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은 12월 1주차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 중 최악의 문제발언 8개를 아래와 같이 선정했습니다.
1. “청와대가 검찰과 언론 모독했다”며 반성 없이 남 탓하는 조수진
지난 12월2일, 서울 동부지검 소속 전 청와대 특감반원 수사관 A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도 언론은 고인을 둘러싼 수많은 억측과 의혹을 쏟아냈습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일부터 연이어 브리핑을 발표하며 언론에 “고인의 명예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사실에 근거해 보도해 주시길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이 내용을 다룬 채널A <정치데스크>(12월4일)는 억측을 만든 언론으로서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조수진 뉴스연구팀 부장 : ‘검찰은 피의사실 공개 금지 명심하라’ 이렇게 검찰을 압박했는데. 저도 검찰 기자를 했습니다만, 검찰 기자가 정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뜁니다. 네. 머리도 씁니다. 이거 누가 불러준다고 해서 쓰지 않아요. 이거는 검찰과 언론에 대한 모독이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지금 정례적으로 수사 브리핑이 없기 때문에 정말 많은 기사가 조국 전 장관 사태 때부터 쏟아져 나옵니다. 하루에도 단독 기사가요, 20건 이상씩이 나와요. 이게 뭐냐, 정례브리핑을 통해서 가타부타 맞다 틀리다, 이게 가려지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조수진 동아일보 뉴스연구팀 부장은 검찰이 불러주면 기자들이 받아쓴다는 주장이 언론과 검찰을 향한 모독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민언련이 조국 전 장관 관련 ‘단독’ 보도의 내용과 출처를 분석한 보고서 <조국 단독 기사의 절반은 검찰이 썼다>(10월1일)를 보면 동아미디어그룹은 이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신문의 검찰발 단독 기사 30건 중 동아일보는 12건을 차지했고,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검찰발 단독 기사 39건 중 채널A는 20건을 차지했습니다.
검찰의 정례 브리핑이 없기 때문에 ‘맞다, 틀리다’를 확인할 수 없어서 하루에도 단독 기사가 20개씩 나왔다는 주장도 허망합니다. 일례로 채널A <단독-추석 전 입원했다가 퇴원… 한 층 홀로 사용>(9월21일 최수연 기자)는 정경심 교수가 입원해 한 층을 혼자 썼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불필요한 내용일뿐더러 검찰의 정례 브리핑과는 전혀 상관없는 보도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검찰은 절대적인 사실을 확인해주는 기관이 아닙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혐의를 밝혀나가는 기관입니다. 백보 양보해 검찰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것을 문제로 인정하더라도 그간의 보도들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조 씨 발언대로 ‘맞다, 틀리다’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퍼날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박근혜가 여론에 밀려 재수감 됐다’… 하루도 못가 들통난 하재근의 거짓말
TV조선 <신통방통>(12월4일)에 출연한 하재근 시사문화평론가는 박근혜 씨가 서울구치소에 재수감 된 배경에 여론에 떠밀린 결정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재근 시사문화평론가 : 이번에 복귀 결정이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수술한 부위가 거의 다 나았다는 판정이 나온 것 같고. 거기에 대해서 박 전 대통령 측에서 반응이 나왔는데 수술한 팔이 거의 다 나은 건 맞는데, 반대쪽 팔도 사실은 좀 아프다. 그리고 허리디스크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번에 복귀 결정이 여론에 떠밀린 졸속 결정이다,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 지난 12월4일 TV조선에 출연해 여론 때문에 박근혜 씨가 재수감됐다고 주장한 하재근 씨.
하재근 씨의 발언은 일방적인 박근혜 옹호론자들의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한국경제 <박근혜 재수감, 알고 보니 극성 지지자들 때문>(12월4일)는 재수감의 사유가 “극성 지지자들 때문”이라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한국경제는 “병원 인근에서 지지자들의 집회가 이어지면서 병원 측이 법무부에 조기 퇴원을 요청했다”며 상황을 설명했고 “박 전 대통령 측은 ‘병원 측에 피해를 준다면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도 등장했습니다. 결국 하 씨의 발언은 유통기한이 하루도 되지 않는 거짓말이었습니다.
법무부는 박근혜 씨의 재수감이 담당 전문의 소견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박근혜 씨의 입원은 78일이라는 입원 기간만으로도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기 충분했습니다. 지난 10년 간 일반 수용자들은 아무리 위중한 경우라도 외부 치료는 통상 한 달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씨와 같은 ‘회전근개 파열’ 수용자 4명 역시 모두 입원 1주일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TV조선은 이런 내용을 취재하거나 객관적 근거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출연자를 통해 극우세력의 일방적 주장을 전달할 뿐이었습니다.
3. “김기현 제보 받은 행정관이 김경수 친구라 카더라”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근거?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2월5일)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을 다루며 또다시 친분관계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던 문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을 끼워넣은 것입니다.
