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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선장' 맡은 김동연…여전히 '보이지 않는 길'

천사요정 2017. 11. 28. 20:40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文대통령 주재 '혁신전략 전략회의'에서 사령탑으로 지목…예정된 정책은 지속적으로 연기돼]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11.28.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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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제목은 캥거루 출발법입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혁신'의 개념 설명을 이렇게 시작했다. 2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김 부총리를 혁신성장의 사령탑으로 지목하며 혁신성장 개념을 설명하게 했다.

◇"안 가본 길을 가는 게 혁신"


 = 캥거루 출발법은 1896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시작됐다.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한 미국의 토마스 버크는 당시 독특한 준비 자세를 취했다. 웅크린 모습이었다. 지금은 모든 선수가 취하는 그 자세다.

하지만 당시엔 모든 선수가 선 채로 출발을 기다렸다. 변화를 꾀한 버크는 금메달을 땄다. 김 부총리는 "이런 게 혁신"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주도적인 패러다임을 넘어서 "안 가본 길을 가는 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인 혁신성장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4대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과학기술, 산업, 사람, 사회제도의 혁신이다. "경제는 바뀌어야 바뀐다"고도 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은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기술개발(R&D) 효율성 제고, 국제표준 선점 등의 과제를 내놨다. 미국의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중국이 드론산업을 석권할 동안 정체된 한국의 상황을 빗댄 것이다.

김 부총리는 '붕어빵 교육'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을 비교했다. 김 부총리는 "서울대 근처에는 고시촌이 있고, 북경대 앞에는 창업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라며 "우리는 몰린 사회고, 어떤 곳은 열린 사회"라고 말했다.

이 밖에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한 산업 혁신, 규제 개선을 위한 사회제도의 혁신을 강조했다. "창업하거나 도전하려는 젊은이에게 우리 사회는 '안돼 공화국'"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김 부총리는 이날 혁신성장의 선도사업 5개를 공개했는데, 그 동안 혁신성장의 개념이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도사업으론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 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재생에너지 등이 선정됐다.

◇'혁신 선장'을 맡았지만…


= 문 대통령이 이날 "경제부총리가 사령탑을 맡고 각 정부·위원회가 협업하는 체계를 갖춰달라"고 당부한 것도 눈길을 끈다. 혁신성장을 이끌 '선장'으로 김 부총리를 지목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취임사에서부터 혁신성장을 거론했다. 당시 그는 "외형적인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성장이냐 하는 것"이라며 "일자리를 늘리고 양극화를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성장이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 역시 존재한다. 김 부총리가 일찌감치 혁신성장을 강조해왔지만 결과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개념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창조경제'와의 차별성도 의심된다.

특히 예정됐던 정책 일정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혁신성장 주요대책 발표일정을 확정했다. 총 15개의 대책이 제시됐는데, 그 중 14개가 연내 발표될 예정이었다.

이 중 10~11월에 발표할 예정이었던 정책은 7개였다. 하지만 혁신창업 종합대책 정도만 발표됐다. 관심을 끌고 있는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은 이해관계가 엇갈려 연내 발표 가능성이 미지수다.

김 부총리는 "규제의 경우 총론은 다 찬성하는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익집단과 부처의 이기주의 등에 따라 반대가 있다"며 "대타협이 아니더라도 작은 타협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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