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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누가 키우나” 비판에도 靑 참모들은 왜?

천사요정 2020. 1. 17. 14:42

사퇴 시한 D-1 총선행 '막차' 탄 청와대 참모들

이번 총선행 '막차'를 탄 청와대 참모들. 고민정 대변인, 유송화 춘추관장입니다. 그리고 사진엔 없지만 권향엽 균형인사비서관도 사직했는데 출마설이 나옵니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들이 사퇴해야 하는 시한을 딱 하루 앞두고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막판까지 출마다, 아니다, 기류가 엇갈렸던 고민정 대변인도 결국 사직서를 냈죠. 기자들과 '동고동락'했던 이들은 마지막으로 브리핑룸 단상에 올라 작별 인사를 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제 국민의 입이 되려고 한다" (고민정 前 대변인)
"사람을 귀중하게 여기는 정치를 하고 싶다" (유송화 前 춘추관장)

이들은 떠났지만, 아직 그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후임 인사 검증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검증이 끝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소는 누가 키우나"…총선 출마 靑 참모 70명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난 참모들은 이들만이 아닙니다.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주형철 경제보좌관도 바로 한 주 전에 사표를 냈고, 일찌감치 청와대를 떠난 참모들까지 포함하면 이번 총선에 뛰어드는 청와대 출신은 70명이 넘을 거란 분석까지 나옵니다.

대통령 측근,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10명 선이었고 노무현 정부 때도 2~30명 수준이었으니, 이번엔 이례적으로 숫자가 많은 거죠. 당연히 비판이 쏟아집니다.

당장 '청와대가 출마 대기소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심 없이, 대통령의 비서로서 묵묵히 일을 해야 할 참모들이 청와대 근무를 '출마 경력 쌓기용'으로 여기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출마를 염두에 둔 사람들이 청와대에서 일하면 업무에도 소홀해지고, 특정 지역에 유리한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지 않겠느냐는 거죠.

여당 내부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다들 떠나면 소는 누가 키우나" "청와대 출신이라고 당내 경선에서 특혜 받는 거 아니냐" 이런 시선들도 따갑습니다.

이런 비판은 당연히 예상됐던 거고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거 출마하려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靑에 울려 퍼진 노래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

14일 청와대 영빈관. 문 대통령과의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잔뜩 긴장해있던 기자들 귀에 '재밌는' 노래가 들렸습니다.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라는 가사로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유산슬(유재석)의 트로트 노래 '사랑의 재개발'이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행사장에서 대중가요가 울려 퍼진 적은 많았지만, 트로트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죠. 왜 하필 이 노래를 골랐을까요?

청와대는 '확실한 변화'라는 올해 키워드에 맞는 노래를 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란 가사가 '확실한 변화'와 딱 맞아떨어졌다는 겁니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힌트'가 있습니다.


"국회에서 막히면, 되는 게 없더라"

최근 청와대를 떠난 한 참모는 출마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뭘 아무리 해보려도 해도 국회에서 막히면 되는 게 없더라. 그걸 절실히 깨닫는 기간이었다. 그래서 나 한 사람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뒤 뭘 바꿔보려고 해도, 국회에서 막혀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었다, 그러니 총선에서 당선돼 정부가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제 국회에서 돕겠다는 뜻입니다.

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도 "이번 총선은 촛불 정신을 완성하는 계기"라고 했습니다.

"이번 총선이야말로 촛불 정부 그리고 촛불 정신을 완성하는 계기가 돼야 된다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 개혁 세력의 원내 과반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윤건영 前 국정기획상황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총선 끝나면 당분간 선거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역대 정부는 임기 반환점 돌면 서서히 힘이 빠졌지만, 이번 총선에서 이기면 이번 정부는 조기 레임덕 없이 개혁 동력을 끝까지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얘깁니다.

문 대통령도 이번 신년기자회견에서 아슬아슬한 선에서, 사실상 '야당 심판론'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죠.

"민생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듯한, 우선은 제대로 하여튼 일하지 않는 이런 국회는 안 될 거라고 봅니다…다음 총선을 통해서 그런 정치 문화가 달라지기를 바랍니다." (문 대통령/ 14일 신년기자회견)

'꽃피는 4월' 민심은 어디에?

이런 이유로 청와대 참모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하는 게 맞느냐, 총선에 '올인'하는 거 아니냐, 이런 논란을 뒤로하고 어쨌든 청와대는 출마자들을 위한 인사를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각 당은 이미 총선을 향해 바쁘게 달려가고 있고요.

청와대 참모 중 과연 몇 명이 살아남아 국회에 입성할 수 있을지는,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민심'에 달려 있겠죠. 꽃피는 4월, 총선의 시간은 이제 머지않았습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64191&re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