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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 2012년에도 이재용 지배력 강화·승계 '합병플랜' 짰다

천사요정 2019. 11. 29. 08:12

ㆍ‘물산·에버랜드’ 합병 계획 등 내부문건 처음으로 확인
ㆍ‘승계’ 표현도…‘승계 작업 없어’ 삼성 공식입장과 배치


삼성 측이 2012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승계 작업을 위해 계열사 간 합병 계획을 짠 내부 문건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승계 작업은 없었다”는 삼성 측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담은 문건이다.


2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35쪽 분량의 ‘그룹 지배구조 개선방안 검토’ 문건에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승계를 위한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작성 시점은 2012년 12월이다. ‘박근혜 당선인’이라는 표현이 나온 걸로 봐서 2012년 대선 직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 양식, 내용, 표현 등을 볼 때 당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승계’ 표현도 나온다. 문건은 ‘향후 승계를 고려 시 대주주(총수 일가를 지칭)의 물산 합병사 지분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구도를 만들려면 이 부회장 지분이 많은 회사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문건은 지분 가치 상승 방법으로 ‘회장님(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지칭) 보유 생명 지분을 매각하여 물산 합병사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지배력’ 표현은 수차례 등장한다. 문건은 삼성물산-에버랜드 합병 검토 방안을 정리하면서 ‘물산+에버랜드 합병(일감몰아주기 해소+물산 지배력 확대)’, ‘물산과 에버랜드 합병 시 물산의 취약한 지배력 제고’라고 적었다. 삼성 측은 총수 일가 지분 확대를 수치로도 계산했다. 문건에는 합병 시 통합 삼성물산 총수 일가 지분율이 ‘1.4%에서 25.4%’로 늘어난다고 봤다. 문건에 나온 합병 후 구체적인 지분율을 보면 ‘회장님 8.5%, 부회장 10.1%, BJ+SH 6.8%’라고 쓰여 있다. 이 부회장이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구조였다. BJ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SH는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뜻한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에버랜드 지분 25.1%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삼성물산-에버랜드 합병이 성사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해 승계를 원활히 할 수 있었다.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2대 주주였다.


삼성은 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의 일부를 합병한 뒤 2015년 5월 제일모직(구 에버랜드)과 삼성물산을 합병한다. 문건을 분석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승계 작업 핵심은 이 부회장이 지배하는 에버랜드를 활용해 삼성전자의 2대 주주인 삼성물산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며 “삼성 측이 실현한 방법은 제일모직으로 이름만 바꾼 에버랜드와 삼성물산 합병이었다”고 했다.


삼성 측이 이 부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안을 검토한 사실도 문건에서 확인된다. 문건의 ‘에버랜드 기업가치 향상을 통한 합병가치 제고’ 항목엔 ‘바이오사업 성과의 조명 가시화, 에버랜드 토지개발 및 기존 사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 제고’ 같은 방법을 적었다. 에버랜드 가치가 높을수록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나온다.

문건에는 삼성전자-삼성SNS, 삼성전자-삼성SDS 합병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문건은 합병 추진의 목적을 당시 새로 도입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문건에 나온 표에는 회장님(이건희), 사모님(홍라희), 부회장(이재용), BJ, SH의 ‘합병 시 지분율 변동’도 계산돼 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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