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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반기는

천사요정 2019. 7. 19. 01:45

권혁진 |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hjkwon@korea.kr)


수소는 우리에게 아직 낯선 에너지원이다. 지난해 8월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투자 분야
로 ‘수소경제’를 선정했을 때 수소경제가 무엇이고, 그를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지 의아
해 하는 목소리가 컸다. 아직 수소차조차 제대로 보급이 되지 않은 현실에서 시기상조라는 비
판, 수소와 관련한 기술 발전이 요원하다는 전문가의 쓴소리도 나왔다.


우리 사회가 수소경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수소차, 수소충전소와 같은 수송 분야뿐만 아니
라 도시 내 에너지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즉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산업,
운송, 주거 등 우리의 생활 전반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의 생산 · 소비가 이루어지는 삶의 공간인 ‘도시’
에 주목하였다. 도시는 단순히 기반시설이 구축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소통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는 혁신의 플랫폼이기도 하다. 도시에너지원의 변환은 도시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수소의 생산과 저장 · 이송 및 활용에 유리하도록 기반시설이 구축되고 주거, 교통 등 주된 도시활동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기꺼이 활용하려는 시민이 있을 때 수소경제로의 이행이 가능해진다.


수소도시는 ‘도시 내에 수소생태계가 구축되어 수소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서 도시
혁신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건강하고 깨끗한 도시’이다. 이를 통하여 이산화탄소 저감, 미세먼지 흡수 등으로 깨끗한 도시 구현과 도시 내 수소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 도시 혁신 및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수소를 도시에너지원으로 당장 폭넓게 활용하는 데에는 세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 수소를 생산해낼 기술, 수소가 에너지원으로 경쟁력을 가질 만
큼의 효율적인 저장 · 운송 기술 등이 아직은 부족하다.
둘째, 수소생산기술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부생수소가 풍부한 지역이나, 추출수소의 원료가







되는 도시가스를 대량으로 공급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수소 활용 가능지역이 줄어든다. 마지
막으로 수소라고 하면 ‘수소폭탄’을 연상하는 등 아직은 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수소시범도시’를 지정하여 도시 활동의 핵심인 주거,
교통 분야에 집중하여 수소 활용 기술을 실증하고자 한다. 수소시범도시는 안전성을 최우선으
로 하는 도시이다. 수소시범도시에 적용되는 사업모델에 대한 안전성 평가절차를 마련하고 수
소인프라의 설계, 제작 및 준공 전반에 대한 공정 관리를 통해 안전성과 신뢰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수소시범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R&D를 통해 기술적
제약을 해소하고 수소 활용을 확산시켜 나가는 단계적인 접근을 추진하고자 한다.


수소시범도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수소 활용을 구상하고 있다.


첫째, 수소를 건축물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화석연료기반 중앙집중형 송전
방식에서 단지 또는 개별 건축물 단위로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냉 · 난방, 전기 등 에너지를 공
급하는 모델로 건축물 내에 공급하는 에너지를 수소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공동주택, 상업건
물, 단독주택, 공공시설 등에서 전력 수요를 고려하여 연료전지의 용량을 선택하게 된다. 이를
통하여 연료전지의 용량을 선택하고 분산 발전으로 안정적 에너지의 공급, 도시의 환경 개선
과 주민의 에너지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수소기반의 모빌리티를 시민이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는 도시 내 또는 인근 복
합환승센터, 주차장, 버스 차고지 등에 수소차, 수소버스 충전소를 설치하여 수소에너지기반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시범도시 주민에게 수소교통 체감기회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수소버스 한대가 운행될 때 시간당 308명이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정화한다고 하니, 수소버스가 달리는 수소 시범도시가 청정지역으로 변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셋째, 수소시범도시는 그린수소 생산과 같이 아직 상용화되기 전 기술을 도전적 · 혁신적으
로 실증해보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을 한다. 국내 기술 중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기술을 소
규모로 실증하여 안전성 및 확장가능성을 검증하고 기술 혁신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지역의 특화산업에 수소를 접목하여 시범도시 간 차별성을 꾀할 수 있다. 농어
업, 제조업, 관광업 및 에너지 산업에서 수소를 활용하거나 공항, 항만 등 기존 인프라에 수소
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수소시범도시는 통합운영 플랫폼을 구축하여 수소에너지 사용 · 운송 현황, 안전성 등
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신속한 문제해결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각종 수소인프라에
ICT 기술을 접목하여 수소통합운영센터에서 수소 공급 · 저장 · 이송 현황과 안전성 등을 실시
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 이를 통하여 도시 내 수소 활용 현황과 안전성을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수소시범도시 추진을 통해 도출된 문제점을 개선하고 수소생태계 구축, 기술 발전 등
을 통해 수소의 경제성과 안전성이 확보되어 시민들이 안심하고 수소를 사용하는 사회적 분위
기가 조성되리라 예상된다.
수소도시를 발판으로 우리 사회가 수소경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수소도시 조성 · 운영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소인프라 구축 기준의 개선과 실행조직의 체계
적 구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에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 추
진을 위해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수소기반의 도시설계기법 마련, 각종 도시계
획 수립지침에 수소에너지 활용사항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수소 활용
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과 인프라 구축 비용을 지원하고, 민간 기업과 시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도시 조성과 기술 실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성이 검증된 기술은 경제성 확보를 위하여 인
접단지 마을·도시 등으로 실증범위를 확대하고, 3기 신도시 등을 도시설계 단계에서부터 수소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반영하며, 수소 BRT 등을 도입하여 친환경 에너지 자립도시로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경제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이들 국가도
국가적 차원에서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주력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 하
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도시차원의 대규모 수소 수급을 전제로 하는 활용은 미흡한 실정이다.
일본 기타큐슈 수소타운 프로젝트, 덴마크의 Nakskov Hydrogen Society Project 등은 주거
타운 규모의 실증이지만, 선도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한국의 수소시범도시는 중장기적으로
도시 내 수소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수소경제의 요람 역할을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수소 생산여건이 우수한 국가, 수소 연관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와 전략
적 제휴 및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시범도시 교차실증 및 시범도시모델 수출 발판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예컨대 대규모 전기 사용이 수월한 중동에는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해 기술을 실증하
고, 대중교통체계를 포함해 수출 모델화하는 작업을 장기적 과제로 추진하고자 한다. 일본, 유
럽 등 수소선도국가와는 다자간 또는 양자 협력회의 등을 통해 기술 협력, 정보 공유 등을 이
어나가고, 개발도상국에는 수소스마트시티, 에너지플러스 건축 등으로 한국형 수소도시 모델
을 창출하여 수출 전략을 모색해볼 수 있다.


지난 1월 17일 ‘대한민국 수소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수소경제
는 그동안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 길 위에 선 우리는 방향을 정해서 함께 길을 닦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 수소시범도시는 그 속도를 단축하는 촉매제이자 우리가 서 있
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성과물이다. 정부, 지자체, 전문가, 기업, 시민이 혜안을 모으고 실
천의지를 잃지 않으면 ‘수소경제’를 향한 그 여정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