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기피하는 선진국 사례… 각종 부작용 드러나 주택정책 전환
얼마 전 한 일간지에 ‘고층 아파트, 독일에선 애물단지’라는 기사가 실렸다. 한국에서는 낡은 고층 아파트를 재건축해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이 유행인데, 독일에서는 1970년대에 지은 20층 안팎의 고층 아파트를 폭파, 해체하여 4~5층 규모의 저층 빌라나 단독주택을 짓는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낡은 고층 아파트를 처리하는 두 나라의 해법이 사뭇 다른 것이 흥미롭다.
1960~70년대 프랑스와 독일·영국 등 유럽에서는 도시화의 진행에 따라 인구가 집중되고,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해 고층 아파트를 건설했다. 그러나 안전사고에 따른 위험성 문제, 과도한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 문제, 행동제약에 따른 정신질환 등 행동학적·사회병리학적 문제 등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고층·고밀의 아파트 공급정책에서 저층·고밀 주거의 공급으로 주택정책을 전환했다.
왜 ‘초고층 아파트’일까
한국에서는 초고층 재개발만이 마치 하나의 대안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국 런던 도크랜드의 경우 고밀 저층 공동주택 형태로 재개발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우리에게도 경험이 없진 않겠지만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현상에 힘입어 고층 아파트는 여전히 최고의 주거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 집중에 대한 불균형 문제가 점차 완화되는 우리 도시의 추세를 감안할 때 50년, 100년 후 우리도 비켜갈 수 없는 도시문제가 될 것이다.
초고층 아파트의 열풍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상하이, 싱가포르, 도쿄 등 아시아와 뉴욕 등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도시로 빠르고 쉽게 다량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초고층 아파트를 건설했다. 싱가포르는 대규모 해안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은 1970년대 황량하게 버려진 항구를 매립하여 중산층 이상의 주거지로 개발하면서 초고층 아파트가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등장과 1970년대에 지은 저밀도 아파트를 고층으로 재개발했다. 노후화된 주택을 보수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지만 우리나라의 재건축사업은 용적률을 높여 그 개발이익으로 수선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최근 1980년대에 지은 강남의 한강변 중층아파트는 60층 초고층 아파트로 변신을 꿈꾸며, 이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줄 정치 지도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초고층 아파트는 에너지 소모적이며 친환경적이지 않다. 늘어난 높이와 폐쇄적인 내부 공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좀 더 복잡하고 많은 설비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이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일반 중층 아파트에 비해 초고층(주상복합) 아파트의 관리비가 2배에서 3배까지 높다.
건강문제도 있다. 우리보다 앞선 고층 아파트의 거주 경험이 있는 서구의 사례를 보면 초고층 아파트에 대해 사회적으로 긍정적이지 못하다. 고층 거주자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 통풍과 환기가 용이하지 않음에 따라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 등 공중위생 환경에 대한 문제와, 아동의 행동학적·사회병리학적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자들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또 화재나 폭발 등과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초고층 건축물은 생명의 안전성 면에서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화재 시 피난 경로가 길어져 대피시간이 긴 점, 높이를 견디기 위해 사용하는 고강도 콘크리트가 열에 약해 화재 등에 취약하여 건물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은 지금에서야 연구·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유지 관리를 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 30층 이상의 고밀고층 아파트들은 개발이익을 증대하는 방식의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선보수비용의 부담이 불가피하다.
초고층 아파트가 유일한 카드인가
지역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우리가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외국의 공동주택건설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 런던의 도크랜드 개발에서는 21세기 지속 가능한 정주를 실험하는 밀레니엄 빌리지가 건설되었다. 상대적으로 고밀 주거로 개발되었으나 우리와 같은 획일적인 초고층 아파트 건설은 찾아볼 수 없다. 보행자 우선의 안전하고 생기 넘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고, 에너지자원, 물 사용의 지속성을 제고하기 위해 주요 에너지 소비를 50% 이상 감축하고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신도시 에게비에르가르트(Egebjerggard)는 저층 고밀, 복합개발, 거주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독일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층 고밀도의 주택단지에서 저층 고밀 주거단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정과 복도와 같은 커뮤니티 공간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주민들 간의 소통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조금만 눈을 돌리면 나라별·도시별로 살고 싶은 주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진행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고밀 개발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고층은 디자인적인 요소를 통해 충분하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초고층이라는 한 카드밖에 없다. 당장의 이익과 편리함에서 벗어나 이제는 조금 멀리 보는 안목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남은경〈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15892#csidx44143d2b4604999904832d9a803f53e
고층아파트에 살다간 일찍 죽겠네
최근 일본 도카이대 의학부 오사카 후미오 교수는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임산부의 유산·사산 등 ‘이상 분만’이 저층 임산부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후생성에 보고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1~2층에 사는 임산부의 유산율이 8.9% 인데 반해 10층 이상에서는 19.4%로 무려 2배 이상 높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오염도 변화추이 파악을 위한 시계열 조사’에서는 공동 주택의 오염 물질 농도가 (토루엔,포름알데히드,스티렌,TVOC,등) 저층·중층보다 고층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주거지 가운데 최상위 3개층은 저층부보다 햇빛을 많이 받아 건물 자체적인 화학작용에 인한 오염도가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와 관련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조용민 팀장은 “주거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유기화학물질인 톨루엔이나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아주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톨루엔에 장기간 과다 노출되면 생식기능 저하는 물론 수정 능력 장해까지 유발할 수 있고, 포름알데히드에 장기간 과다 노출되면 암을 유발하는 것 외에도 생식세포 변이원성을 통한 기형 유발까지 가능하다고합니다.
