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그만좀 하자, 지겹지도 않소”…
북징후 없다→북소행, 번복 왜? “부정확할 수 있어”
“미국이 그러는 거에요. ‘이렇게 정확한 조사가 있을 수 없다’ 이걸 갖고도 한국국민 30%가 안믿는다? 우리 언론 모두가 (의혹이라며) 난리 버거지를 치는 것을 보고 그러더라고요. ‘정말 너 군 생활 해먹기 어렵겠다’고 하더라. 조사에는 한계가 있어요. 이 정도 정확한 조사가 어딨겠어요”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16일 법정 앞에서 천안함 사건 재조사와 미공개 자료 공개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는 게 어떠냐는 기자의 질의에 한 답변이다.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국방업무의 총책임자였던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고법 서관 303호 법정에 출석했다.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사건 항소심 증인 자격이었다.
그가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뒤 법정 문밖으로 나오자 기다리던 기자와 마주쳤다. 신상철 대표 재판에 증인 출석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나오라고 해서 왔다”며 “법원에 일부러 오고 싶은 사람 어딨느냐, 아직 범법을 안해서 처음 와봤다”고 했다.
그는 선체 침몰과 장병 46명이 희생된 이 사건 직후 사고 다음날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청와대와 국회에 불려다니며 천안함 상황을 보고하거나 자신의 판단을 밝혀왔다. 특히 그가 사고 직후 일주일여 북한의 공격징후는 없었다고 분명히 밝혔다.
2010년 3월29일 두 번째 국방위원회가 열린날 김장수 위원의 질의에 그는 “그 당시에 북한에서 어떤, 저희를 공격하려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날 같은 경우 한 15척 정도의 함정이 그 주변에 있었다”며 “그래서 그런 함정, 그다음에 또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에 있는 모든 레이더들이 다 작동 중에 있었던 것을 모두 평가해 봤을 때 북한에서 그때 어떤 공격을 할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국방부는 북한 해군기지에서 사라진 일부 소형 잠수정이 2~3일 후 기지를 이탈했다가 복귀한 것이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다가 이후에 천안함을 공격한 잠수정이라고 추측했다. 김 장관은 4월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당시 북한의 해주, 비파곶, 남포기지 가운데 한 곳에서 잠수함 2척이 보이지 않았다다면서도 “그곳이 꽤 먼 곳이라 이 지역과 연관되는 움직임하고는 조금 연관성이 약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 잠수함들은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어 천안함 사건과 관련성은 낮다는 설명도 했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이 그해 5월20일 북한 어뢰의 공격으로 발표했을 땐 북한 해군기지에서 사라진 2척이 주범으로 판단해 발표했다. 김태영 전 장관은 나흘 뒤 열린 국회 천안함 진상규명 특위에 출석해 “어차피 적 판단은 추정일 수밖에 없다”며 “당시는 어떻게 보면 저의 무능으로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북한과 연관성이 낮다고 했다가 두 달만에 자신의 무능탓으로 돌렸다. 기자는 법정에서 나오는 김 전 장관에게 왜 앞뒤가 다른 결론을 내렸느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우리도 모르는 깜깜한 밤중에 사고 났다”며 “당시 밤에 정확한 얘기할 수 있느냐. 3월26일부터 5월20일 발표할때까지 계속 조사하면서 보완했다. 만든 것이 아닌 이상, 처음 얘기와 뒤의 얘기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현 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이 16일 서울고법 서관 입구 앞에서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취재에 응하고 있다. 사진=방청인 제공 |
김 전 장관은 법원 건물 밖으로 나와 검사들과 만나 신상철 대표에 강한 처벌을 재차 주문했다. 그는 법정에서도 재판장에게 처벌의사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정부가 뭘좀 하려는데 허위로 때리고 그러는 거는 강력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떠들어놓고 아니면 말고로 다 넘어가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를 듣던 기자가 ‘그래도 정부에 (사고의)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김 전 장관은 “요구할 수는 있지만, 설명해주면 끊임없이 물고 늘어진다. 그런데 정부가 허위로 속이려고 했다는 단정은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기자는 ‘정부는 모든 정보를 갖고 있고 국민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니 의심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 전 장관은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좋은데, 정부가 국민을 속이려고 했다고 주장면 그건 처벌받아야지”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교신기록과 같이 사건 당시 정보를 밝히면 더 분명히 의혹을 해소할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그럼 군사비밀까지 다 공개하게 된다”고 했다. ‘암호 빼고 공개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니 김 전 장관은 “그럼 이것 내놔라, 저것 내놔라 한도 끝도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청와대 교신내역과 해군 KNTDS 내역도 유족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이제 그만합시다. 지겹지도 않소”라며 “거의 다 해명된 것 아니냐. 어떻게 100% 해명이 돼”라고 따졌다.
김 전 장관은 “그러니까 끊임없는 질문은 그만하시고, 지겹지도 않소. 뭐가 더 나올 게 있다고 그래”라며 “더 이상 해봤자 나오지도 않아”라고 했다.
