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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발목 잡힌 정유·화학···구조조정 현실화하나 ‘끙끙’

천사요정 2020. 2. 24. 19:40
국내 정유·화학업계가 실적 반등을 기대하는 길목에서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이미 지난해 업황 불황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한 상황이라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구조조정 움직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월간 정제마진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월간 정제마진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정제마진 손익분기점 밑돌아 

21일 업계에 따르면 2월 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2달러로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 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휘발유·경유·나프타·항공유 등) 가격에서 비용(원유가격+정제비용+운임비 등)을 뺀 것으로 정유사들의 실적을 좌우한다.  
 
배럴당 정제마진은 2018년 2월 배럴당 7.4달러에서 지난해 12월 –0.1달러로 2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휘발유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면서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이 39.6% 급감한 것을 비롯해 GS칼텍스 -28.7%, 현대오일뱅크 -21%, 에쓰오일 –29.8% 등 일제히 전년 대비 20~30% 줄었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연합뉴스]

 

엎친 수요 급락에 덮친 코로나

업계는 올해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며 석유제품 수요가 살아나고 정제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수요가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위축되고 있다. 당장 물류와 이동인구가 줄면서 항공유만 해도 15~20%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산업정보업체인 마이스틸(Mysteel)에 따르면 춘제(중국 새해 연휴) 기간 주유소 판매량은 춘제 이전의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원유 소비 하락으로 원유 재고 물량이 최대치에 도달했다.  
 

일본 에틸렌 공장 가동률 5년래 최저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석유제품뿐만 아니라 에틸렌·폴리에틸렌·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 비중도 크게 늘리고 있는데, 이 사업들도 수요 위축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중국은 주요 도시가 봉쇄되고 외출 금지가 일상화하면서 각종 플라스틱 제품의 소비자 수요가 크게 줄었다. 산업 전반에 걸쳐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포장재와 외장재 등 산업용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줄었다. 반면 석유화학 제품 생산라인은 연속공정 특성상 대체로 정상 가동 중이라 재고량은 계속 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에틸렌글리콜(EG) 재고는 1월 말 35만t에서 현재 57만t으로 증가했고, 폴리에틸렌(PE) 재고도 25만t에서 69만t으로 급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급기야 일본 에틸렌 공장들은 가동률을 5년 만에 최저 수준인 91.1%로 떨어뜨렸다.  
 

업계 “구조조정도 번질라” 

에쓰오일 본사 모습. [연합뉴스]

에쓰오일 본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이미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와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에쓰오일은 최근 197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검토에 나섰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정유 사업에서만 25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출처: 중앙일보]https://news.joins.com/article/23712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