'고층아파트와 건강'에 대한 기사
16층 이상 고층에 사는 사람이 저층에 사는 사람보다 공격적이고 감기에 잘 걸리며 두통과 호흡기ㆍ소화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국토연구원 전 연구원인 원미연씨는 "16층이상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5층이하 저층아파트 거주자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두배 이상 많다" 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파트 주거층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이란 연구논문을 통해 고층에 사는 주부가 한 해에 6.8회 병원 진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돼 저층에 사는 주부 연간 진료횟수 3.4회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동의 경우는 더욱 심해 저층 아동이 연간 3.8회 병원 진료를 받는 반면 고층의 아동은 연간 8.6회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고층 거주자에게 감기ㆍ기관지염ㆍ비염 등 호흡기 질환과 소화기 질환등이 많았다는 것이죠. 원씨는 "초고층은 습도와 기온 산소량 자외선량 바람 진동 등이 저층보다 인체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며 " 외국 연구진들에 의해 '초고층 아파트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는 사실은 수도 없이 확인된 바 있다" 고 말했습니다.
경원대 최병선 교수(국토도시계획학과)는 10일 "나무도 4∼5층 높이를 넘어 자라지 않는다" 면서 "고층에 사는 것이 공격적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외국 동물실험에서 여러번 입증된 바 있다" 고 말했습니다.
또 건국대 가정학과 심순희 박사도 최근 '초고층 아파트 거주자의 주거환경 스트레스와 건강' 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초고층에 사는 사람들이 소음과 승강기 사고 및 범죄, 지면과의 격리감, 고층거주로 인한 불안감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는 어른보다 어린이들에게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고층에 사는 사람들이 이같은 스트레스로 인해 감기에 잘 걸리고 두통ㆍ근육통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분당신도시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한 의료계 인사는 "고층아파트 밀집지역의 병ㆍ의원에 감기 등 호흡기 질환 환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이같은 증상이 꼭 초고층에 살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면서 "건축관련분야나 도시계획 학자들의 심도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 고층APT "건강에 악영향" 2001-05-11
◎앵커: 최근 새로 짓는 아파트는 채산성을 이유로 2, 30층짜리 고층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높은 아파트는 거주자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민주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몇년 사이에 지어진 아파트는 대부분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입니다. 20층 안팎은 보통이고 30층을 넘는 초고층 아파트도 적지 않습니다. 웅장한 겉모습과 상대적으로 뛰어난 전망이 매력으로 꼽힙니다.
<박영희(23층 아파트 거주): "일단 확 트인 느낌이니까 시원한 기분이 들죠.">
그런데 고층이라도 15층이 넘을 정도로 지나치 높은 경우엔 거주자의 건강과 심리상태에 적지않은 부담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도시계획전문가 원미연씨는 자신의 논문에서 16층 이상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5층 이하 저층아파트 거주자 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2배나 많다고 밝혔습니다.
저층 거주자들이 한 해 평균 3.4회 병원 진료를 받는 반면,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그 2배인 6.8회나 진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감기나 비염, 기관지염같은 호흡기 질환이나소화기 질환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옥선(19층 아파트 거주): "낮은층 살 때보다 머리가 자주 띵하고 목도 칼칼하고 감기가 들면 잘 안 낫는 것 같아요">
고층일수록 습도와 기온이 낮아지고 산소량은 적어지는 반면 자외선은 늘어나 신체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상도 박사(서울 중앙병원내과 의사): "차량이 많아 대기오염이 심하고 스트레스에 더 많이 시달려 감기나 두통, 소화기 질환이 많을 수 있다.">
건국대 강순주 교수팀의 연구결과에서도 초고층 아파트 거주자들이 낮은층 거주자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상대적으로 심한 진동과 소음, 긴 승강기 이용 시간에 따른 범죄나 고장에 대한 염려, 그리고 지면과의 격리감에서 오는 불안감이 주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겐 이런 스트레스 외에 다른 부작용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순주 교수(건국대학교 소비자 주거학과): "초고층에 사는 아이들의 경우 외출 빈도수가 낮고 또래집단의 규모도 작아 자립심이나 사회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고층 아파트의 적정 한계 높이가 어디까지인지 건축나 도시계획 관련 전문가들의 보다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연구가 절실해 보입니다.
