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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가 곧 감시] "표절·재탕·인터넷 짜깁기로 수백만 원"

천사요정 2020. 6. 4. 00:06

앵커

엉터리 보고서 수법은 더 있습니다.

다른 보고서의 내용은 그대로, 표지만 바꾸는 게 대표적인데요.

이쯤 되면 이런 보고서에 왜 수백만 원씩 세금을 들여야 하는지, 답답해집니다.

좋은 법안이 아니라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지, 이어서 김세로 기자입니다.

리포트

유승민 미래통합당 전 의원실이 지난 2016년에 낸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연구자는 당시 대학교수였던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원장 조 모 씨.

그런데 한 달 앞서 나온 다른 국책연구기관 보고서를 거의 베꼈습니다.

'하더라도'를 '하더라고'로 잘못 쓴 오자까지 똑같습니다.

[A 국책연구원 직원]
"(조 원장님이) 2016년에 국회의원실 연구용역 하신 게 있거든요."
"아뇨, 사전에 연락하시고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나온 보고서 작성자 박 모 씨는 조 원장의 제자로 확인됐습니다.

[박 모 씨/조OO 원장 제자]
"오탈자도 같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쓴거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연구에) 참여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표지만 바꾼, 이른바 표지갈이 보고서에 국회 예산 5백만 원을 쓴 셈입니다.

조 원장의 제자는 "조 원장이 다른 내용을 추가한 최종보고서를 나중에 낸 걸로 안다"고 반박했지만, 국회사무처는 그런 건 "없다"고 답했습니다.

[국회사무처 연구용역 담당자]
"저희한테 그걸(추가 보고서) 안 주시면 그건 최종본이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취재팀은 어찌된 영문인지 조 원장에게 여러차례 전화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나흘간 연구원도 찾았지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유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띠리리...연결되지 않아.."

조 원장은 유 전 의원의 같은 과 대학 후배이자 한국개발연구원 KDI에서도 함께 일했습니다.

재탕은 또 있습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실에서 낸 보고서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지 5년이 지나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6년에 작성됐는데도 이미 사라진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언급합니다.

보고서 작성자 민 모 씨가 2010년 자신이 외교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6년 뒤 제목을 바꿔 국회에 다시 낸 겁니다.

보고서 하나로 외교부에서 1천만 원, 국회에서 5백만 원 받았습니다.

'김정일의 유고'를 '후계체제 이행'으로 단어 몇 개만 고친 정도입니다.

[민 모 씨/'재탕'보고서 작성자]
"제 생각에도 많이 수정을 못 했거든요…"

민 씨는 현재 김부겸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던 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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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표절 보고서도 있습니다.

왼쪽은 2016년 5월 국토연구원 보고서.

오른쪽은 김현미 국토해양부 장관이 2016년 10월 의원 시절 낸 보고섭니다.

도표까지 오려붙인 듯 똑같습니다.

269쪽 보고서를 분량만 105쪽으로 줄였습니다.

이렇게 받은 예산은 5백만 원.

김현미 장관 측은 선거를 도와줬던 리서치업체에 맡겼을 뿐 표절인줄은 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토해양부 장관실 직원]
"선거 때 리서치를 맡기기도 하고, 그래왔었던 관계였죠. 우리가 따로 검증을 하는 게 아니니까…"

인터넷 짜깁기 보고서도 있습니다.

블로그에선 한 기업의 경영혁신방안을 베끼고 인터넷 백과사전에선 다른 기업의 역사를 옮겨와 예산 450만 원을 타냈습니다.

작성자가 일했다는 연구소와 동일한 이름의 연구소를 찾아다녔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그럼 저희 아닌데. 저희 직원이 아니에요."
(안 계신다고요?)
"예 여기 건물 안에는 안 계십니다."

연구를 맡긴 심재철 미래통합당 전 의원실은 연구비 전액을 반납했습니다.

[심재철 전 의원실 보좌관]
"저희가 표절 했는지 여부를 전문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되다보니까…"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 모 씨에게 예산 1,050만 원을 주고 맡긴 보고서 3편도 죄다 표절로 드러났습니다.

[이개호 의원실 보좌관]
"논문 수준의 그런 카피(표절) 요구를 증명하는 것은 우리가 봤을 때는 과하다는 생각이고…"

이전 보도로 반납한 연구비 3백만 원 외에 나머지 750만 원은 어떻게 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

(영상취재: 전효석 / 영상편집: 전소민)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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