취재진은 김 전 사장과 대화를 나눴던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
최 전 의원은 김 전 사장이 시종일관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국정조사 직전 어렵게 김신종 사장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자신은 'MB자원외교에 책임이 없다'며 시종일관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기는 그냥 시키는대로 한 것이다. 열심히 살아왔고 그 결과 광물공사 사장까지 됐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는 겁니다. 어쨌든 '자기는 몸통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물공사가 벌인 주요 사업들에 대한 얘기가 모두 나왔다. 이명박의 친형 이상득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추진했던 볼리비아 리튬 사업에 대한 대화내용도 확인됐다.
광물공사 사장이 된 지 1년쯤 됐을 땐가 이상득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가 자원개발에 관심이 많다. 어디에 가서 뭘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 전화였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돼서 대통령 특사인 이상득 의원을 모시고 볼리비아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볼리비아에만 6번 같이 갔습니다.
“이상득이 먼저 연락, ‘어떤 자원개발을 하면 좋겠냐’고 제안했다”
국민 세금 1조 5000억 원이 투자됐지만, 이사회 늑장 허위보고, 수익률 조작 등의 문제로 감사원 징계까지 진행된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사업에 대한 대화도 한참 이어졌다. 김 전 사장은 “광물공사 사장 3명이 공동책임이지 내가 혼자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볼레오 사업에는 광물공사 전직 사장 3명이 연루돼 있습니다. 언제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각자 결정한 투자금액이 얼마였는지를 확인해서 거기에 맞게 책임을 묻고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두 내가 책임자라고 덮어 씌우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총 설계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최민희 의원의 질문에 대해 김 전 사장은 두 사람을 지목했다. 바로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윤상직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과 산업자원부 제1차관,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이재훈 차관하고 윤상직 국장 머리에서 MB 자원외교의 큰 그림이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윤상직 씨는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개발국장을 했던 사람이다.
취재진은 음성파일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김신종 전 사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왜 두 사람을 ‘MB 자원외교의 설계자’로 지목했는지 물었다. 김 전 사장은 “산자부의 핵심에 있던 두 사람이 MB 자원외교의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 기자: 이명박 자원외교의 총 설계자가 윤상직 장관이라고 말씀하셨는데.
- 김신종: 윤상직, 이재훈 차관. 윤상직이 그때 산자부 자원개발국장입니다.
- 기자: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요?
- 김신종: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두 분이 산자부에서 자원관련 핵심 실무라인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두 분의 머리에서 자원외교의 아이디어와 생각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그럼 실패한 MB자원외교에 대해서도 그 두 분이 책임져야겠네요.
- 김신종: 그건 검찰이 판단할 부분입니다.
“이상득 등에 업고 위세 떨친 김신종...그 사람이 MB자원외교의 핵심”(윤상직 의원)
취재진은 MB자원외교의 총설계자로 지목된 윤상직 전 장관에게 김신종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원개발의 대부라고 자부했던 김신종 씨가 사실상 MB 자원외교의 설계자”라고 주장했다.
김신종 씨는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개발의 대부라고 불리던 사람입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도 참여했고, 이상득 전 의원을 등에 업고 위세를 떨쳤습니다. 그런 사람이 나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자원외교의 설계자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나는 장차관을 지내면서 신중한 자원외교를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김신종 씨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취재 한상진
연출 박경현 신동윤
촬영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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