SBS 이민주입니다.
이민주 기자 mjlee@sbs.co.kr --
16층 이상 거주 건강에 악영향
날짜 : 2001-05-09
'초고층에 살면 건강에는 지장 없을까.'
주택업계에 초고층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초고층 아파트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잇따라 제기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도시계획 전문가와 가정복지학 전문가들은 "16층 이상 고층에 사는 사람이 저층에 사는 사람보다 공격적이고 감기에 잘 걸리며 두통과 호흡기ㆍ소화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전 연구원인 원미연씨는 "16층이상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5층이하 저층아파트 거주자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두배 이상 많다" 고 지적했다. 그는 '아파트 주거층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이란 연구논문을 통해 고층에 사는 주부가 한해에 6.8회 병원 진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돼 저층에 사는 주부 연간 진료횟수 3.4회의 두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동의 경우는 더욱 심해 저층 아동이 연간 3.8회 병원 진료를 받는 반면 고층의 아동은 연간 8.6회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유는 고층 거주자에게 감기ㆍ기관지염ㆍ비염 등 호흡기 질환과 소화기 질환등이 많았다는 것.
원씨는 "초고층은 습도와 기온 산소량 자외선량 바람 진동 등이 저층보다 인체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며 " 외국 연구진들에 의해 '초고층 아파트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는 사실은 수도 없이 확인된 바 있다" 고 말했다.
경원대 최병선 교수(국토도시계획학과)는 10일 "나무도 4∼5층 높이를 넘어 자라지 않는다" 면서 "고층에 사는 것이 공격적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외국 동물실험에서 여러번 입증된 바 있다" 고 말했다.
또 건국대 가정학과 심순희 박사도 최근 '초고층 아파트 거주자의 주거환경 스트레스와 건강' 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초고층에 사는 사람들이 소음과 승강기 사고 및 범죄, 지면과의 격리감, 고층거주로 인한 불안감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는 어른보다 어린이들에게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고층에 사는 사람들이 이같은 스트레스로 인해 감기에 잘 걸리고 두통ㆍ근육통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 했다.
이와 관련, 분당신도시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한 의료계 인사는 "고층아파트 밀집지역의 병ㆍ의원에 감기 등 호흡기 질환 환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이같은 증상이 꼭 초고층에 살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면서 "건축관련분야나 도시계획 학자들의 심도있는 연구가 있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사회/ 펜트하우스의 삶
"초고층에 살면 공격적으로 변한다"
주거공간 높을수록 알 수 없는 불안 초조...
'요람에서 무덤까지' 원스톱 삶 가능
고층 아파트에서의 삶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최근 이 문제에 대한 유럽 언론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곳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 대도시의 주거 공간은 평지-고층아파트-초고층아파트로, 점점 더 집합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곧 전통적인 주거양식이 수평적인 공간성에서 수직적인 공간성으로 변형됐다는 의미다.
주거공간의 수직적 상승은 사람들에게 전혀 예기치 않은 문제들을 야기한다. 무엇보다 심리적 불안정이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진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전자가 부정적이라면 후자는 긍정적인 영향이다. 땅에 의지하지 않은 채, 결과적으로 공간 속에 둥실 떠있는 고층 주거환경은, 암암리에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심어준다.
인간이 새처럼 될 수 있을까
공중에 던져진 채 방향감각이 상실된 무의식의 공간감각은, 철학자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실존의 근거없는 불안들’(Angst und Sorge)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이 불안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본능적으로 예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심성을 갖게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적 결과는 일부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 유영 뒤에 느끼는 감정에서도 확인된다.
지금까지의 주거 환경이 이차원적인 평면성 위에서 이루어진데 반해, 고층빌딩에서의 주거환경은 새들의 주거양식과 같은 삼차원적인 입체성 위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전혀 새로운 주거양식에 대한 감각적 적응을 위해서는, 조류들이 그들의 생활 양식에 적응됐던 기간만큼 인간에게도 긴 진화과정을 요구할는지 모른다.
