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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포’ 확산…세계는 지금 ‘식량전쟁’ 중

천사요정 2020. 4. 2. 08:5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베트남·러시아 등이 곡물 수출 중단을 선언하는 등 지구촌 식량전쟁이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의 쌀 소매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구촌 곳곳 식량위기 우려

베트남, 쌀 수출 잠정 중단 러시아, 모든 곡물 반출 금지

파키스탄·카자흐스탄 등도 주요 농산물 해외 판매 막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식량안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자국에서 식량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잇따라 곡물 등 주요 먹거리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와 영국 통신사 <로이터> 등에 따르면 베트남은 24일부터 쌀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 베트남이 중국과 필리핀,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한 쌀은 모두 637만t이다. 우리나라 한해 생산량(374만4000t)의 1.7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베트남은 인도·태국에 이은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이다.

베트남 정부가 쌀 수출을 중단한 이유는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베트남 내에서도 쌀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식량안보는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는 쌀 보유량과 수출에 따른 수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서 수출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는 쌀·밀·보리 등 모든 종류의 곡물 수출을 20일부터 10일 동안 금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지역의 곡물 수급이 여의치 않자 임시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모스크바 시내 몇몇 유통매장에서는 식품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소매기업협회 관계자는 “곡물과 통조림 수요가 3배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자국산 농산물의 반출을 중단하는 국가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파키스탄은 국내 수급 균형과 가격 안정을 위한 선제 조치로 25일부터 양파 수출을 중단했다. 밀가루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은 밀가루를 비롯해 당근·감자·설탕 등 주요 농산물의 수출을 22일부터 금지했다. 세르비아는 18일부터 핵심 수출 품목인 해바라기유 등 식료품의 해외 반출을 멈췄다. 중국은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쌀 수매를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하면서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수출국이 잇따라 식량 수출을 중단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압돌리자 아바시안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국가간 물자 이동이 어려워져 공급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으로,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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