진행자 엄성섭 : 그러니까 송병기 부시장하고는 캠핑장에서 만났다 이렇게 청와대는 이야기하고 있는 문 모 행정관, 이것도 좀 평범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이 문 모 행정관이 그래서 어떤 사람이래요?
문승진 기자 : 그러니까 청와대와 어떻게 보면 송병기 부시장 사이에서 어떻게 보면 중간 다리 역할을 한 분이지 않습니까? 이 문 모 행정관은 6급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주로 부산 지역 검찰청에서 일을 해왔는데요. 정보 분야에서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고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기용됐던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또 민정비서관실에서 또 배치가 됐었는데요.
진행자 엄성섭 : 민정비서관실, 그러면 백원우 비서관 밑에.
문승진 기자 : 그렇습니다. 배치가 될 당시에 또 이런 소문이 파다했다고 해요. 문 행정관의 고교 동문 중에 현 정권의 실세가 있다.
진행자 엄성섭 : 문 행정관하고 고교 동문이면서 현 정권 실세인 사람이 있다?
문승진 기자 : 그렇습니다. 앞에서도 저희가 잠깐 언급을 했습니다만 김경수 도지사와 친구다, 이렇게 알려지면서 어쨌든 청와대는 이 문 행정관이 송병기 부시장으로부터 첩보를 제보받아서 정리만 했다.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정작 송병기 부시장은 문 행정관이 물어봐서 본인이 알려줬다, 이렇게 지금 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엄성섭 씨와 출연자 문승진 기자가 나눈 대담에서 나온 정보는 ①문 모 행정관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물이다 ②김경수 도지사와 친구라는 소문이 있었다 ③청와대는 문 모 행정관이 첩보를 제보 받아 정리만 했다고 설명했다는 것 뿐입니다. 세 가지 정보 중 ①, ②번의 경우 시청자가 알게 되어도 큰 의미가 없는 정보였고, ③번은 청와대의 해명에 불과했습니다. 즉, 출연자의 대다수가 TV조선 기자인 <보도본부 핫라인>이 별도로 취재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던 것입니다.
반면 TV조선은 의혹을 설명하며 ‘문 모 행정관이 김경수 지사와 친구다’는 소문을 언급했습니다. 이 내용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TV조선이 이런 내용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문 모 행정관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입증할 근거를 가지고 와야 합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친분 관계를 언급하는 것은 ‘친분이 있으니 도와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퍼뜨릴 뿐입니다.
4. ‘송병기 자택 압수수색 생중계’… 여전히 수사단계 보도 멈추지 않는 채널A
채널A <뉴스TOP10>(12월6일)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자택 압수수색을 받는다는 내용을 속보로 전했습니다. 채널A는 송 부시장의 자택 문 앞과 내부, 엘리베이터까지 찍어서 보여줬는데요.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하러 온 수사관은 당황한 듯 황급히 문을 닫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 지난 12월6일 송병기 부시장 자택 압수수색 생중계 하듯 보여준 채널A ‘뉴스TOP10’
그러나 이런 장면을 꼭 속보라고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수사 상황의 일거수일투족을 거름망 없이 전달하는 보도들은 재판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를 유죄로 인식시키는 효과를 만듭니다. 채널A가 보여준 짧은 영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상의 내용에는 사건의 진위를 가릴 정보가 하나도 없지만 압수수색이라는 수사의 한 단계를 그대로 전달해 혐의에 대한 의심을 키웠습니다.
최근 언론이 쏟아낸 수많은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오히려 국민은 아무것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수사 단계에서의 보도가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비판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한겨레 <‘수사단계 보도 자제’ 언론계 합의 고민할 때>(2009년 6월5일)는 “영국에서처럼 ‘기소 이전 단계에서 추측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언론계 전체가 세워나가는 ‘합의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 “기구나 준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명하게 확인될 때까진 쓰지 않겠다는 각 언론사의 결의와 의지”를 언급하며 “속보 경쟁 체재를 벗어나려면 ‘공개된 판결 정보’ 보다 ‘숨어있는 수사 정보’ 캐기에 역점을 맞춘 취재 시스템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10년 전의 기사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지적은 안타깝게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
5. “백원우가 제주도에 장기간 머물렀다”는 카더라로 ‘청와대 선거개입 음모론’ 꺼내든 박정하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2월2일)에 출연해 근거 없는 음모론을 퍼뜨렸습니다.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 : 제가 2월 중순경 제주를 내려갔는데 이상한 얘기를 해요. 이게 다 설입니다, 소문이고. 아니, 청와대 민정비서관, 백원우 비서관 같이 생긴 사람이 며칠씩 제주도를 와갖고 겨울에 왔다갔다 했다는 거예요.
