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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세기, 이미 시작됐다

천사요정 2020. 8. 29. 08:33

미국의 글로벌 전략 집착
자국 경제 방치로 이어져
첫 피해분야는 달러 될 것

 

2020-08-26 11:15:43 게재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외교전략가인 고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7년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유라시아는 지구의 축이 되는 거대 대륙이다. …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미국을 위협하는 그 어떤 도전자도 등장하게 내버려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지정학자들은 이런 생각에 집착한다. 중국의 부상을 반대하는 이들이나 찬성하는 이들이나 마찬가지다.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하지만 유라시아를 단일하게 묶는 도전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유라시아에 여러 개의 권력 중심이 등장해 미국의 총 경제 활동보다 훨씬 더 거대한 무역과 투자를 주고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스텔스 재팬' 저자이자 '라이트스트림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스캇 포스터는 25일 아시아타임스 기고에서 "이미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2019년 미국은 전 세계 GDP에서 명목달러 기준으로 약 25%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15%에 그쳤다.

유라시아는 명목달러 기준으로 글로벌 GDP의 55%를 넘는다. 구매력 기준으로는 60%에 육박한다. 명목 기준으로 유라시아 경제의 최대 지분은 21%의 유럽연합(EU)이다. 이어 중국 16%, 일본 6%,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4%, 인도 3%다. 일본과 한국 대만 아세안을 합하면 12% 정도 된다.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EU는 13%, 중국 20%, 일본 4%, 아세안 6%, 인도 8%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경제를 합하면 13% 정도 된다. 이는 인도와 중국 아세안의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과 인도 아세안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5%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은 5%가 안된다. 유라시아를 다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60%를 넘는다.

터키와 러시아 경제 규모 역시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훨씬 크다. 2019년 러시아 경제 규모는 명목 기준으로 독일의 2/5에 불과했다. 하지만 구매력 기준으론 비슷하다.

터키의 경제 규모는 명목 기준 독일의 1/5가 안된다. 하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절반을 훨씬 넘는다.

물론 미국 역시 더 거대한 시장의 일부분이다. 이전에 나프타로 불렸던 'USMCA'(미국 멕시코 캐나다 무역합의)다. 하지만 이 역시 유라시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미주 3개국은 명목 기준으로 전 세계 GDP의 28%를 차지한다. 하지만 구매력 기준으론 20%다. 전 세계 인구 비중은 6.5%다.

또 다른 중남미 거대국가 브라질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USMCA보다 유라시아와의 무역 규모가 2.5배 많다.

내부적으로 연결된 유라시아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초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네덜란드를 향해 첫 화물열차가 출발했다. 현재 20개의 화물철도 노선이 허페이에서 유럽을 오간다. 현재까지 200대 이상의 화물열차가 허페이를 출발해 유럽으로 향했다.

2011년 독일 뒤스부르크 노선을 시작으로 현재 중국 60여개 도시와 유럽 15개국 50개 도시가 화물열차 노선으로 연결돼 있다. 가장 멀리는 영국 런던과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닿는다.

올해 5월 중국과 유럽을 오간 화물열차는 1000대가 넘는다.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철도 물동량은 50% 가까이 늘었다. 유라시아는 점차 자체적으로 촘촘하게 연결되고 있다. 미국의 개입이나 중재가 없음은 당연하다. 화물열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한 항공, 해상, 육상 운송을 대체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 트렌드의 시작에 불과하다.

달러 의존도를 줄이다

유라시아 내에서 무역과 투자를 달러로 거래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의성이다. 하지만 제재 일변도의 미국의 지도자들 때문에 해가 갈수록 달러 편의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은 유라시아 15곳 이상의 국가와 영토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개별 시민과 기업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제재를 받는 나라들엔 중국과 북한 미얀마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터키 독일 등이 있다.

그에 대한 대응은 점진적이지만 예측가능하다. 올해 초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으로 구성된 '상하이협력기구'는 상호 무역과 투자에서 달러 대신 상호 국가의 통화를 적극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흐름에 가장 앞서 있다. 지난 5년 동안 중러 양국의 무역에서 달러 결제 비중은 90%에서 50% 밑으로 급감했다. 러시아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중러 양국의 무역대금에서 달러는 46%, 유로화는 30%, 루블화와 위안화는 24%를 차지했다.

러시아와 EU 무역에서 유로화 비중은 달러를 거의 따라잡았다. 조만간 달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와 러시아 무역도 점차 각국 통화로 이뤄지고 있다. 인도와 이란, 이란과 터키의 교역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 최대 석유수출기업인 로스네프트는 2019년 9월 이후 체결된 신규계약 물량에 대한 대금으로 달러 대신 유로화를 받고 있다.

기한만료된 성장 엔진

포스터는 "최근까지 미국은 전 세계 나머지 국가들의 성장엔진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보호주의로 전환하면서 동맹국과 적국, 중립국 가릴 것 없이 타국 경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다른 나라의 경제성장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유라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은 미국의 개입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라시아는 그 자체로 성장의 기회이자 엔진이다. EU-유라시아 무역(절반 가까이가 중국과의 무역)은 EU-미국 무역 규모보다 2배 이상 크다. 인도-유라시아 무역(중국과의 무역은 1/4보다 약간 적다) 규모는 인도-미국 규모의 5배다.

일본-중국 무역 규모는 일본-미국보다 1.4배 많다. 한중 무역은 한미 무역보다 80%가 많다. 이런 비교는 끝없이 열거할 수 있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그리고 1991년 약간의 흑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미국은 198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백만개의 일자리, 많은 산업선도 업종을 아웃소싱으로 잃었다.

미국은 마침내 '더 이상은 안된다'고 결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든 조 바이든 대선후보든 이 지점에선 의견을 같이한다.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미국은 글로벌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서의 과거 역할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대신 동아시아의 기적을 가능케 했던 '중상주의적 수입대체 정책'을 채택할 것이다. 종래 수입해온 상품 대신 국내 제품으로 수요를 만족시키려는 것으로,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채택하는 정책이다. 반면 일본과 독일이 자유무역의 옹호자 역할을 물려받겠다고 나설 수 있다.

미국의 상황은 단기적 일탈이 아니다.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을 고치고 산업기지를 재건하고 교육시스템을 개혁하는 데엔 한 세대가 걸릴 수 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와 워싱턴대학 등의 최근 조사를 보면 미국은 보건의료와 교육(수학과 과학) 등에서 전 세계 24~36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시간에 헤쳐나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포스터는 "유라시아는 단일한 조직이 아니다. 또 반미정서로만 똘똘 뭉친 곳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경제적으로 거대하다. 또 양질의 고등교육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미국이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는 분야를 속속 따라잡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본인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유라시아의 세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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