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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KT 통신대란과 정치 유착 / 오주헌

천사요정 2019. 1. 12. 21:52

오주헌
KT 새노조 위원장

  

지난해 케이티(KT)발 통신대란의 여파가 채 수습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케이티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 특혜채용 의혹 등 연이어 불거진 정치권 유착 문제로 다시 한번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바 있다. 최근 들어 케이티가 연루된 정치권 유착 관련으로 수사 중인 사건들만 간추려봐도 그 목록은 짧지 않다.


검찰은 케이티 대관팀 임원이 청와대 감찰반원과 골프 회동을 통해 통신업계 비위 정보를 제공하며 인사청탁을 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케이티 경영진이 회사 공금을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서 이를 국회의원 99명에게 제공한 혐의로 황창규 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정농단이 절정에 달했던 2016년 케이티는 청와대 안종범으로부터 이동수를 특채하라는 청탁을 받고 그를 광고담당 전무로 발탁하여 최순실 소유 광고회사에 케이티 광고 물량을 몰아준 것에 대해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도대체 어쩌다 130년 역사의 국민기업 케이티에서 본업인 통신은 대란이, 정부 지분 0%이어서 아무런 관계 없는 정치권과는 온갖 유착이 드러나는 경영난맥상이 계속되고 있을까? 민영 케이티에는 지배주주가 없다. 모두가 소액주주인 상황이고 외국인 지분이 줄곧 49%에 근접해 있다. 그 결과 적절한 배당 수익만 보장된다면 소유권에 근거한 경영진 견제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공성이 큰 통신업의 경우 지나친 수익 극대화 경영에 대해 정치권으로부터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선거 때만되면 통신비 인하 공약이 단골 메뉴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케이티 경영진 입장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관리만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사실상 소유권에 근거한 견제도, 공공성에 입각한 견제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 케이티에서 일어난 일이다. 케이티 경영진은 “수익 극대화를 한다”며 통신장비를 집중화하면서 통신의 기본인 이중화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장비 가운데 4분의 1이 몰려 있는 아현국사를 디(D)등급 시설로 엉터리 분류 해놓고 최소한의 소방장비조차 배치하지 않았다. 이렇듯 통신을 위한 기초투자조차 외면하면서 광고선전비로 언론의 비판을 무디게 만들고, 온갖 정치적 줄대기로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어떤 견제도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그 폐해가 어떤 것인가를 우리 사회는 이번에 생생하게 겪었다.


케이티의 통신대란과 정치유착은 결코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그래서 케이티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든 견제 장치가 사라진 말뿐인 국민기업 케이티의 잘못된 경영 행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케이티가 관련된 각종 사건에 대해 정부의 엄정한 수사와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 정치적 줄대기에만 능할 뿐 25억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아현 사태 화재 원인조차 파악 못 하는 통신 문외한이 케이티의 최고경영자(CEO)로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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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77703.html#csidx3eec928b1d48057be3fbe7ddf3cb4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