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태풍 ‘짜미’가 일본을 강타해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보다 앞서 태풍 ‘망쿳’과 ‘플로렌스’도 각각 필리핀과 미국에 큰 피해가 났습니다. 불과 한달새 초강력 태풍들이 지구 곳곳에 피해를 입힌 겁니다. 어떤 태풍들이 지구를 휩쓸었는지 알아보고 이를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담아봤습니다.
거대한 태풍에 휩쓸린 도시들
지난 9월 30일, 강력한 태풍 ‘짜미’가 일본을 강타했어요. 최대 시속 200㎞이상의 강한 바람이 일본을 휩쓸었고, 이로 인해 가고시마현에 있는 등대가 뽑혀나갔지요. 또한 가고시마현 곳곳에선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지붕이 무너져 내리거나 가로수가 뽑혀 나가는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태풍 짜미가 나타나기 3주 전엔 기록적인 태풍 ‘망쿳’이 필리핀을 덮쳤어요. 망쿳은 지난 9월 7일, 괌에서 동쪽으로 2000㎞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했답니다. 12일엔 최대 풍속이 시속 285㎞에 달하는 슈퍼태풍으로 성장했지요. 15일 오전에 필리핀 북쪽에 상륙했을 당시에도 최대 풍속은 시속 270㎞정도로, 그 위력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 결과, 태풍 망쿳으로 인해 필리핀 벵게트주에선 커다란 산사태가 발생했어요. 산에서 쏟아지는 흙이 근처에 있던 광부들의 숙소를 덮치면서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했지요. 필리핀 정부는 9월 18일, 태풍 망쿳이 강타해 최소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됐고 500만 명이 폭풍우에 피해를 겪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을 물바다로 만든 태풍, 플로렌스
비슷한 시기에 필리핀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도 강력한 태풍에 피해를 입었어요. 미국에 피해를 입힌 건 8월 말에 아프리카 서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태풍 ‘플로렌스’였지요. 최대 풍속이 시속 220㎞에 달해 태풍이 상륙할 거라고 예측된 미국 캐롤라이나주 지역에는 비상이 걸렸어요.
다행히 태풍 플로렌스는 9월 11일부터 그 위력이 조금씩 줄어들었어요.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지역에 상륙할 당시 풍속은 시속 150㎞까지 줄었지요. 하지만 이와 동시에 플로렌스는 사람이 걷는 속도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 집중적으로 엄청난 양의 비를 퍼부었답니다. 나흘 동안 평균 40㎝의 비가 내렸고, 최고 1m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진 지역도 있었지요. 2016년 태풍 하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강우량입니다.
뜨거워지는 바다, 강력해지는 태풍
태풍 망쿳, 플로렌스, 짜미까지 무시무시한 태풍이 잇따라 발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고 얘기합니다. 따뜻해지는 지구와 태풍이 무슨 상관일까요?
약 170년간의 태풍 기록을 모두 확인하기 ▶ https://coast.noaa.gov/hurricanes/
기후학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지구온난화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엔 평균 풍속이 시속 320㎞를 넘는 초강력 태풍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예측하고 있지요. 게다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제임스 코신 교수는 2014년, 북반구 태풍이 최대 풍속을 나타내는 위치가 1980년대 이후 10년에 약 53㎞씩 올라오고 있다고 분석했답니다. 즉, 이전보다 태풍의 활동범위가 넓어지면서 더 많은 지역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거예요.
왜 이런 예측이 나오는 걸까요? 이건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다 수온이 상승하기 때문이에요. 지구에선 적도 지역에 열에너지가 몰려 있고, 극지방으로 갈수록 열에너지가 줄어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대기가 순환을 하며 열에너지를 이동시키지요, 이때 태풍은 일시적으로 강한 바람을 일으켜 많은 양의 열을 한꺼번에 이동시킨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태풍은 적도 근처의 따뜻한 바다에서 생긴 뒤, 극지방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비와 바람을 쏟아 부으며 세력이 약해져서 소멸하지요. 그런데 이때,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다의 수온이 높아지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답니다.
첫 번째 문제는 태풍 자체의 강도가 세지는 거예요. 태풍은 열에너지로 인해 발생한 수증기를 원료로 만들어지는데, 기온이 1도 높아지면 대기 속 수증기의 양은 7%가 증가한답니다. 태풍은 더 많은 양의 수증기를 원료로 한층 강해지죠. 참고로 지난 100년간 세계 해수 온도는 1도 정도 상승했답니다.
두 번째 문제는 태풍이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거예요. 태풍은 수온이 낮은 바다를 지나면 열에너지를 빼앗겨 급격하게 위력이 줄어요.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 태풍의 위력이 덜 줄어들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먼 거리까지 파괴력을 유지한채 이동해요. 즉, 피해 지역을 넓힐 수 있는 거지요.
한반도는 태풍 안전지역일까?
커다란 태풍들이 매년 한반도를 비껴가는 것을 보면 한국은 그나마 태풍 안전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한국도 얼마든지 슈퍼태풍이 자주 들이닥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8월 말 한반도를 덮친 태풍 솔릭은 최대 풍속이 시속 150㎞를 넘고, 크기가 반경 380㎞에 달하는 크고 강력한 태풍이었어요. 다행히 내륙으로 올라오면서 위력이 크게 줄었지만, 남부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죠.
한편 지난 10월 초 다가온 태풍 ‘콩레이’ 역시 제주, 경북, 전남 지역에 강풍과 함께 최대 300㎜의 비를 쏟으며 큰 피해를 입혔어요. 도로와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선박이 두동강 났을 뿐만 아니라, 인명피해까지 발생했지요. 이처럼 태풍은 한반도에 점점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있어요. 왜일까요?
