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1월 15일과 17일, 미세먼지 비상조치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을 면제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 조치로 지난주 같은 요일 대비 지하철은 2.1%, 시내버스는 0.4% 이용률이 증가하고, 서울 시내 14개 지점의 도로교통량은 1.8% 감소했습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으로 15일 하루에 약 48억 원의 대중교통 요금을 시민 대신 납부했습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금으로 효과도 없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비난을 합니다.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근거 있는 비판인지, 아니면 3선에 도전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인지, 그 속사정을 알아봤습니다.
‘포퓰리즘 정책? 국회 법안만 통과되면 해결된다’
서울시장이 하루 40억이 넘는 요금을 대신 내주는 일을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나왔을 경우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는 정책은 시민들의 제안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약 3,000명의 시민이 모여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를 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 문제는 재난 상황으로 봐야 한다’,’차량 2부제를 시행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 서울시민대토론회 주요 시민제안 사례 – 10대 어린이 정○○ : 건설현장 날림먼지 발생시키는 건설현장, 공사장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됨 – 20대 대학생 박○○ : 환경문제는 다른 모든 문제와의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재난상황으로 봐야함 – 30대 개인사업자 심○○ : 미세먼지가 심할 때 차량 2부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도입 – 30대 주부 이○○ : 취약계층 영유아 행복추구권 위협문제로 영유아동 보육시설 및 교육시설에 공기청정기 의무설치 – 50대 회사원 박○○ : 차량 운행제한, 시범적으로 서울시청 중심반경 내 디젤차량 통행금지 후 확대 – 50대 교수 이○○ : 화석에너지 제로 건축물 확대 보급, 기존 건축물 에너지 효율사업 의무화 – 30대 회사원 김○○ : 고농도 치명적 미세먼지는 중국과 환경협약이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 |
토론을 거친 제안 중에서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필요한 날 차량 2부제 강제 실시’는 투표에서 80%의 찬성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강제 차량 2부제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 차원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서울시는 차선책으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합니다.
대중교통 무료가 영구적이거나 최종 정책은 아닙니다. 차량 2부제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미세 먼지가 재난 상황임을 알리는 단계적 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제19조(고농도 대기오염시 긴급조치) ① 「대기환경보전법」 제8조에 따른 대기오염 경보가 발령되고 같은 법 제7조의2에 따라 다음 날의 대기오염도를 예측한 값이 「환경정책기본법」 제12조제2항에
의한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환경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다음 각 호의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라 한다)를 명할 수 있다.
1. 「자동차관리법」 제3조제1항제1호 승용자동차의 2부제 운행(영업용은 제외한다)
2.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배출시설의 조업시간 변경이나 단축
제31조(과태료) ② 제19조제1항제1호의 승용자동차의 2부제를 위반한 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현재 국회에는 차량 2부제 의무화 조항이 들어 있는 ‘미세먼지 저감 관리 특별법'(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 중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박원순 시장이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추진할 이유가 없습니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을 앞두고 박원순 시장을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정책을 비난하기보다는 국회의원으로 할 수 있는 법안 통과 노력이 우선입니다.
‘자동차를 수소전기차로 바꾸는 대책이 더 낫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무료대중교통 정책으로 하루에 50여억 원을 하늘로 증발시키느니 그 비용으로 수소전기차 충전소를 하나둘씩 만드는 게 미래의 서울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수소전기차가 친환경 자동차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박 의원의 주장이 현실화 되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서울시 등록 자동차 3백만 대를 ‘수소전기차’로 바꾸고 시내 전역에 많은 충전소를 설치해야 합니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고, 충전소도 그나마 많은 편입니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주행거리가 짧아 전기차 이용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제주는 전기차 구입과 개인 충전소 설치 보조금 혜택을 대폭 늘리고, 장기적인 대책으로 추진해 가능했습니다.
서울 시내 수소전기차 1만대 보급을 위한 보조금은 최소 2천7백억이 소요됩니다.(현재 정부는 수소전기차 대당 보조금 2750만 원 지급) 최소 필요 충전소 100기 건설에도 2천 6백억의 비용이 듭니다. 서울시가 5천억을 투입해 수소전기차 보급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산 확보가 쉽지는 않습니다.
박 의원이 주장하는 수소전기차는 점진적인 장기 보조 대책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서울 시내 택시 우선 수소전기차 보급 또는 관용차 수소전기차 교체 등의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으로 박원순 시장이 공격받자 갑자기 “서울시 등록차를 모두 수소전기차로 바꾸면 연간 1500만 명이 마시는 공기가 정화될 수 있다”는 말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미세먼지 주범, 노후 경유차를 단속하는 서울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제조업 연소가 1위이고, 항공기나 선박 등이 2위, 자동차가 3위입니다. 자동차 중에는 경유 화물차와 덤프트럭, 콘크리트 믹서 트럭 등의 건설 장비가 전체 초미세 먼지 배출의 68.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노후 경유 화물차의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운행제한 대상은 매연 저감 장치 등 저공해 조치를 하지 않고 수도권에서 연간 60일 이상 운행하는 차량입니다.
서울시는 노후 경유 화물차는 가락시장 등 공공물류센터의 진입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무방비로 들어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화물차 1400대 중 900대 이상이 줄어들었습니다.
덤프트럭이나 믹서 등 건설장비도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합니다. 서울에 있는 SH공사장은 친환경 건설기계, 미세먼지 배출이 낮은 건설기계만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100억 이상 공사장의 건설허가를 낼 때 친환경 건설기계를 70%까지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시내 시내버스 7천여 대 전체를 CNG 버스로 교체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시민들은 모르지만, 서울시가 교통 분야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대기오염은 재난 상황, 국민의 환경권을 지켜줘야 한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서울시만의 노력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단속은 경기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시가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미세먼지 대책은 서울시 혼자가 아니라 정부와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서울시는 고농도 비상 저감조치 관련 총리 산하의 TF를 구성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 이후 재난에 대해 ‘늑장 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기조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봐야 하느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060년에는 100만 명당 1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대기오염으로 발생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5조를 보면 ‘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단 1%의 효과만 있더라도 국민의 환경권을 지킬 수만 있다면 해야 합니다. 서울시장은 그 누구도 아닌 시민을 지켜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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