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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내려도…주담대 금리 되레 올랐다 2020.03.22

천사요정 2020. 3. 25. 13:16

코로나탓 금융채 금리 오르자
연동된 주담대 금리 동반상승
기준금리 0.75%로 내렸지만
1%대 주담대 당분간 힘들듯

속속 내리는 예금 금리와 대조



직장인 김 모씨(31)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러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도 낮아졌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일주일 전 상담 때보다 오히려 금리가 오른 것이다. 김씨는 "이사 때문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금리가 올라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0%대`로 떨어졌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연동된 금융채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혼합형(5년 고정금리 뒤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지난 16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17일부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0.75%로 적용하고 있다. 23일 적용 기준 신한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2.72~3.73%로 지난 16일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은 0.30%포인트 오른 2.44~3.94%, 우리은행은 0.16%포인트 오른 2.59~3.59%, 농협은행은 0.15%포인트 오른 2.42~3.83%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20일 기준 2.63~3.93%로 16일(2.50~3.80%)보다 0.13%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와 연동된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1.312%까지 하락했던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19일 1.672%로 상승했다. 20일에는 1.627%였다. 16일 기준금리 인하 당일 금융채 금리는 1.444%로 전날보다 0.081%포인트 하락했다가 18일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금리 역시 내려가지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채권 금리가 올라간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융채까지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까진 금융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됐으나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많아지면서 단기적으로 금리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채권 금리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달에만 기준금리를 1.5%포인트 내렸다.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지난 9일 1.312%로, 올해 최고 금리였던 1.766%보다 0.454%포인트 빠졌다.


업계에선 당분간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서 주담대를 받으려는 고객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더 낮게 형성되는 이른바 `대출금리 역전 현상`도 일부 깨질 조짐이 보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통상 시중금리가 올라가도 대출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운 혼합형 상품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2018년 말부터 혼합형 상품 금리가 낮은 상황이 이어졌다. 그런데 23일 적용 기준 신한은행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변동형 주담대 최저 금리는 2.47%로 혼합형(2.72%)보다 0.25%포인트 낮아지는 등 역전 현상이 깨졌다.


오르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적금 금리는 0%대를 향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20일 1년 만기 DGB주거래우대예금 등 주요 수신 상품 금리를 0.30~0.60%포인트, 경남은행도 일부 수신 상품 금리를 0.20%포인트 내렸다.



[이새하 기자]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03/295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