▲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 2010년 3월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천안함 사고 지역 수심별 수중사진을 제시하며 수중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태영 전 장관 “천안함 첫 보고는 좌초, 이후 어뢰로”
[항소심] “MB에도 보고, 어뢰피격 나도 미심쩍어…
최원일 함장 울면서 어뢰라 확신해, 판단수정”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이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 처음엔 자신도 어뢰피격이라는 주장을 미심쩍어 했고, 최초 보고는 좌초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최원일 천안함장을 만나 물었더니 울면서 어뢰피격이라고 해 그 때부터 어뢰라고 확인(판단)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북한 공격이라고 생각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16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최초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해군이 정확한 원인을 몰라, 저한테 애매하게 보고됐다. (좌초라고) 대통령께도 말씀드려서 ‘이거를 북한의 행동이라고 어떻게 확인할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했더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확하게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조사하라’고 말씀 주셨고, 그래서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그것을(어뢰라는 것을) 저도 미심쩍어 함장을 만나 물은 적도 있다. 그랬더니 함장이 막 울면서 ‘자기가 볼 때 분명한 어뢰 피격’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어뢰라고) 확인했지만,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처음부터 북한 공격을 정해놓고 조사한 건 전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보고내용을 묻자 김 전 장관은 “깜깜한 밤중에 일어난 일을 어떻게 자세히 보고 했겠느냐”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이 최초 좌초로 보고 받은 사실을 직접 언급한 건 처음이다. 합조단 보고서에 의하면 김광보 중위(포술장)가 21시28분 2함대 상황실에 좌초라고 휴대전화로 보고했다. 이 보고가 대통령까지 올라갔다는 간접증언(청와대 행정관 저서 등)만 있었고 장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논의한 사실은 처음 확인됐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이후 북한 어뢰 피격으로 민군 합동조사단 결론이 났다며 “그 주변에 좌초시킬 만한 해저구조물이 없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 TOD 영상이 다 공개됐는지도 쟁점이 됐다. 김 전 장관이 사고다음날인 2010년 3월27일 백령도에서 망원경으로 해상을 보는 사진에 등장하는 작전상황도 질문이 이어졌다. 작전상황도에 표시된 6곳이 TOD 영상을 촬영한 곳이 아니냐는 변호인 신문에 김 전 장관은 “해안에 국방예산이 충분치 않아 전부 다 배치되지는 않는다. 여기(백령도)는 어떤지 모른다”고 했다.
천안함 반파 순간 영상이 있는데 비공개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그게 없다. (TOD 초병이) 지켜보고 있지 않는한 모른다. 그래서 폭발순간 자체는 영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내가 배만들어봐서 아는데…’ 발언 어떻게 나왔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0년 4월1일 “내가 배 만들어봐 아는데.. 북 개입 증거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점검하고 있지만 북한이 개입됐다고 볼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발언했다는 한겨레신문(4월2일자) 보도의 진위도 관심을 받았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 발언이)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까지) 북한 개입증거를 밝히지 못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이 그런 판단을 한 근거를 묻자 김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이) 여러 사람 얘기 들었다”며 “열흘동안 그럴 가능성 있다고 얘기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10년 11월29일 국회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답변이 어뢰로 기운다’ VIP메모의 진실
김 전 장관이 VIP 메모를 보는 장면이 촬영된 노컷뉴스 사진의 진위도 쟁점이었다. 메모엔 “답변이 ‘어뢰’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기자들도 그런식으로 기사쓰고)..”라고 적혀 있었다. 김 전 장관은 “내가 어뢰일 것 같다고 얘기한 것 같다. 정확치는 않다. 대통령은 북한 어뢰로 고정하는 것으로 나갈까 염려해서 (메모가) 나간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한 소행’으로 보고하거나 주장하면서 설득했느냐는 신문에 김 전 장관은 ”20일 발표할 때까지 (분석을 통해) 밝혀진 것이지, 제가 주장하고 설득해서 만들었다는 건 극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천안함 함수가 반파 이후 즉시 가라앉지 않고 16시간22분간 떠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느냐는 신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떠 있는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김 전 장관은 “기억을 못하겠다”면서도 “일부러 발표 안했다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배가 뒤집혔는지 말 못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말했다.
러시아 조사단 보고서 내용이 조작?
김 전 장관은 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걸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적국이라 기술적으로 너무많이 오픈하는 것은 그렇지만 정확히 설명해줬고, 돌아가서 조사단이나 러시아측이 아무런 행동을 안했다“며 ”그런데 미국 누구를 통해서 그런 말이 나왔다. 나는 조작이 아닌가 싶다. 러시아 조사단이 조사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안수명 박사(전 안테크 대표)가 미 해군에게 정보소송으로 입수한 토마스 에클스의 이메일에서 러시아조사단 보고서 내용이 2014년 공개됐다. 그런데도 김 전 장관은 “이 자체가 만들어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발표하기를 희망했는데, 발표한적 없다. 조작돼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문에서 북한이라는 주체가 빠진 채 발표된 이유를 두고 김 전 장관은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했고, 참여연대 등 천안함 조작을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우리 정부가 바르게 하는 것을 모함하는 세력 때문에 저런 꼴 났다”고 비난했다.
중국에 국제조사단 합류 요청을 안한 이유에 김 전 장관은 “참여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북한을) 감쌌기에 정확한 조사가 안됐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공동조사 제안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김 전 장관은 “북한이 공동조사 했으면 보나마나 절대 아니라고 했을 것”이라며 “친북 분들이 덩달아 난리칠 것이라 북한 공동조사를 수용하기 곤란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조사팀장 에그니 위드홀름이 정부가 발간한 조사결과보고서 서명란에 ‘한국합동조사단에 조력한 자신들이 관여한 부분에만 동의한다’고 쓴 것에 김 전 장관은 “스웨덴은 소수가 왔기에 자신들이 관여한 부분은 동의했고, 조사 안한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전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피고인 처벌을 원하느냐는 재판장 질의에 김 전 장관은 “그렇다”며 “저는 개인적 감정은 없지만, 정부가 민군합동으로 외국인을 지원받아 조사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했는데도 비과학적,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군 지휘자를 비방한 것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는 그럴(의혹제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정부가 바르게 하려는 노력을 비난하는 행위는 국론을 분열시키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여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0년 3월27일 오전 서해상에서 전날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의 대책 논의를 위해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있다. 김태영(오른쪽) 장관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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