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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늘려 재산 불린 부자들…순자산, 상위 10%에 43% 몰려

천사요정 2019. 12. 30. 16:45

가구 평균자산 2.7% ↑ 4억3191억
순자산 10억 이상 가구 6.8% 그쳐
전체 가구 63.2%는 3억도 못미쳐
30세 미만 가구주 자산 11.1% 증가
급여생활자보다 자영업자가 타격 커




저성장과 저물가에도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자산과 순자산이 전년대비 모두 3% 가까이 늘었다. 살림살이가 전반적으로 나아졌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소득분위가 높은 고소득층이 빚을 늘리며 재산을 불린 결과다.

안정적 급여생활자보다 자영업 또는 일용직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소득하위 20% 저소득층 가구는 통계집계 이래 처음으로 순자산이 감소했다.

최근 통계청이 금융감독원·한국은행과 공동으로 발표한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3월말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3191만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빚이다. 전년 대비 3.2% 늘어난 7910만원이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3억5281만원이다.

소득 3분위 이상 중·상층이 대출을 늘렸다.

소득수준이 높을 수록 부채를 늘린 규모도 크다.

부채를 늘린 결과는 순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순자산 상위 10%인 10분위 가구가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43.3%에 달했다.

전년 대비 1.0% 포인트 올랐다.

소득 5분위별로 보면 소득상위 20%인 5분위와 상위 21~40%인 4분위 가구의 순자산이 각각 4.0%, 3.5% 늘었다.

자산증가율을 웃돈다. 반면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구 순자산은 3.1% 감소했다.

특히 1분위 가구 자산이 줄어든 것은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가구는 전체의 6.8%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가구의 63.2%는 순자산이 3억원이 채 안 됐다.

가구 셋이 모이면 두 가구는 순자산이 3억원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데이터를 일렬로 세울 때 가운데 위치하는 ‘중앙값’은 평균보다 훨씬 낮아진다.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자산 중앙값은 2억5508만원, 순자산 중앙값은 2억50만원이다.

자신의 순자산이 2억원이라면 평균에는 못 미치지만, ‘순위’로는 우리나라에서 딱 ‘중간 정도 가는’ 가구인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가구주가 30세 미만인 가구의 약진이 눈에 띈다. 30세 미만 가구주 가구의 평균 자산은 1억994만원으로 전년(9892만원) 대비 11.1% 늘었다. 부채가 3197만원으로 전년 대비 23.4% 급증한 결과다. 전월세 대출 등에 적극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가구의 가구주 연령대는 50대였다. 가구주가 50~59세인 가구의 자산보유액은 4억9345만원이었다. 하지만 60대에 접어들어 자산은 크게 줄어든다. 특히 평균 저축액이 1억원에서 6700여 만원으로 급감했다. 퇴직 등으로 소득절벽을 맞이한 결과로 추정된다.

저성장과 저물가에도 평균 소득은 전체적으로 증가세다. 2018년 가구 평균 소득은 5828만원으로 2017년(5705만원) 대비 2.1%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버는 소득은 떨어졌지만 월급쟁이들의 소득이 늘어 증가세를 이끌었다. 전체 가구소득 중 사업소득은 1177만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한 반면, 근로소득은 3781만원으로 3.9% 늘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의 여파로 자영업자 가구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이는 가구주 종사상 지위별 가구소득을 봐도 확인된다.

가구주가 상용근로자인 가구의 2018년 평균 가구소득은 7719만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지만 자영업자 가구는 6375만원으로 전년 대비 큰 차이가 없었다.

가구주가 임시·일용근로자인 가구의 가구소득은 3563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다만 상용근로자·자영업자 가구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을 맴돌았다.

연령대별 소득은 40대 가구가 50대 가구를 역전했다. 지난 2017년엔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평균소득이 7292만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는데, 2018년엔 40대 가구주 가구의 소득이 7425만원으로 50대(7407만원)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희망퇴직 등 인력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를 대상으로 노후 준비를 묻는 질문에 39.6%가 “잘 되어있지 않다”고 답했고,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답변도 16.1%나 됐다. 올해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전국 2만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1인 가구는 물론 혈연·결혼·입양 등으로 맺어져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이 대상이다. 거주지가 다른 주말부부나 학기 중 외지거주 학생도 가구원에 포함됐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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