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장 겸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지난 9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이 3억원으로 확대되는 데 대해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나온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확대는 이미 2017년 정부가 시행을 예고했다. 주식을 팔아 수백억원을 벌어도 내는 세금은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과잉 유동성과 부동산 급등으로 증시 부양 필요성이 커진데다 ‘동학개미’ 열풍으로 주가가 상승하자,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된다며 재검토 요구가 일고 있다.
◆대주주 막대한 이익에 과세 취지
보통 소액 개인투자자는 주식 매매로 이득을 봐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지분율 1% 이상이거나 일정 금액 이상을 소유한 대주주는 양도소득세를 내야했다. 2017년 세법 개정 전에는 ‘지분율 1% 또는 종목별 보유액 시가총액 25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소득세를 냈다. 세율은 양도소득 규모에 상관없이 20%였다.
이에 당시 주식 양도차익 100억원이 넘는 대주주들이 매년 100명 안팎이고, 이들이 주식을 양도해 얻은 이익만 매년 2조~4조원에 이르는데도 다른 세율보다 지나치게 내는 세금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여론을 반영해 2017년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세법을 개정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주식의 경우 대주주 범위를 2018년 4월 1일부터 ‘지분율 1% 또는 종목별 보유액 15억원 이상’으로, 2020년 4월 1일부터는 ‘지분율 1% 또는 종목별 보유액 10억원 이상’으로 하기로 했다. 2021년 4월 1일부터는 이를 ‘지분율 1% 또는 종목별 보유액 3억원 이상’으로 크게 넓히기로 예고했다. 금액 요건을 보는 잔고일 기준은 올해 말일이다. 세법 상 과세 대상 대주주는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직계존비속의 보유분까지 합산하여 산정한다.
◆여당서도 “대주주 범위 확대 유예해야”
그러나 막상 시행일이 다가오자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대주주 범위를 3억원으로 잡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왔다.
2000선에서 10년 넘게 횡보해 ‘박스피’ 오명을 썼던 국내 주식시장이 ‘동학개미’ 열풍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주주 요건을 맞추기 위해 올 연말 ‘큰 손’ 등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정리하는 경우가 문제다. 자칫 매물이 쏟아져 되살아난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권당에서조차 정부에 제동을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이날 기획재정부 실무진과 비공개 면담을 하고 정부의 3억원 기준은 변화된 상황과 여론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현행 대주주 과세방식은 연말 특정 시점의 주식 보유 금액을 기준으로 대주주가 결정되기 때문에 연말에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도를 유인해 주식시장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급격하게 초래한다”며 “과세의 합리성과 부동산에 쏠려 있는 시중 자금의 증권시장 유입 등을 고려해봤을 때 대주주 범위 확대는 반드시 유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은 ‘대주주 기준 조정’으로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이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시장 반발을 고려한 조치다. 최근 과잉 유동성과 정책 실패로 부동산 시장 이상 과열이 심각한 상황에서, 넘쳐나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돌려야 할 필요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정부는 부동산 시장 등에 편중된 가계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해 자본시장이 국민 재산증식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증권거래세 인하, 주식양도세 5000만원 비과세, 손익통산 및 손실이월 공제 등 자본시장세제 선진화 방안을 확정하고 23년부터 시행 예정에 있다”며 “자본시장세제 선진화가 23년부터 시행될 경우 현행 대주주 과세 문제는 주식시장에 큰 충격없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는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은 통산하고 손실에 대해서는 이월해주는 제도나 시스템 등이 준비돼 있지 않아 급격한 대주주 범위 확대로 인한 조세 저항과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자본시장활성화, 과세의 합리성, 부동산에 쏠려 있는 시중자금의 증권시장으로의 유입,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도 대주주 범위 확대는 반드시 유예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https://news.v.daum.net/v/20201002210129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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