진행자 김진 : 확인은 안 됐지만.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 : 확인 안 된 거예요, 물론. 그래서 제가 그랬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얼마나 바쁜 자리고 지금도 요즘 보지만 청와대 얼마나 일이 많은데 그런 사람이 평일 날 와서 며칠 씩 있느냐’라고 했는데요. 저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까 이것도 한 번 확인해 봐야 될 건 아닌가. 오늘 아침 보도 보면 민정비서관실에서 뭘 개입을 했다라는 설이 있는 게 꼭 경남, 창원 이 뿐만 아니라 저는 혹시 야권 단체장이 있는 모든 지역에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것 아닌가에 관한 것도 저는 검찰이 조사를 좀 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분명한 그런 소문, 설을 들었습니다.
▲ 지난 12월2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확인도 안 된 음모론을 방송에서 전달한 박정하 씨.
박정하 씨의 주장을 정리하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제주도에 장기간 머물렀다는 소문을 들었고, 제주도를 비롯해 야권 단체장이 있는 곳에서 모두 청와대가 선거개입을 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비서관이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거대한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근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박 씨는 스스로도 “확인 안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스로도 근거가 없는 음모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백원우 제주지역 선거개입’이라는 중대한 음모론을 퍼뜨리며 검찰이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정상적인 방송이라면 출연자가 근거도 없는 음모론을 주장했을 때 진행자는 이를 제지하거나 발언을 중단시켰어야 합니다. 그러나 김진 씨는 “확인은 안 됐지만”이라는 발언을 할 뿐 박 씨의 발언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채널A 제작진도 해당 발언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소문이라도 출연자의 귀에 들리면 전달하는 수준의 방송임을 인증한 셈입니다.
6. 청와대 하명 수사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서로 고사했다?
청와대가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와 관련한 첩보를 이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종희 전 한국당 의원은 채널A <정치데스크>(12월5일)에 출연해 음모론을 펼쳤습니다.
박종희 전 한국당 의원: 지난번에 그 청와대 대변인이 ‘문재인 정부의 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없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선출직 공무원은, 이번에 이 사건을 보면요, 아주 교묘하게 선출직 공무원과 비서실장과 동생과 그 측근들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수사했거든요. 이 수사가 여러 가지입니다, 한두 가지가 아니고. 그러면서 이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굉장히 과거에 자기들이 욕했던 군사 정부의 그런 야당 탄압, 정치공작, 이거를 고대로 배워서 오히려 더 질이 나쁘게 이번에 지방선거에 이용을 한 것이거든요. 울산시장뿐만 아니고 경남지방에서도 여러 군데 단체장 수사를 통해서 그런 게 있어서 지난번에 홍준표 전 대표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야당 공천을 안 받으려고 서로 고사를 했다. 이런 지방선거의 분위기가 경남지역에서 이루어졌다.
박종희 씨는 ①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하여 김기현 전 시장과 측근에 대해 다방면으로 수사했다 ②김기현 전 시장뿐 아니라 다른 단체장들도 수사하였다 ③수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방선거 당시 경남지역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오려는 사람이 없었다는 세 가지 주장을 펼쳤습니다. ①번 주장을 토대로 ②, ③번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러나 박 씨의 주장은 ①번부터 구체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거대한 의혹제기에도 이를 뒷받침 하는 내용은 김 전 시장이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정황뿐이었기 때문입니다. ②, ③번 주장을 뒷받침 하는 내용도 구체적 근거가 아닌 홍준표 전 대표의 발언,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 등 추상적이거나 불확실한 내용들뿐이었습니다.
반면 수사에 대한 숨겨진 전말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뉴스타파 <김기현 동생과 ‘30억 계약’ 당사자 입 열다…“검찰이 먼저 수사, ‘하명’ 논란 이해 안돼”>(12월12일)는 측근비리 제보의 당사자를 찾아가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당사자 김흥태 씨는 뉴스타파에 “검찰이 이미 2016년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중 하나인 ‘30억 계약’ 사건을 경찰보다 먼저 수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씨는 “검찰에서 ‘자료를 가지고 방문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먼저 알고 전화가 와서 검사를 처음 만났다”며 뉴스타파에 구체적 정황까지 밝혔습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당사자 증언이 나온 것입니다.
물론 뉴스타파의 보도만으로는 청와대의 하명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사실만으로는 청와대가 김 전 시장과 가족들에 대해 ‘민간인 사찰’을 진행했다고까지 논리를 확장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뉴스타파의 보도 이후에는 검찰이 먼저 알고 있었던 사건을 왜 무력화시켰는가에 대한 원인규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박 씨의 말처럼 정부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선거에 개입했다면 매우 중대한 문제입니다. 이런 심각한 주장을 펼치려면 실체가 있는 근거를 들고나오시기 바랍니다.
