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밝혀진다/양승태사건기사들

양승태 대법원, '세월호 기고' 판사에 "공명심 많아" 인사 불이익

천사요정 2019. 12. 19. 22:36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첫 공개
세월호 글 언론 기고한 문유석 부장판사에
희망 근무지 아닌 곳으로 배치 검토해 실행
사법행정 비판적 글 올린 판사에
"인사실 반대에도 인사권자 뜻 강해" 인사 조치
비인기 근무지 배치 사유인지 실무자도 의아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승태 대법원이 세월호 참사 기고문을 작성한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공명심이 있어 중요 사건이 많은 행정법원(에 보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문건이 재판에서 공개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 노재호 판사가 증인으로 처음 출석했다. 노 판사는 양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2월부터 판사 인사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기획 제 1·2 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 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을 살펴보면, 당시 인사총괄심의관실은 문 부장판사에 대해 “희망 임지인 행정법원을 배제”하는 방안을 1안으로 검토하면서 “본인이 행정법원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으므로 이를 배제하는 것만으로도 인사상 불이익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적었다. 이 문건은 2016년 1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작성됐다. 문 부장판사는 2014년 8월 한 일간지에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수 없다’는 제목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글을 기고한 바 있다. 그해 문 부장판사는 1순위 희망 근무지였던 서울행정법원이 아닌 서울동부지법으로 발령됐다.


이에 대해 노 판사는 “법원장이 구두 경고한 내용을 보고받은 것일 뿐, 인사총괄심의관실이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면서도 “희망지를 원천 배제했다는 측면에서 불이익이라고 한다면 불이익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무죄 판결을 비판한 김아무개 부장판사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는데, 인사총괄심의관실은 그 사유로 ‘조울증’이라 적었다. 그러나 의료진의 공식 처방에 의한 기재가 아니었다. 노 판사는 “과거 평정 기재들, 동료 법관들의 전언을 종합해 혹시 조울증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기재했다”며 “(조울증으로) 처방받았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법원행정처가 인사총괄심의관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에 불이익 조치를 밀어붙인 정황도 공개됐다. 2015년 1월 작성된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살펴보면, 송아무개 수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인사조치 1안으로 “형평순위를 강등하며 지방권 전보”라고 적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 옆에 최종 재가를 의미하는 브이(V)자를 표시해뒀다. 송 부장판사는 2003년 대법관 임명제청 관련 사법파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을 법원내부망인 코트넷에 게시한 바 있다. 형평 점수로 따졌을 때 원하는 근무지로 배치될 가능성이 컸지만 그해 비인기 근무지인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배치됐다.


<2015년 정기 인사 후기> 문건에 따르면, 인사실은 이같은 인사조치를 반대했다고 한다. 문건에는 “인사실은 이를 반대했지만 인사권자의 뜻이 강해 이를 막지 못했다.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각종 글 게시에 대한 문책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적혔다. 당시 인사총괄심의관실에 배치돼 인수인계를 받았던 노 판사는 법정에서 “해당 사유가 과연 판사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곳으로 배치할 정도에 해당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실무자들이 다른 생각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쪽은 “판사들의 인사평정 내용이 공개되면 재판 당사자에게 불신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인사평가 내용 등이 실물화상기를 통해 공개되는 것은 제한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https://news.v.daum.net/v/20191120195605506


이슈 · '양승태대법원' 사법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