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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치원 회계장부 옮기고 버텨라" 감사 회피 독려

천사요정 2019. 3. 17. 01:42


[경향신문] ㆍ한유총 ‘3000톡’ 민낯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회원들이 단체대화방인 ‘3000톡’을 통해 정부의 사립유치원 감사를 회피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에 나선 공무원을 집단 비방하고, 특정 언론사에 집중적인 후원을 통해 감사를 무력화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1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3000톡의 지난 18개월간의 대화내역을 보면 한유총 회원들은 사립유치원 감사에 대한 불만을 꾸준히 제기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경기도교육청이 2015년부터 시작한 사립유치원 감사는 현재의 한유총 사태를 촉발한 계기다.

정부 감사 확대 조짐에 대응법 전파, “압수수색 못한다” 조언까지 교육청 인사 앞두고 “OOO 감사관 댓글 신랄하게 달라” 무산 시도 우호적 언론사 후원·구독 영향력도…“해당 언론 설립에 관여 의혹”

지난해 10월 사립유치원 비리가 공개되면서 감사가 확대될 양상을 보이자 한유총의 한 회원은 같은 해 11월 “감사 받으시는 분들 회계장부, 컴퓨터 압수한다. 내놓는 순간 무너진다”라고 3000톡에 올린다. 그러자 또 다른 회원은 “제3의 장소로 모든 컴퓨터, 서류 다 옮기고 감사 거부 꼭 해달라”고 답변한다. 이들은 “사유재산이라 압수수색 못한다” “1년치만 자료를 남기고 옮기되 만약을 대비해 집은 피하라”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당시 감사에 참여했던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의 한 관계자는 “감사를 하러 가보면 어쩐지 유치원 대부분이 ‘회계장부가 아예 없다’고 자료를 내놓지 않아 무척 애를 먹었다”며 “회계장부를 제출받아 유치원비의 사적 유용 등을 지적해도 ‘써도 당연히 문제될 게 없지 않으냐’는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3000톡에서는 감사를 아예 무산시키려는 시도도 수시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1월 한 회원은 “12월에 경기도교육청 인사행정이 있다. ○○○ 감사관 댓글 신랄하게 달아달라”고 썼다. 해당 감사관은 실제 사립유치원 감사에 투입돼 여러 차례 현장에 나갔던 공무원이었다. 감사를 주도해 한유총 내부에서 ‘주적’으로 불린 김거성 당시 감사관(국장)에 대한 비방도 수시로 3000톡에 등장했다.

한유총에 우호적인 언론사에 집중 후원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 회원은 지난해 3월 3000톡에 “진정한 언론이 탄생했다”며 “후원과 구독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후 3000톡에는 해당 언론사를 구독 신청했다거나 후원했다는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언론사의 후원 계좌와 구독을 문의할 직원 이름 및 전화번호도 등장한다. 한유총 회원들이 집중 구독에 나선 이 언론사는 작년 3월 이후 경기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감사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10여건 게재했다.

김 전 감사관은 지난해 8월 임기를 마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한 회원은 3000톡에 “드디어 ○○ 언론사가 큰일을 해냈다. 감사에 나섰던 공무원들이 모두 전보 조치됐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올해 초 한유총을 탈퇴한 한 사립유치원장은 “한유총이 해당 언론사 설립에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해 6월 한 회원은 3000톡에 “김거성이라는 감사관이 사립을 초토화시킬 때 몇몇 원장들이 힘을 모아 ○○ 언론사를 만들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덕선 이사장 역시 3000톡을 통해 해당 언론사가 주최한 행사를 홍보하며 “후원한다는 생각으로 참석하자”고 독려한 사실이 있다.

해당 언론사는 한유총과의 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이 언론사 관계자는 “기사에 호응하는 사립유치원장들이 자발적으로 구독을 해온 것일 뿐 독립적인 언론이며 한유총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 이사장이 홍보했던 행사는 취소돼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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