7. ‘별동대 사무실이 어린이집이라 수상하다’… 유튜브 발 음모론 재생산한 채널A
채널A <뉴스TOP10>(12월2일)는 주요 뉴스 2위로 <별동대 사무실은 어린이집?>을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담에서는 의혹과 추측만 난무했습니다.
진행자 김종석 : 별동대 사무실이 어린이집이냐. 글쎄요, 물론 모든 층에 있는 사무실을 다 밖에다가 적어놓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정부 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의 3층에는 서울청사 한빛어린이집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공간에 별동대 사무실이 있었던 거 아니냐, 왜 베일에 싸여 있냐라는 의혹을 많은 이들이 갖고 있습니다. 결국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월권 문제로 확대가 될 수 있습니다. 1년 전 국회에서도 백원우 전 비서관의 행보가 언급된 적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김종석 : 사무실까지 아예 따로 차릴 정도로 백원우 별동대에 대한 월권 논란이 계속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일단 청와대는 ‘위법한 사실이 없다’ 이렇게 선을 긋고 있습니다. 백원우팀, 백원우 별동대 얘기는 여기서 정리하고요.
진행자 김종석 씨의 발언처럼 채널A가 이 내용을 소개한 이유는 백원우 별동대의 사무실이 있던 곳을 어린이집으로 표기해 비밀업무를 펼친 것 아니냐는 ‘별동대 비밀사무실 음모론’과 같은 의혹제기였습니다. 그러나 채널A가 전체 대담 12분 중 대부분을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의혹을 나열하고, 오로지 2분만 ‘별동대 비밀사무실 음모론’을 다뤘을 정도로 근거는 빈약했습니다.
이런 주장의 출처를 확인해본 결과 익숙한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를 비롯해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본부장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채널A <뉴스TOP10>의 방송 하루 전 송국건 씨는 본인이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에서 <송국건의 혼술-백원우 별동대 특감반의 3대 의문점>(12월1일)을 통해 같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채널A는 유튜브 발 음모론을 그대로 전달한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사무실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또한 비밀사무실 음모론의 근거였던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건물은 2011년에도 어린이집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 사실은 채널A의 자매사 동아일보 <청 밖의 청 ‘창성동 별동대’를 아시나요>(2011년 2월11일)가 보도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결국 채널A <뉴스TOP10>은 자매사 동아일보의 보도조차 검토하지도 않고 송국건 씨의 유튜브 등이 제기한 음모론을 그대로 방송에 가져왔습니다. 이는 채널A가 평소에 얼마나 사실관계 확인에 소홀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계속 할 것이라면 차라리 유튜브 방송으로 전향하길 추천합니다.
8. 추미애 후보자는 대선을 그리고 있기에 진짜 미소를 보였다는 허은아 씨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2월6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터뷰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김진 씨는 추 후보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질문에 웃음을 보였다며 그 의미를 허은아 경일대 교수에게 질문했습니다. 이어 허은아 씨는 인상비평으로 웃음의 의미를 분석했습니다.
허은아 경일대 교수: 그러니까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추미애 대표. 그러니까 이제 앞으로 장관이 될 분. ‘이미 대선 시동을 걸었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표정을 우선 얘기해야 될 것 같은데요. 몸은 거짓말을 못하는데 저렇게 밝게 웃는 표정 저게 진짜 미소라고 합니다. 뒤센 미소라고 연구결과 발표가 된 건데 눈밑과 옆의 모든 것이 같이 웃는 미소를 뒤센 미소라고 합니다. 진짜 미소죠.
왜 저렇게 진짜 웃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 앞으로 2년 뒤, 3년 뒤인가요. 대선을 벌써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국 전 장관이 하지 못했던 검찰 개혁 내가 하겠다’라는 의지를 좀 보여주는 것 같고요. 지금까지 걸어왔던 모든 자신의 발걸음에서 ‘이제 내가 마지막 정점을 찍어야 되는 것은 대선 후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 같고.
▲ 지난 12월6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주제마다 인상비평만 하는 허은아 씨.
허 씨의 인상비평은 출연한 방송에서 매번 등장하고 있습니다.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의 프레임은 고유정 사건을 다루며 사용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장관 내정자가 인터뷰를 하면서 웃는 것을 두고 진짜 미소로 구분하고 대선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은 논리조차 없는 억지 추측입니다. 허 씨의 논리대로라면 ‘눈밑과 옆의 모든 것이 같이 웃는 미소를 보인 허 씨는 인상비평을 방송에서 반복해 대선에 출마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도 가능합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가 ‘모든 웃는 사람은 대선 출마 의사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면 허 씨의 출연을 멈춰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12월 2일~6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 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아침&매일경제>
※ 문의 : 임동준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서혜경‧심신진‧염한결‧전한빈 인턴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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