한편, 시선의 높아짐은 새의 시야와 같은 조감도적인 시선을 제공하게 된다. 이는 사람들에게 주변환경 전체에 대한 입체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는데, 여기에서 사람들은 사물과 환경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점을 갖게 된다. 이 입체적인 시선 지평은, 주거공간과 환경공간 사이에 있어야 할 조화와 균형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인간은 자신의 땅을 떠남으로써, 비로소 처음으로 땅이 가지는 다양한 차원의 가치와 의미를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층주거에 따르는 주거환경의 집단적 고립성과 자율성의 문제는 사회 심리적인, 혹은 집단 심리적인 문제와도 연결된다. 예컨대 일본의 대도시 외곽에 지어진 60층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도시처럼 기능한다. 그 안에는 학교 병원 사무실 상점 백화점 시장 오락및운동시설 등, 도시에 사는 인간활동에 필요한 모든 기능들이 집적돼 있다. 심지어 옥상에는 화장(火葬) 시설이 있고, 각 층에서 버려진 하수(下水)들은 우주선과 비슷한 정화 장치를 통해 다시 생활용수로 회수되며, 상수(上水)는 옥상에서 비를 저장해 여과되어 각 층에 공급된다. 거대한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몇만명의 주민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빌딩을 떠나지 않고도 모든 삶의 요구들을 해결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땅으로부터 고립된 하나의 거대한 수직적 ‘섬’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층 아파트들은 점점 하나의 문화적 섬들로 변형되어 갈 것이다.
독일 등 초고층빌딩 잇따라
유럽에서는 인구에 비해 땅이 비교적 협소한 독일과 베네룩스 3국 등에서 대규모 초고층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비좁은 땅을 절약하기 위해 세워진 이 새로운 사무공간은 예기치 않은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공간 기능의 수직적 활용이 수평적 차원의 부수적 기능들을 엄청나게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층수에 비례하여 넓어만 가는 주차장, 이에 따르는 교통의 병목현상, 땅의 단위 면적에 대한 쓰레기의 엄청난 증가로 인한 처리시설 확충, 단위 면적에 대한 산소 공급률의 저하를 막기 위해 주위 녹지대를 그만큼 넓혀야 할 필요성, 단위 면적에 대한 인구의 활동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야기되는 호흡기질환의 급속한 확산 등등.
한 세기, 혹은 두 세기가 더 흐른 뒤에 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 형태는 과연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그에 따른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인식의 진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될까. 누구도 쉽게 예견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와 인구증가가 지금의 속도로 지속되는 한, 생존방식의 근본적인 변형은 인류의 진화에 하나의 커다란 도전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박창호/ 파리 통신원
49층… 66층… ‘초고층 아파트’시대 활짝
대림 삼성 등 잇따라 건설 … 건강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어
오는 12월1일 49층의 서울 도곡동 대림 아크로빌에 입주가 시작됨으로써 우리 나라에서도 초고층 아파 트 시대가 열리게 됐다.
초고층 아파트 건설의 가장 큰 이점은 값비싼 도심의 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땅에서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자연 환경’(산, 강, 도심의 야경 등)을 높은 전망에서 얻을 수 있다”(명지대 건축학과 박인석교수)는 ‘환경친화적’ 장점이 있다.
그래서 초고층 아파트에서는 전망이 좋은 위층으로 갈수록 단가도 비싸지고 평수도 넓어진다. 대림 아크로빌의 ‘펜트하우스’인 49층은 가장 큰 평수인 74평형이며, 66층으로 건설중인 삼성 타워팰리스도 101평의 펜트하우스 개념을 도입해 분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고층 아파트에서 ‘산다’는 것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아직 없다. 학자들은 외국의 연구 사례를 들어 아파트가 높을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땅으로 내려오지 않으려 할 뿐 아니라 아파트 안에서 모든 일상생활을 끝내려 하는 ‘코쿠닝’ 현상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례해 택배 서비스, 컴퓨터통신, 방송망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또한 고층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성격이 내향적으로 바뀌고, 비만해진다는 보고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타워팰리스를 설계한 조주환이사(삼우인터내셔널건축)는 “건축가란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저층에 스포츠센터 등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 주민들을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학자들 사이에서도 도심의 초고층 아파트 입주자들이 연예인이나 전문직 종사자 등 사회 활동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고립 현상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초고층의 좋은 자연 환경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강한 바람 때문에 창문을 여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대림 아크로빌도 창문을 최대 10cm 열 수 있다. 대신 ‘완벽한 냉난방과 강제 환기 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배교수는 이처럼 밀폐된 초고층 건물에 외국처럼 전기가 아닌 도시가스를 설치한 것이 적절한 조치인지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거 문화는 언제나 상류층이 주도해 왔다는 점, 맨해튼이나 신주쿠의 초고층 호화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잘’ 살고 있다는 점, 도심의 재건축 사업자들이 초고층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아파트에 대한 열기는 한동안 지속되리란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출처] 15층 이상 고층아파트와 인체에 해를 끼치는 惡영향 관련 기사 (아름다운 집 행복한 사람들 (아름사)) |작성자 대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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