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세입자로 등록해 보증금 4억5000만원?..수상한 집거래 1333건 적발

[경향신문]

#. ㄱ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1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신용대출로 1억5000만원을 구하고, 부모님에게 차용증 없이 5억5000만원을 빌렸다. 전세보증금 9억5000만원이 포함돼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자기 자금은 5000만원이 전부였던 것이다.

#. 20대인 ㄴ씨는 지난해 6월 서초구에 있는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 매입금액 중 상당 부분은 부모님 찬스를 이용했다. 부모님을 세입자로 등록해 전세보증금 형태로 4억5000만원을 받은 것이다. 나머지 5억5000만원은 자금 자금 1억원과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4억5000만원으로 마련했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 2차에서 이상거래가 발견된 1333건의 지역별 분류

ㄱ씨와 ㄴ씨는 최근 서울 지역에서 주택 매매거래 중 수상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정부가 적발한 이상거래 의심 사례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상설조사팀을 꾸려 서울 외에도 경기 과천과 하남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도 차입금 과다 및 현금위주 거래, 가족간 대출 의심 거래 등 비정상 자금조달을 강도놓게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서울시·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서울 지역 실거래가에 대한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부동산 거래 신고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가 1333건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합동조사는 지난해 10월에 이은 두번째다.

조사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33건을 대상으로 거래당사자 소명자료와 의견 등을 제출받아 검토를 진행했다.

이중 자금출처가 불분명하고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사례는 1203건이었다. 실거래가 허위 신고 의심사례 등은 130건이었다.

임대보증금 형식으로 편법 증여 의심

2차 조사대상 중 670건은 탈세가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됐다.

ㄴ씨처럼 전세금 형식을 빌려 가족간 편법 증여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ㄱ씨처럼 차임 관련 증명서류나 이자 지급내역 없이 가족간에 금전거래한 사례, 실거래가 대비 저가 양도로 증여세 탈루 등이 의심되는 사례들이었다.

사업자 대출을 받아 용도 외로 사용하는 등 금융회사의 대출 규정 미준수 의심 사례도 94건 있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자상거래업을 하는 ㄷ씨는 서초구에 있는 21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ㄹ은행에서 선순위 가계주택담보대출 7억원, ㅁ상호금융조합에서 후순위 개인사업자대출 5억원을 받았다.

ㄷ씨는 현재 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금융위 등 관계부처는 대출 취급 금융회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벌여 규정 위반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의 용도외 유용 등 의심

21일부터는 실거래가 조사 강도가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실거래 직권 조사권한이 부여돼 국토부와 감정원에 상설조사팀이 신설된다. 국토부 조사팀에 전담 특사경 인력도 증원 배치된다. 기존 조사대상인 서울 외에 투기과열지구에서도 비정상 자금조달 의심거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실거래 신고내용을 토대로 한 편법증여, 대출 규제 미준수, 업·다운계약 등 이상거래에 대한 조사는 물론 집값담합, 불법전매, 청약통장 거래, 무등록 중개 등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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