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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코노미] 갭투자 비율에 따라 춤추는 서울 집값

천사요정 2019. 9. 20. 14:02
보증금승계 비율 따라 집값도 '출렁'

올여름 중대형 면적대가 최고가를 경신한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와 주변 단지들. 전형진 기자

올여름 중대형 면적대가 최고가를 경신한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와 주변 단지들. 전형진 기자



올 상반기 급감했던 서울의 ‘갭투자’ 비율이 하반기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갭투자란 전세보증금을 안고 집을 사는 투자 방법을 말한다. 그동안 집값 흐름은 갭투자 비율과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최근 2개월 가까이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다시 갭투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갭투자 비율 따라 움직이는 집값

집코노미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주택매매 자금조달 계획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서울에서 보증금을 승계한 주택거래는 3453건으로, 전체(8930건)의 38.7%를 차지했다. 집값 상승률이 정점을 찍던 지난해 9월(61.0%) 대비 20%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준이다. ‘9·13 대책’ 발표 직전이던 9월1일~9월13일까지의 비율(64.3%)과 비교하면 반토막에 가깝다.

보증금승계란 매수자가 거래가격에서 보증금을 뺀 만큼의 돈만 매도자에게 건넸다는 의미다. 예컨대 5억원짜리 아파트의 전셋값이 4억원이라면 매수자는 보증금을 승계하면서 차액인 1억원만 매도자에게 주면 된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의 집을 살 땐 시·군·구청에 반드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보증금승계 여부도 신고해야 한다. 향후 입주 여부와 관계없이 보증금을 승계하는 거래 자체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갭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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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신고 기한이 60일인 점을 감안하면 갭투자 비율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집계는 5월이 최신이다. 서울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는 지난해 8월 보증금승계 비율이 75.1%로 정점을 찍었다. 4건의 거래 가운데 3건은 갭투자 방식으로 매매됐던 셈이다. 그러나 9·13 대책 이후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와 보유세 인상, 대출규제 등이 작동하면서 올해 1월엔 36.2%까지 낮아졌다. 지난 5월은 53.5%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지난해 8월 72.6%에서 올해 5월 35.0%로, 같은 기간 송파구는 76.5%에서 41.1%로 급감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 ‘갭투자의 성지’로 불렸던 곳들도 예외는 아니다. 성동구는 지난해 9월 보증금승계 거래 비율이 67.0%였는데 올해 들어선 줄곧 50%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노원구는 67.9%에서 29.1%로 뚝 떨어졌다. 투자자들에게 비인기 지역으로 평가되는 중랑구는 지난해 8~9월만 보증금승계 거래가 절반을 넘었을 뿐 줄곧 50%선을 하회했다. 4월엔 14.1%를 보이면서 연중 최저를 기록했고, 5월 또한 25.4%로 서울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보증금을 승계한 거래의 비율은 집값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보증금승계 비율이 60%를 웃돌던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각각 1.34%와 1.39%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50%를 밑돌던 4~7월엔 집값 상승률도 0.2~0.3% 내외로 움직였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보증금 승계 비율이 다시 61.0%로 치솟자 집값 상승률도 1.84%로 뛰었다. 승계 거래가 30% 안팎이던 올 1~5월엔 집값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냈다.


◆다시 오르는 서울 집값…또 갭투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여름 들어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상승 반전하자 다시 갭투자가 늘어나는 중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전세자금대출이 갭투자 유동성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대출 활성화로 세입자의 보증금 마련이 쉬워진 만큼 갭투자자가 따로 대출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투자하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집코노미] 갭투자 비율에 따라 춤추는 서울 집값



실제로 전세대출 규모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 16개 예금취급기관의 전세대출은 올해 2분기 83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조원 늘었다. 지난해 2분기(58조8000억원)와 비교하면 25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면 주담대는 같은 기간 동안 2조원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2분기엔 53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000억원 증가했다.


전세대출 증가세와 갭투자의 연관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유주택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이 막힌 상황에선 전세대출 증가가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어서다. 고제헌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대출로 인한 유동성 과잉이 시장을 교란한다면 매매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하지만 현재는 예년보다 거래가 많지 않다”며 “부작용을 우려해 전세대출마저 조이게 된다면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