그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태풍이 극지방으로 더 다가오기 때문이에요. 그 결과 슈퍼태풍이 한반도까지 위력을 유지할 확률도 높아지고 있지요. 제트기류는 중~고위도 지역에서 발생하는 좁고 빠른 공기의 흐름이에요. 태풍이 제트기류를 만나면 모양이 무너지면서 크게 약화돼요.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극지방의 기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태풍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답니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까진 대부분 북위 30도 아래에서 슈퍼태풍의 위력이 줄었지만, 최근에는 북위 36도까지 세력을 유지하는 추세예요. 북위 33~38도에 있는 한국은 슈퍼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는 거예요. 서울대 허창회 교수팀은 2100년이 되면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이 지금보다 4배 이상 많아질 거라는 예측을 했죠. 제주대 문일주 교수는 “지금 당장 태풍 피해가 없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며, “슈퍼태풍은 언제든 올 수 있으니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답니다.
● 태풍이 지구에 남긴 상처들
지난 2017년 9월 20일, 역대 태풍 중 열 번째로 강력한 슈퍼 태풍 ‘마리아’가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 푸에르토리코를 덮쳤어요. 지난 4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구팀은 태풍 마리아가 열대 우림에 입힌 피해를 조사하기 위해 레이저로 주변 사물을 파악하는 라이다, 열화상 카메라 등을 비행기에 싣고 푸에르토리코 일대를 관찰했습니다.
연구팀은 라이다를 이용해 숲의 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측정했어요. 그 결과, 태풍 마리아로 인해 나무의 60%가 부러지거나 통째로 뽑혔으며, 숲의 평균 높이가 3분의 1로 줄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요. 다행히 살아남은 나무에선 다시금 새로운 잎이 자라나고, 광합성도 이루어지고 있음이 함께 밝혀졌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숲의 생태계가 바뀔 거라고 예상했어요. 광합성에 유리한 넓은 잎의 나무들은 대부분 태풍의 강한 바람에 쓰러졌기 때문에 비교적 잎이 좁은 야자나무들이 주를 이룰 거라고 설명했죠. 또한 숲의 그늘이 줄어들면서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들이 숲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답니다.
태풍은 커다란 오염을 가져오기도 해요. 많은 양의 비를 동반한 강력한 태풍은 홍수를 발생시킨답니다. 그러면 땅 밑에 묻혀 있던 폐기물들이 물과 함께 뒤섞여 땅 밖으로 나오면서 주변 하천과 바다를 오염 시키지요.
최근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태풍이 지나간 후의 하천 성분을 분석한 결과 태풍에 의한 침수 이후 돼지 농장에서 배출된 폐기물과 항생제 등이 주변 식수원에 섞여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또한 인근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된 석탄 찌꺼기도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 수중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고 얘기했지요. 이에 듀크대학교 연구팀은 침수에 의한 환경 오염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답니다.
강력한 슈퍼태풍이 언제 우리나라에 올지 모르니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 합니다. 태풍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해서 진행 경로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텐데요, 어떻게 하면 태풍을 미리 '읽을' 수 있을까요?
태풍을 감시하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
지난 8월 22일, 유럽우주국(ESA)에서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를 우주로 쏘아 올렸어요. 아이올로스는 세계 바람 지도를 작성할 수 있는 최초의 위성이지요. 9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작동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지구에 부는 바람을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랍니다.
아이올로스는 대기를 향해 레이저를 발사하는 방식으로 바람을 읽어요. 아이올로스가 발사한 레이저가 지구 대기에 반사되어 돌아올 때 바람의 영향으로 조금 굴절이 되는데, 이때 발사한 레이저와 반사된 레이저를 비교하면 지구에서 바람이 어떤 방향과 세기로 부는지 알아낼 수 있는 거죠.
아이올로스가 바람의 움직임을 읽어내면 바람으로 인해 생기는 기후 변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요. 연구진은 지금보다 태풍의 진로 예측이 9% 정도 정확해지며, 열대지방의 일기예보가 15% 정도 정확해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답니다.
3D로 분석하고, 인공지능으로 예측한다!
지난 2014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손을 잡고 글로벌강수량측정(GPM)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어요. GPM 위성은 레이더로 구름을 탐색해서 구름 속에 있는 물 입자들을 찾아내요. 물 입자의 분포를 파악하면 구름이 얼마만큼의 물을 품고 있는지를 알아내 강수량을 예측할 수 있지요.
또한 GPM 위성은 물 입자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읽어내 태풍에서 비가 쏟아지는 특정 부분을 찾고, 태풍의 성장 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태풍의 바깥쪽에서는 비교적 적은 양의 비가 내리고, 중심 근처에서는 폭우가 내린답니다. 이런 예측을 토대로 강수 수준에 맞는 대비책을 적절히 세워 태풍 피해를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지요.
NASA의 마셜 우주비행센터는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미국해군연구소와 국립해양대기청에서 태풍의 각종 정보들을 수집한 뒤, 기계학습을 통해 인공지능을 만든 거죠.
이 인공지능은 GOES-16 기상위성이 관측한 정보를 분석해 태풍의 강도와 풍속을 계산하고, 매시간 태풍의 경로를 예측해요. 이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개되며, 태풍을 클릭하면 태풍의 예상 경로와 함께 풍속 예측 정보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예측한 태풍의 경로를 확인하기 ▶ http://hurricane.dsig.net/
☞연관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18년 20호 '따뜻한 지구가 낳은 괴물? 슈퍼태풍 주의보'
[정한길 기자 jhg1road@donga.com]
https://news.v.daum.net/v/20181020204458455?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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